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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전원책이 남겨준 한국당 혁신의 숙제 /차재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19 19:03:4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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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겁게 끝난 회견’ ‘폭로 대신 쓴소리’ ‘결국 한방은 없었다’. 지난 14일 전원책(全元策) 변호사의 기자회견 뒤 쏟아진 기사 제목이다. 언론의 실망(?)은 이해할 만하다. 그 닷새 전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위(조강특위) 위원에서 전격 해촉된 장본인의 회견치곤 너무 밋밋했다. 반면 한국당은 안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어쨌든 ‘진흙탕 싸움’을 피한 탓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도 “담담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전원책 사태’는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하다.

“보수 재건의 꿈은 사라졌다.” 당사자의 이러한 탄식은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 이유를 ‘전원책’, 그의 이름을 빌려 따져보자.

①轉怨策(돌릴 전(轉) 원망할 원(怨) 꾀 책(策)) : “원하는 대로 칼질해주지 않겠나 생각한 모양인데, 나를 정말 하청업체로 생각한 것 같다.” 해촉 당일 분기탱천한 전 변호사가 한 말이다. 당초 비대위는 ‘십고초려’까지 해 그에게 인적 쇄신을 맡겼다. 이때 나온 말이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친다는 뜻이다. 실제 비대위는 그를 비롯해 4명의 조강특위 위원을 모두 외부인으로 보임했다. 여기에 “전권을 보장하라”는 그의 요구를 못 이기는 척 수용했다. 외부인으로만 구성된 조강특위에게 인적 청산의 칼자루를 오롯이 쥐어준 것은 우리나라 정당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례다. “당내 계파나 인연에 얽매이지 않아 객관성 담보가 가능하다.” 비대위의 설명대로 적잖은 기대가 모였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비대위가 뒤로는 살려야 할 몇 사람 리스트를 은근슬쩍 넘겼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 비대위의 해명이 있었지만 명단이 건네진 것은 사실로 밝혀졌다. 논란이 커지는 와중에 비대위는 정치적 발언을 핑계 삼아 전 변호사를 단칼에 잘라버렸다.

사실 정당 혁신의 핵심은 가치 재정립과 사람 물갈이다. 이 중 인적 쇄신은 기득권의 엄청난 저항과 반발이 따르기 마련이다. 탈락한 이들의 원망에 휘말려 자칫 혁신주체가 정치적 치명상을 입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轉怨策(전원책 : 원망을 타인에게 돌리려는 꼼수)이 빚은 참사라는 얘기가 나온다.

②田園柵(밭 전(田) 뜰 원(園) 울타리 책(柵)): 전 변호사 해촉의 직접적 계기는 김병준 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눈앞에서 권력이 왔다갔다 하니 그게 독약인 줄 모른다. 그런다고 자기에게 대권이 갈 줄 아느냐.” 제1야당의 임시 대표 완장을 꿰찬 뒤 당 혁신보다 개인적 정치행보에 더 욕심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미 비대위 이후 현실정치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어 놓은 상태. “저는 비대위에서 끝나야 한다.” 지난 7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전당대회나 총선 출마를 일축했다. 하지만 전 변호사의 생각은 달랐다. “9일간 묵언수행한 사람에게 언행을 조심하라고 하는 게 무슨 말이냐. 자신은 팟캐스트·아프리카TV 등 나오라고 하는 데는 다 나가지 않느냐.” 김 위원장이 전 변호사의 입은 묶어 놓은 채 ‘자기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비슷한 구설에 오르긴 마찬가지. 연일 당 대표급 발언으로 뉴스의 초점이 됐다. 태극기 부대 포용, 지도체제 변경, 전당대회 내년 7월 연기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당연히 당 안팎에선 큰 혼선이 일었다.

모름지기 정당 위기 때 필요한 것은 ‘나보다 당을 먼저 생각하는’ 선당후사의 정신. 하지만 한국당 혁신에선 ‘자기정치’를 앞세운 田園柵(전원책 : 정치적 밭과 뜰을 만든 뒤 남이 들어오지 못하게 울타리 치기)만 두드러지고 있다.

③全員責(모두 전(全) 인원 원(員) 책임질 책(責)): 불과 2년 새 한국당의 추락은 숨 가쁘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파면, 뒤이은 정권교체와 지방선거 대참패까지. 각성은커녕 연이은 오만과 패착은 보수궤멸로 이어졌다. 그래서 대오각성의 자세로 비대위를 출범시켰지만 권한만 누리고 책임을 지지 않고(轉怨策), 틈만 나면 ‘자기정치’(田園柵)에 몰두하는 비대위. 그 적나라한 민낯이 ‘전원책 사태’로 여실히 드러났다.

전 변호사만 입 닫고 물러난다고 비상대책위원회가 제대로 돌아갈까. 진정한 보수혁신을 위해선 全員責(전원책 : 모두가 책임지기)이 절실히 필요하다. 모두가 ‘내 탓이오’라는 마음으로 책임지겠다는 ‘희생의 각오’ 말이다.

부산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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