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한국과 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된 지 10년째이지만 올해의 한중관계를 회고해 보면 과연 양국이 동반자라 하기에는 왠지 어색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와 관련된 두 가지 장면이 떠오른다.
우선 지난 10월 초 나온 고구려와 당의 전쟁을 다룬 영화 ‘안시성’. 영화란 원래 상업성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동원하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과 어느 정도 부합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주 내용은 안시성의 민초들이 일치단결해 당태종의 대군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1000년 전 전쟁이지만 한민족이 중국의 무력 침입에 맞서 이겼다는 스토리가 새삼 민간자본에 의해 영화화되고 이를 본 관객이 500만 명이 넘었다는 것은 현시점에서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지난달 파푸아 뉴기니에서 열린 APEC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두 번째 장면. 당시 시 주석은 지난 1년 양국 관계가 안정적으로 개선되고 발전돼 왔다고 평가했고, 문 대통령도 현재의 한중관계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적어도 양국 관계가 양호한 상태에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금년 하반기에 열린 한중 관계와 관련된 다수의 학술회의에서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난해 말 사드 문제에 대한 양국 간 합의와 문 대통령의 방중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가 아직 회복되지는 않았다는 데 동의했다. 이는 사드 배치의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학자들은 여전히 사드 배치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며, 중국의 보복 조치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 내에서도 우리 정부가 배치한 사드와 관련, 중국의 과도한 압력이 사드 배치를 반대했던 사람들조차도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됐다. 기업 입장에서도 중국 투자의 정치적 리스크를 의식하게 됐다.
하지만 더 큰 이유로는 아마도 한중 양국이 각자의 현안에 몰두하다 보니 양국 관계에 별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사실 중국은 올해 미국과의 관계에 어느 때보다도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의 전략적 도전을 미국 안보의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보고, 힘에 의한 평화와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우며 중국과의 통상 및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하게 해왔다. 한국도 3차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을 여는 등 남북관계 개선과 미북 간의 대화 분위기 조성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면서 중국이 바라는 만큼 관심을 갖지 못했다. 이는 특히 남·북·미 간의 종전선언 문제가 논의되는 등 중국으로서는 마치 한국에 의해 중국이 배제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중국이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수차에 걸쳐 표명한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년 양국관계의 몇 가지 수치는 한중관계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현재 한국의 대중수출은 1367억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9.6% 증가했고, 수입은 871억 달러로 전년 대비 8.9% 늘어났다. 또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중국인 입국자는 지난 10월 현재 418만 명으로서 전년 동기대비 12% 늘었으며, 올해 말에는 대략 2015년의 600만 명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인의 중국 방문도 지난 9월 현재 349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늘었다. 이는 전체 해외여행객의 31%다. 한중관계 회복을 위한 양국 외교당국의 노력도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중 양국은 수교 이후 그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며,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도 견해를 같이했고, 상호 이익이 되는 보완적 경제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가장 시급한 북핵문제도 중국의 협조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에 비록 미중 간 심화되는 전략적 갈등이 한국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을 주게될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도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중관계를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양국의 국익에 공히 부합된다. 물론 사드 문제 사례에서 보듯 각자의 입장만을 고집하는 소통을 위한 소통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양국 모두가 같은 것을 추구하고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구동존이의 정신에 충실하며 수교 당시의 초심인 상호존중과 호혜평등의 자세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동서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