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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요즘 뜨는 ‘골반회음학’ 아시나요 /황성환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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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2-02 19:16:17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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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반’이라 하면 여성의 성을 상징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배 속의 아기가 나오는 통로쯤으로 여기는 이 골반은 사실 몸통과 다리를 연결하는 주요 구조다. 2개의 볼기뼈와 엉치뼈, 꼬리뼈로 구성된 골반에는 여러 근육과 인대가 연결돼 체중을 받쳐주기도 하고 골반장기를 받쳐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골반 내에는 직장, 방광과 남녀 성기가 있으며 남녀의 비뇨생식기가 나오는 통로이기도 하다.

‘회음’은 ‘골반’의 근육과 인대의 집합으로 골반강의 정중하부에 위치하며 남녀 성기에서 항문까지를 연결하여 골반바닥의 중심 역할을 한다. 예로부터 회음은 은밀한 곳을 의미하며 이성 간 사랑을 나눌 때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담당한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여성이 출산 시 회음 근육의 손상을 입게 되며 분만손상의 복구나 산후조리를 소홀히 하게 되면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변화로 여러 가지 기능 장애를 나타낸다. 회음의 근육은 배변, 배뇨 시 작동한다.

옛날 장이 서면 광대 옷을 입은 약장수가 “아랫도리가 축축하신 분, 소변 줄기가 약한 분, 딱 한 번 먹어봐. 먹고 나면 소변줄기가 콸콸, 어쩌고 저쩌고” 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이해가지 않았던 것들이 의사 생활 30년을 넘고 50대 후반의 나이에 접어들어서야 많은 우스꽝스러운 생각과 당시의 기억이 한데 어우러져 절로 피식하며 웃음이 나온다.

기대여명이 늘고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과거에 비해 당뇨, 고혈압, 심뇌혈관 질환은 물론 척추와 관절질환 및 치매, 파킨슨증과 같은 노인성 질환이 크게 늘고 있다. 25년 전 내 환자의 절반 이상이 양성항문질환, 대장직장암, 염증성 장질환에 관한 것이었으나 10여 년 전부터 과거 치료를 잘 하지 않던 배변 장애나 골반저질환 환자가 많아졌다. 남녀 불문하고 나이 들어 골반이 처지고 골반바닥을 지탱하는 인대와 근막이 약해지면서 회음의 하강을 동반하는 퇴행성 변화와 연관된 질환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방광이나 자궁, 혹은 직장이 탈출하면서 발생하는 배뇨 및 배변 장애를 동반하는 골반저질환 환자가 많다. 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주변에 알리기 어려워하고 수치심에 스스로 고립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골반저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소위 회음하강에 의한 복합골반장기탈출로 인한 요실금, 변비 같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병원 문턱이 낮아졌다. 음지에 숨겨둔 질환을 적극 치료하는 분위기로 전환된 것이다. 오래전 부끄러워 치질 수술 받기를 꺼려하다 항문병원이 늘어나면서 치질수술이 보편화한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복합골반장기탈출이란 방광탈출, 자궁탈출, 직장탈출의 증상이 2개 이상 동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환자가 대학병원에 가면 비뇨기과, 산부인과, 대장항문과 등 여러 의사가 다학제 접근으로 치료를 해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과별로 여러 차례 수술을 하기도 한다. 서구에서는 이런 환자를 통합해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꽤 많다. 이 분야를 맡는 의사들이 골반저질환 전문의사이고 이 치료 분야를 ‘골반회음학’이라 한다. 국내에선 부인과나 대장항문외과 의사가 이 역할을 맡기도 하지만 아직 그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경남 거제에서 온 87세 할머니는 자궁과 직장이 같이 탈출한 환자였다.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어 했던 할머니는 복강경 수술로 한 번에 두 가지 질병을 치료했다. 수술 후 2주 만에 병원을 찾은 할머니는 “이 의사 참 용하다”며 고마워했다. 전문 분야의 범위를 넘어 질병별 부위별 융합을 통해 원스톱으로 치료하는 전문분야의 혁신은 환자에 큰 도움이 된다. 수준 높은 치료를 하고도 정해진 프레임에 따라 진료를 해야 하는 현실에 그 가치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현실이 좀 아쉽긴 하지만 환자를 만족하게 하는 치료 결과에 대한 성취감은 외과의사가 된 것을 보람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통합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의사가 늘면 환자도 편해질 것이다.

부산항운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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