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이나 방송 등을 통해 ‘해외주식 직구’ ‘해외주식 투자 광풍’이라는 말을 심심찮게 접한다. 증권회사의 신규 해외투자 고객 유치를 위한 이벤트도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증권회사를 통해야 하니 ‘직구’(직접구매)’라 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몇 년 전만 해도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었던 해외주식 투자가 이제는 개인들의 투자결정과 HTS를 통해 가능하게 되었다는 의미에서 직구라 불리는 것 같다.
국내투자자의 해외증권 투자규모를 보면, 2018년 3분기 말 약 374억 달러에 달해 2013년 말 약 118억 달러에 비해 2배 이상 커졌다. 거래규모는 2017년에 960억 달러를 상회하여 2013년의 약 223억 달러보다 무려 4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처럼 최근 해외주식 투자 붐이 일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많은 전문가가 얘기하듯이 역시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즉, 미중 무역마찰 등으로 인한 국내 증권시장의 약세와 변동성 확대, 그리고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로 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눈을 돌려 투자대상을 국내에서 해외로 넓히게 된 것이다. 중국과 베트남 등 경제성장률이 높은 국가와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으로 대표되는 미국 첨단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증가가 특히 두드러진다.
다음은 후강통 등 증권업계의 해외투자 인프라 확대와 IT기술의 발전에 따른 해외증권 투자의 지리적, 기술적 제약의 극복을 들 수 있다. 현재 투자가능국가는 5개 대륙 39개 국가에 달하며, 24시간 거래도 가능하다. 최근엔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앱을 통해서도 외국주식을 매매할 수 있으며 그 시간도 몇 십초면 충분하게 되었다.
그러나 해외주식 투자가 늘 햇볕만 드는 양지일 수 없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명제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국내 투자보다는 필수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요소가 많다. 첫 번째는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다. 국내 투자자가해외주식에 대해 취득할 수 있는 정보는 국내주식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다. 기업정보 등의 취득경로, 취득시기 등이 물리적·언어적 제약으로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해외주식 투자에서 국내 투자자가 외국투자자보다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다음은 비용 문제다. 해외주식 투자의 경우 다수의 해외기관이 연계되어 처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국내 거래에 비해 부담해야 할 수수료가 높다는 것이다.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환율도 고려해야 한다. 해외주식의 가격이 상승했다 해도 환전으로 인한 비용이 더 나간다면 투자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위에서 말한 고려 사항은 역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우리 증권업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우선 기본적으로 증권회사는 투자자에게 해외주식 투자의 리스크, 매매·결제 절차 등에 관한 내용을 충분히 알려주어야 한다. 또한 언어 문제가 장애가 되지 않도록 편리한 주문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투자자가 정보 비대칭의 간극을 해소하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주가를 포함하여 다양한 기업 투자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외국주식의 결제를 책임지고 있는 예탁결제원도 외국주식의 안전한 관리 외에 신속한 권리행사정보의 제공, 외국보관기관과의 실시간 연계를 통한 투자대기기간 단축 등 시스템 개선을 추진하여야 한다. 또한, 그간 투자자의 부담 완화를 위해 수수료 인하 노력을 기울여 왔듯이, 앞으로도 외국보관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해외증권 수수료를 인하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야 한다. 투자자를 현혹시키는 ‘묻지 마’식 투자, 때늦은 뒷북 투자, 특정종목으로의 쏠림 등은 겉보기에는 화려한 해외주식 투자의 어두운 그늘이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글로벌화의 진전에 따라 앞으로 해외주식 투자는 더욱 활성화되어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의 해외주식 투자 추세가 유지·발전되기 위해서 금융당국과 증권업계가 함께 투자자의 보호 나아가 올바른 해외주식 투자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예탁결제원에서 근무하기에 해외주식에 대해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가끔 지인으로부터 “어떤 해외주식에 투자해야 좋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바둑 애호가가 이제는 고인이 된 조남철 국수에게 “국수님, 어떻게 하면 바둑을 잘 둘 수 있나요?”라고 물어봤다. 이에 대해 조 국수는 “이보시게, 그런 좋은 방법이 있으면 내게도 좀 알려주시게”라고 했더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해외주식 투자에도 왕도(王道)는 없다. 있다면 정도(正道)가 있을 뿐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