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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의 세설사설] 시간강사 거리로 내모는 ‘시간강사법’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2-09 19:06:53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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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연 평균수입은 800만 원 수준이다. 잘라낼 때도 해고 절차조차 없다. ‘정규 교수’라는 기약 없는 약속에 저당 잡혀 ‘일용직 노예’를 감수하면서 ‘희망고문’을 당해온거다. 그래서 나온게 시간강사법이다. 임용 기간을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보장하고 방학에도 월급과 퇴직금을 주자는 것.


수천억씩 되는 예산에 비하면 푼돈일 텐데도 대학들은 강사들을 대량해고하려는 물밑 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저임금으로 부리다 못해 법 핑계로 대량 감원까지 하려는 건 너무 심하지 않나. 교육부가 후속대책 마련에 게으름을 부린다면 내년엔 진짜로 ‘대학교육 대란’이 올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잘 해준다고 한 노릇이 결과적으로는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고 마는 바람에 낭패를 겪는 일이 적지 않다. 선의로 한 일이라지만 상대의 처지나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이쪽 생각만 앞세울 때 그런 결과를 낳는 거다. 나랏일도 마찬가지. 끝 간 데를 모르고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판에 국민 모두가 최소한의 생계는 꾸려야 할 게 아니냐 해서 정부가 최저임금을 좀 무리해서 올렸다. 그랬더니 대기업은 큰 타격이 없는데 지갑을 직접 열어야 하는 자영업자들이 못살겠다고 야단이었다.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일하는 분들은 오히려 일자리나 노동시간이 줄어 더 힘들어졌다고 울상이었던 거다.

그런 종류의 일은 또 있다.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된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딱 그 짝이 될 조짐이 보인다. 대학 시간강사들의 처우가 워낙 열악하고 신분마저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소리가 나온 게 한두 해 전의 일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시간강사들에게도 최소한의 보호망을 마련해 주자고 해서 나온 게 ‘시간강사법’이었다. 임용 기간을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보장하는 한편 방학에도 월급을 주고 퇴직금도 주자는 거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얼핏 진일보한 대안처럼 보이는 건 사실이다.

요즘 세상에서 온갖 노동 착취를 들먹여도 대학 시간강사에 대한 착취만큼 은근히 철저하고 몰인정한 경우는 드물다. 시간강사는 대개 석·박사 학위를 가진 고급 인력들이 아닌가. 그런데 한국의 시간강사 연 평균수입은 800만 원 수준이다. 여름과 겨울방학 넉 달은 한 푼도 돈이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대학은 또 계산엔 얼마나 철저한지 공휴일이나 학교 사정으로 휴강해도 ‘얄짤없이’ 강사료를 깎아낸다. 도대체 어르신들이 소일 삼아 하는 취로사업도 아니고 멀쩡한 30, 40대 생활인의 한 달 수입이 60만 원이라니. 잘라낼 때도 무슨 해고 절차조차 없다. 다음 학기에 안 부르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래서 어떤 강사들은 투 잡, 스리 잡 알바도 뛰지만 그게 제 몸뚱이 깎아먹는 짓이지 ‘고름이 살이 될’ 리는 없는 노릇 아닌가.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본격적으로 나온 건 7, 8년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10년 광주의 한 40대 시간강사가 생활고를 못 이겨 연탄불을 피워놓고 자살을 했던 거다. 그때 그는 유서에서 아내에게 이렇게 썼다.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한 여자였습니다. 사는 것이 고난의 연속이었기에 언젠가 교수가 되는 그날 당신에게 모든 걸 용서받고, 빌면서 ‘이젠 당신과 함께합시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미안해요.”

시간강사에 대한 노동 착취가 이렇게 가혹한 건 한국 대학 특유의 ‘도제식 시스템’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견디면 언젠가는 정규 교수가 될 수도 있으니 참고 견디라는 거다. 교수들은 자기가 길러낸 석·박사 강사들에게 “내 말 잘 들으면 ‘티오’가 날 때 채용해 줄 수도 있다”며 온갖 허드렛일을 시킨다. 심지어 논문 대필까지 시키는 교수도 있다지 않나. 시간당 ‘꼴랑’ 4만~5만 원짜리 강의 하나 맡기면서 생색은 또 얼마나 내는지. 기약 없는 약속에 자신을 저당 잡혀 ‘일용직 노예’를 감수하면서 ‘희망고문’을 당해온 거다.

그런데, 요즘 대학은 어떤가.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 교수를 뽑는 학교가 얼마나 되나. 명목만 전임일 뿐 기껏 1, 2년짜리 저임금의 계약직 교수만 양산한다. 그 자리이나마 목매고 있는 전체 강사 숫자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그러니 이미 장년에 이른 시간강사들은 ‘희망고문’조차도 없는 판에 다른 직업을 찾을 수도 없어 ‘배운 짓이 도둑질(?)’이라고 대학 문전을 기웃거릴 수밖에.

미래를 보장해줄 수 없다면 현재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도 해줘야 마땅하지 않나. 그런데도 한국의 대학들은 천연스럽게 시간강사들에 대한 노동 착취 위에서 버티고 있는 거다. 1960년대 대학들은 시골의 학부모들이 소 팔아 자식들을 유학시킨 희생 위에 올라섰다고 해서 ‘우골탑’이라고 불렸다. 지금 수백억 원씩 쌓아놓은 유보금과 ‘비까번쩍’하게 올라가는 건물들은 시간강사들의 ‘눈물과 한숨’ 위의 ‘인골탑’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본론으로 돌아가자. 어쨌거나 시간강사가 잇따라 자살하면서 “도무지 이게 말이 되느냐”는 항변이 나오자 정부가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법에 반영하겠다고 한 게 6, 7년 전이다. 그러나 재정난이 가중된다는 대학의 반대에다 보완책도 없이 법만 덜렁 만들면 오히려 대량 해고의 빌미가 될 뿐이란 강사노조의 반발에 밀려 시행이 네 차례나 유보된 채 표류해왔던 거다.

정부도, 국회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느꼈는지 이번에 관련법을 통과시키긴 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는 거다. 한 신문기사를 보니 강사법에 따라 시간강사를 전임교원으로 전환하는 데 서울 소재 대학에선 연간 30억~80억 원쯤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 같다고 한다. 수천억씩 되는 예산에 비하면 푼돈일 텐데도 대학들은 이 법이 시행되는 내년 8월을 목표로 강사들을 대량해고하려는 물밑 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은 1200명쯤 되는 시간강사를 500명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고 대구의 어떤 사립대학은 400명을 250명 수준으로 줄인다고도 한다. 부산도 마찬가지. 한 국립대가 노조 몰래 졸업학점 축소와 대형 강의 확대 등을 통한 강사 감축을 계획한다고 해서 비정규직교수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다. 또 다른 대학에서도 시간강사 수를 3분의 2나 줄일 거라는 소문이 흘러나온다. 대학들은 그동안에도 강사법 시행에 대비해 겸임·초빙교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시간강사를 대폭 감축해 온 터다. 2012년 10만9000여 명에서 2018년 7만5000여 명으로 30% 넘게 줄였는데 내년엔 또 얼마나 쫓겨나갈지 모른다.

대학들은 “외형적으로는 학교 예산이 많아 보이지만 다들 경직성 비용이어서 수십억 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강사법 시행을 되레 ‘구조 조정’의 빌미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그래서 나오는 거다. 올 한 해 한국 박사학위 취득자 수가 1만4000여 명이라니 너무 많긴 하다. 취업이 안 되니 임시방편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젊은이가 늘어서도 그럴 거다. 그래도 그렇지, 박사과정을 늘려 등록금 받아먹고 다시 그 사람들을 시간강사로 저임금으로 부리다 못해 법 핑계로 대량 감원까지 하려는 주판질은 너무 심하지 않나.

정부도 마찬가지. 이게 법만 만들어 놓고 뒷짐질 일인지 모르겠다. 연간 500억~600억 원 정도를 대학에 추가 지원하면 아쉬운 대로 대량 해고는 막을 수도 있다는데 교육부가 지금 후속조치를 마련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족 먹여 살려야 할 사람들을 쫓아내지나 말 일이다. 시간강사 풀(pool)을 만들어 대학 간 인력 교류를 활성화한다거나 타 대학의 강의를 일부 허용한다거나 하는 보완책 마련도 서두를 일이다. 재수 좋게 전임이 된 일부 강사들이 카르텔을 만들어 신규 박사들의 진입을 막는 ‘학문후속세대 쿼터제’의 도입도 필요해 보인다. 교육부는 강사들의 처우도 개선하고 대량 감원도 막는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낼 일이다. 단언컨대, 교육부가 후속대책 마련에 게으름을 부린다면 내년 8월쯤에는 진짜로 ‘대학교육 대란’이 벌어질 거다.

다시 말하겠다. 지금 한국의 대학 강사들은 전체 강의의 55%를 떠맡고 있다. 이들이 없으면 사실상 대학교육 시스템 자체가 붕괴되는 거다. 한국사회의 미래를 책임지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접이 이렇게 소홀한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처우를 개선하랬더니 교양과정 강의를 줄이거나 졸업학점을 줄이는 잔꾀를 동원해 강사를 거리에 내몰 궁리나 한대서야 한국 대학의 미래가 암담하지 않나.

좁은 공간에 구형 컴퓨터 대여섯 개 비치해 놓은 강사실 하나 달랑 마련해 놓고선 수십 명의 시간강사가 수업자료 하나 복사하는 데도 아귀다툼을 하게 만드는 곳, 강사들이 수업 사이 빈 시간에 강의 준비할 장소조차 마땅찮아 교정을 어정거리게 만드는 곳이 지금 한국 대학의 풍경이다. 이런 풍토에서 무슨 학문의 발전을, 대학교육의 질 개선을 말하겠는가.

소설가·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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