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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실용정신으로 강한 프랑스 만든 미테랑 /이호철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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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2-03 19:36:2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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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5월 사회당의 미테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프랑스 역사상 첫 좌파정부가 등장했다고들 말했다. 그동안 좌파정권이 세 차례 있었지만 모두 단명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1959년 제5공화국 체제 후 드골의 장기 집권에 이어 퐁피두, 지스카르 데스텡의 우파가 계속 집권해왔다. 2차 석유위기로 인한 경기침체 속에서 우파 내 파벌싸움의 틈을 타 공산당까지 아우르는 범진보 연합을 결성해 보수를 꺾은 것이다. 하지만 진보 정권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었다. 이후 미테랑 대통령은 장장 14년을 집권했다.

대선 때 사회당은 ‘삶을 변화시키자’는 공약을 내걸었다. 당시 사회의 불평등은 심각했다. 70만 봉급생활자는 한 해 40번 이상 밤샘노동을 해야 했고, 노동자의 절반은 휴가를 떠나지 못했다. 회사 중역의 자녀들은 4분의 3이 대학에 진학하는 반면 노동자 자녀들의 대학진학률은 4%에 불과했다. 그는 집권하자 바로 최저임금을 10% 인상하고 가족수당과 주거수당을 25%씩 올렸다. 주 39시간 근무, 5주 유급휴가, 60세 정년제 등 근로조건도 획기적으로 바꿨다. 재원 확충을 위해 자산보유자에 대한 부유세도 신설했다.

무엇보다 사회당 정부는 산업정책으로 과격한 국유화 정책을 펼쳤다. 20대 대기업 중 13개 기업을 국유화했다. 특히 36개 은행과 투자은행인 파리바, 수에즈은행을 국유화해 금융의 대부분을 장악했다.

미테랑 경제정책의 핵심은 실질소득인 ‘구매력을 높인다’였다. 복지수당, 최저임금 같은 근로자의 실질소득이 늘면 구매력 증가로 연결돼 경기부양을 가져온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물가 인상과 실업 증가로 선순환 구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복지지출 증가로 재정적자가 크게 증가한 가운데 산업경쟁력 저하로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고 무역적자와 자본유출 문제까지 불거졌다. 프랑스는 유럽통화제도(EMS)에 잔류하기조차 어려운 위기에 봉착했다.

1983년 3월 지방선거에서 패하자 미테랑 대통령은 과감히 정책 전환을 꾀했다. 시장 현실을 직시한 그는 이후 37세의 젊은 파비위스를 총리에 앉히고 그간 연정을 구성해 온 공산당과도 결별했다. 집권 3년째, 실업난은 심각했다. 청년실업률은 20%대를 웃돌았다. 그동안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여 공공분야의 5만5000개 일자리를 만들었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실업자가 더 늘지 않게 하려면 매년 23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실업 문제는 오직 성장에 의해서만 막을 수 있다.

결국 기업을 움직여야 한다. 미테랑은 민간기업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정신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개혁의 후퇴라는 비판에 대해 미테랑은 “우리는 우파의 가치를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정신, 장기 예측, 모든 사람의 창조적 능력의 활용을 우리에게 알맞은 것으로 만들고 있다”며 치고 나갔다.

성장을 위해 세금 인하도 단행했다. 식료품에 대한 부가세 경감, 생산 수단에 대한 상속세 감면 등을 실시했다. 부족한 재원은 자본시장을 육성하고 국영기업의 주식 매각을 통해 마련했다. 산업 정책도 바꾸었다. 공기업의 수익성을 강조하고 자율성을 보장해 정부의 개입을 줄였다. 사양 산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고용 감축과 기업 통폐합을 추진했다.

근로조건 개선의 틀이 마련된 후 미테랑의 관심은 유럽의 미래와 프랑스 국익으로 옮겨갔다. 1988년 미테랑은 공약 없이 ‘프랑스 통합’을 호소해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강한 프랑스를 만들기 위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유럽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유럽통합에는 독일과 프랑스의 협력이 절대 필요하다.

그는 2차 대전 당시 프랑스를 점령한 독일에 대한 구원을 떨쳐버리고 독일 통일에 지지를 보내 독일과 친선을 도모했다. 아울러 유럽의 다른 좌파 정당과 달리 미군과 핵무기의 유럽 주둔을 찬성, 미국과의 동맹관계도 공고히 했다.

미테랑은 임기 중 두 번의 여소야대로 우파와 동거내각을 겪었지만 14년을 집권했다. 그가 프랑스 국민을 통합하고 장기 집권할 수 있었던 힘은 현실을 바로 읽고 국익을 우선한 실용정신에 있었다. 미테랑 대통령이 권력을 얻어 통치하고, 삶을 변화시켜 프랑스를 지키고 유럽을 건설하는 과정은 17년간 그를 가까이 보좌했던 자크 아탈리의 ‘미테랑 평전’에 소상히 실려 있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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