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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의 세설사설] 그래도 가덕도 신공항은 만들어야 한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2-23 18:50:22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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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시장도 선거 때만 되면 ‘가덕도 신공항’을 단골 메뉴로 써먹곤 했다. 시민들은 매번 그들을 믿고 밀어줬지만 결과는 지난 10여 년 내내 ‘배신’뿐이었다. 현 오거돈 시장의 재추진 공약이 미덥잖은 이유였다. 그런데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안에 허점이 많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확장되는 신항과 남북철도 훈풍, 거기에 제대로 된 관문공항까지 지금 부산은 새로운 국제 도시로의 변신 앞에 서 있다. 부산의 ‘트라이포트’의 완성을 위해 오 시장이 강단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경남·울산을 우군으로 이끌어내고 대구에 삼고초려를 해야한다. 시민들은 가덕도 신공항을 위해 다시 한번 더 속아줄 용의가 있다.
지난 10여 년 부산 사람들에겐 명치의 알심처럼 박힌 묵은 체증이 있다. 아니, 오래 이루지 못한 짝사랑이라고나 할까. 가덕도 신공항 말이다. 정권마다 이 문제가 이슈로 제기됐지만 타 시·도의 격렬한 반대와 역대 대통령들의 미지근한 태도로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늘 주저앉고 말았던 터다. 부산시민들은 선거철마다 “이번에는 설마…”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를 밀어주었지만 결과는 늘 배신이었던 거다. 헌신적으로 애인의 뒷바라지를 했지만 출세한 남자로부터 버림받고 마는 60년대식 드라마의 가련한 여주인공 역은 늘 부산 사람의 몫이었다.

다들 아시는 대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계획이 수면 위에 떠오른 것은 2006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영남권 신공항 추진을 공식화한 게 시작이었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 주민과 경제계의 끈질긴 건의를 받아들인 형식이었다. 그때 나도 그랬지만 부산 사람들은 다들 이제야 번듯한 국제공항 하나 가지게 되나 보다 하고 꿈에 부풀었던 거다.

그런데, 가덕도 신공항으로 재미를 본 사람들은 따로 있다. 우선 이명박 전 대통령부터.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워 이 지역 유권자의 표를 거둬들였지만 2011년에 자기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던졌다. 신공항 입지를 가덕도와 밀양으로 각기 내세운 부산과 대구의 갈등을 핑계 삼아 동남권 신공항은 경제성이 없어 안 되겠다고 입을 싹 닦고 말았던 거다. 질 낮은 장사꾼의 전형적 뒤통수치기랄까.

박근혜 전 대통령도 비슷했다. 그는 후보 시절 “부산시민이 바라는 신공항을 반드시 건설하겠다. 가덕도가 최고 입지라고 한다면 당연히 가덕도로 하겠다”고 부산 유세에서 발언했던 터다. 그랬는데도 그는 재작년 6월 가덕도도, 밀양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안을 툭 던져놓고는 약속을 지켰다고 시치미를 뗐다. 완전히 오리발을 내민 이명박 보다는 좀 나았다고 할는지 모르지만, 당시에도 그 정치적 눈치 보기의 부당성을 놓고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걸 생각하면 안 하니만 못한 결정이었던 건 분명하다.

대통령들만 그랬던 건 아니다. 부산시장 후보도, 국회의원 후보도 선거 때만 되면 ‘가덕도 신공항’을 단골메뉴로 써먹곤 했다, 전임 시장인 서병수 씨는 가덕도까지 찾아가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실패한다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해 당선됐던 터다. 그랬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김해공항 확장안을 내놓자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한마디 토도 달지 않고 순한 양처럼 덥석 받아들였던 거다. 글쎄, 선거에 져서 물러난 사람을 새삼 불러내 비판할 거야 없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때 짙은 환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친박’이란 그의 정치적 포지션을 몰랐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지 자기 말을 주워 담는 차원에서라도 최소한의 반대 메시지는 내놓아야 하지 않았나 싶었던 거다.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 이 당은 지난 총선에서 “부산지역에서 야당 후보 5명만 당선시켜 주면 반드시 신공항을 가덕도에 유치하겠다”고 애소했던 터다. 부산시민은 그때도 그들의 요구를 들어줬다. 그런데 당선된 민주당의 부산 출신 국회의원들이 그 이후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발 벗고 뛰고 있다는 후일담은 듣지 못했다.

짝사랑과 배신이 거듭된 막장 드라마의 트라우마 때문이었을까. 나는 오거돈 현 시장이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 솔직히 미덥지 않았다. “또…”하는 소리부터 나왔던 거다. 어떤 정치인이 ‘신공항’이란 껌을 씹어 단물을 빼먹고는 기둥에 붙여놓으면, 다른 정치인이 그걸 떼다 우물우물 씹고선 다시 붙여놓기를 반복해온 터에 단물이 다 빠진 껌을 그가 왜 또 떼다 씹나 싶었던 거다. 그가 시장에 당선된 직후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발언의 수위를 낮추는 것을 보면서 나는 또 “아니나 다를까 역시…”하고 지레짐작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랬는데, 두어 달 전부터 국토교통부가 밀어붙이는 김해신공항 확장안에 허점이 많다는 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산을 깎아야 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터에 항공소음이 부산의 강서·사하구까지 뻗칠 거라는 거다. 게다가 기껏 확장해 봐야 10년 후면 다시 포화상태가 될 것이니 결국은 ‘도로아미타불’이 아니냐는 게 그 주장의 근거였다. 그러다 엊그제 신문을 들여다보니 부산시가 가덕도 신공항을 다시 띄울 것이란 보도가 대문짝만하게 나와 있던 것이었다. 지난주 금요일엔 동남권 관문공항을 주제로 한 정책포럼도 시청에서 열렸다고 한다.

오거돈 시장도 직접 나서 김해공항에 지자체 몰래 군 공항 기능을 강화한 국방부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그는 국토부 차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소음, 안전, 주변 지형 문제로 보면 김해공항의 확장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정부가 지난 정권의 결정사항이라고 밀어붙인다”고 쏘아붙였다는 거다. 오 시장은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까지 거론했다고 한다. 부산시의회와 부산상공회의소도 ‘신공항 띄우기’ 드라이브에 나서고 있다니 내년쯤엔 ‘가덕도 신공항’이 부산 시정의 최대 화두가 될 성싶기는 하다.

지난 12년 동안 좌절을 거듭해 왔으니 이게 쉬운 문제가 아니란 건 오 시장도, 시 공무원도, 부산 시민도 다들 안다. 그래도 오 시장이 ‘가덕도 신공항’을 대표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으니 시도는 해 보는 게 시민에 대한 도리일 터다. 무리를 무릅쓰고 김해공항을 일껏 확장해봤자 10년도 안 돼 또 비좁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올 것이라면 당분간은 옹색한 대로 견디더라도 이참에 제대로 된 관문공항을 장만하는 게 나쁠 리는 없다. 부산시민의 한 사람인 나로서도 오 시장이 가덕도 신공항 공약을 내세웠을 때, 이전 정치인의 전철을 밟아 시민들을 또 실망시킬 게 걱정됐던 것이지 가덕도 신공항 건설 자체에 반대한 건 아니었으니.

부산의 미래는 서울의 아류가 아니라 부산만의 특장을 살린 새로운 국제도시로의 변신에 있지 않을까. 언제 인천에 따라잡힐지 모르는 판국에 허울뿐인 ‘제2도시’에 안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부산의 특장을 태평양을 낀 해양성에서 찾는 사람이 많은데 옳은 말이다. 멀리는 미국과 유럽, 가까이는 싱가포르, 상하이, 후쿠오카,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세계 해양 물류망의 중심을 차지하는 데서 부산의 21세기형 먹거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부산은 신항만을 계속 확장하고 있고 북항의 기능도 대대적으로 재배치할 것이니 국제 항만도시의 기반은 갖춘 셈이다. 거기에 경부-경의선, 경부-동해선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며칠 후 남북철도 연결 착공식도 열릴 판이다. 북핵문제만 해결되면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북한을 거쳐 중국과 시베리아를 향하고 유럽으로 달리는 상상이 백일몽이 아니다. 항만과 철도에 더해 제대로 된 관문공항을 가진다면 ‘트라이포트’가 완성되는 셈이다. 부산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김해공항 확장이란 미봉책 아닌 ‘가덕도 신공항’이란 근본방책이 강구돼야 하지 않을까.

오 시장이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겠다면 강단 있게 밀고나가는 게 옳다. 정부를 대충 찔러보다가 태도가 완강하면 “그럼, 어쩔 수 없지”하고 물러설 생각이라면 꺼내지도 말아야 한다. 김해신공항이 미봉책일 수밖에 없는 증거를 실증적으로 제시하고, 가덕도 신공항이 부산과 영남의 공동이익이 될 이유를 논리와 설득력을 갖춰 구축해 정부를 끈질기게 설득할 일이다. 무엇보다 경남·울산을 우군으로 끌어내야 한다. 오 시장이 삼고초려해야 할 거다. 대구 쪽의 반대가 극심할 것이어서 걱정이지만, 이번엔 지역갈등 구도를 앞세우지 말고 그들을 설득하는 데 힘을 쏟을 일이다. 이를테면, 가덕도 신공항을 대승적으로 부산에 양보(?)하는 대신 대구가 꼭 필요로 하는 국책사업을 부산이 나서서 전폭 지지하는 ‘윈-윈’ 방식은 없을까.

가덕도 신공항의 성사를 자신의 브랜드 업적으로 만들 생각이라면, 시민의 협조를 얻어내는 건 오 시장이 할 나름이다. 미래를 향한 부산의 거대 디자인을 시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구체적인 전략을 설명해야 한다. 부산시 조직을 다잡고 지역의 시민단체, 경제단체들과도 보조를 맞출 일이다. 오 시장의 의지가 간절하다는 걸 시민들이 알아준다면 한 번은 더 속아(?)주고 밀어주지 않겠는가.

소설가·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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