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일본의 한 소년이 잃어버린 축구공이 태평양을 지나 미국 알래스카 연안에서 발견돼 세계가 놀란 적이 있다.
태평양을 지나간 축구공처럼, 중국 상해 앞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에 날아간 소녀의 모자가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발견될 수 있다.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누군가 띄워 보낸 병 속의 편지가 동해의 일본 연안에서 발견될 수도 있다.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미국으로…. 모두 동쪽으로 흘렀다. 먼 옛날 동쪽으로 떠났다는 달마도 이를 따라 움직인 것은 아닐까.
바다에도 강이 흐른다는 말이 있다. 단지 하나의 강이 아니라 여러 개의 강이다. 이 강은 거대한 바닷물의 변하지 않는 흐름, 즉 해류를 일컫는다. 바다의 흐름에는 해류 외에도 밀물이나 썰물로 나타나는 조류가 있다. 수심이 얕은 연안은 조류의 영향을 많이 받고 수심이 깊은 외해는 해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흐름들은 대체로 일정하여 과거의 관측 자료나 수치모델로 일기예보와 같은 미래 예측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국지적인 바람이나 바다의 지형지물에 따라 흐름이 변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과학 기술은 마치 저해상 카메라로 사진을 찍듯 바닷물 흐름의 대략적 윤곽만 보여 줄 뿐이다.
즉 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달마가 동쪽으로 갔다는 사실은 알아도 가는 길에 옆길로 샜거나 제자리걸음을 했거나 가던 길을 돌아왔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바다에 빠진 사람을 수색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해양경찰은 익수자를 1초라도 빨리 찾기 위해 국립해양조사원에서 개발한 ‘표류예측시스템’으로 익수자의 예상 이동경로를 파악해 수색 구역을 정한 뒤 경비함정과 헬기를 동원해 수색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사고 시각, 장소, 바람의 세기, 구명조끼 착용 여부 등 무수한 조건에 따라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 파도가 일렁이는 해상에서 익수자는 30㎝ 정도의 까만 점으로 보일 뿐이다. 물속에 가라앉았다 떠오르는 경우는 어디서 떠오를지 가늠하기 더욱 어렵다. 바다의 표층과 중층 그리고 저층의 흐름이 다르기 때문이다.
해양오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박에서 유출된 기름은 바다를 표류한다. 해양경찰은 기름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예측해 방재 세력을 배치하기 위해 ‘해양오염방재지원시스템’을 가동한다.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초기에는 흑갈색 기름띠를 형성해 표층 해류나 조류에 따라 흘러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름이 물을 머금어 부피가 커지고 파도에 쪼개져 끈적이는 타르볼(tar ball)로 변해 산산이 흩어진다. 이 형태가 되면 비중이 물과 비슷해져 수면 바로 아래에서 이동하기에 항공탐색으로도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해양경찰은 해양에서 안전(safety) 및 환경(environment) 사고 대응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이다. 한 사람의 익수자도 더 구하고, 한 방울의 기름이라도 더 방재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자 훈련하고 준비하고 있지만, 바다라는 무대는 우리에게 좀처럼 예측을 허락하지 않는다. 얼마 전 남해안을 할퀴고 지나간 태풍 ‘콩레이’는 바닷속에 있던 바위덩어리 몇 개를 부산 민락수변공원에 올려놨다.
이처럼 태풍이나 돌풍과 같은 급작스러운 자연의 변화는 바닷물의 세기나 흐름에 대한 인간의 예측을 어렵게 한다.
예측의 정확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기술적으로 그리고 인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해양경찰은 수색 상황을 가정해 더미(dummy·인체모형)를 해상에 투하하고 수색하는 훈련을 매년 수차례 진행하고 있다. 또 연안에서 실제 상황 발생시 지역 어민들의 자문을 통해 사고해역의 조류 정보를 구하고 있다.
변화무쌍한 바다의 마음을 헤아리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나 해양사고 시 신속한 출동으로 나를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 빠른 방재로 해양환경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만은 전해진다. 국민과의 소통과 공감으로 만들어진 이 믿음을 저버리지 않도록 오늘도 바다에서 우리는 자연을 이해하고 극복하려 노력한다. 정의롭고 존중받는 해양경찰로 당당히 우리의 길을 나아가고자 한다.
남해해양경찰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