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생각 차이는 있겠으나 액션 배우 성룡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로는 종종 ‘NG 장면’이 거론된다. 그는 웬만한 고난도 연기는 대역 없이 스스로 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 끝부분에 촬영 중 성룡이 실수했던 모습이 모아져 나오는데 이게 본내용보다 더 재미있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올해 64세인 성룡은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여러 번 한국을 찾은 까닭에 간단한 인사말은 우리말로 유창하게 할 수 있고 육개장과 김치를 좋아한다고 할 정도로 ‘친한파’다. 경남 통영시는 거북선 건조기금 조성에 힘을 보탰다며 2005년 그에게 명예시민증을 주기도 했다. 당시 성룡은 “이제는 절반은 한국사람이 된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국제적으로 워낙 알려진 인물인지라 버는 돈도 엄청나게 많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지난해 수입은 5000만 달러(560억 원)로 전 세계 영화배우 가운데 두 번째였다. 개인 재산은 3억5000만 달러(3900억 원)로 추산된다. 홍콩에서 지독하게 가난한 부모 아래 태어난 그로서는 힘든 연기를 마다 않고 노력한 덕분에 ‘인생 반전’을 이룬 셈이 됐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 성룡의 삶도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오늘 출간되는 그의 자서선 ‘네버 그로우 업(Never Grow Up)’에는 팬들이 깜짝 놀랄 일이 수두룩하다. 유명해진 뒤부터 세상에 대한 복수심으로 술과 도박, 성매매 등에 돈을 펑펑 썼으며 포르셰, 벤츠 같은 최고급 차량을 음주상태로 몰다 하루에 두 차례나 사고를 냈다고 한다. 또 어릴 때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지금까지 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밝혔다.
성룡이 이후 자신이 당할 불이익을 감수한 채 이 같은 책을 쓴 동기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자서전에 “2016년 아카데미상 평생공로상을 받은 이후 내가 ‘쓰레기’임을 알았고 삶의 방식을 바꾸기로 맹세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볼 때 개인의 이중성에 대해 스스로 많은 고민을 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성룡의 감춰진 뒷모습에 실망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은 당연지사. 그렇지만 부끄러운 과거를 자발적으로 드러낸 뒤 반성하며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는 그의 자세까지 마냥 나무랄 수는 없을 듯하다. 세상에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죽을 때까지 천연덕스럽게 ‘오리발을 내미는’ 철면피가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