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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의 세설사설] ‘자유한국당’이란 이름의 개구리 연못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18 18:48:59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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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체질을 뜯어 고치려면 과감한 인적 청산을 해야한다 외치더니 지금 돌아가는 꼴은 과연 무언가. 개혁의 칼잡이를 자처하던 이는 한 달 만에 쫓겨나고 보수대통합과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둘러싸고 계파 간 싸움만 하고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자정작업은 물 건너간 느낌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회복이 불가능할 수준으로 타격을 입은 게 무엇 때문이었는지 자유한국당은 벌써 잊었단 말인가.이념개혁도 못 하고 인적 청산도 못 하고 계속 자중지란의 붕어짓만 한다면 내후년 총선에선 아마 민심이란 물뱀이 동네 개구리 연못을 재차 덮칠 것이다.


   
칼럼을 연재하다 보면 야당보다는 아무래도 집권 측에 대한 비판이 많아지게 된다.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쥐고 국정의 채를 잡고 있는 사람들의 책임이 더 무겁기 때문이겠다. 그래서 야당에 대한 언급을 그리 자주 하진 않았지만, 요즘 제1야당 돌아가는 꼴을 지켜보자니 한마디하지 않곤 못 배길 것 같은 심정이 된다.

우선 이솝우화 한 토막부터. 연못에 살던 개구리들이 제우스에게 몰려가 자기네를 다스릴 왕을 하나 내려달라고 와글거렸다. 제우스는 통나무 하나를 연못에 떨어뜨려 주었다. 첨벙하는 소리에 깜짝 놀란 개구리들은 처음엔 연못 구석에 숨었다가 슬금슬금 통나무 곁으로 다가왔다. 그런데도 통나무가 꼼짝 않자 슬쩍 밀어보는 놈, 올라타 보는 놈이 생겨났다. 통나무 왕을 깔보게 된 개구리들은 다시 제우스에게 몰려가 좀 무서운 왕을 보내달라고 떼를 쓴 거다. 짜증이 난 제우스가 이번엔 물뱀을 내려 보내 주었다. 물뱀이 개구리를 마구 잡아먹자 개구리들은 혼비백산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는 거다.

자유한국당이란 연못의 개구리들은 지난 6월 지방선거 때 거의 폐당 수준의 참패를 당했는데, 이래선 몽땅 죽는다는 아우성이 당내에서 높아졌다. 이대로라면 당이 해체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낡은 보수를 내버리고 시대정신에 걸맞은 새로운 보수 이념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인적 쇄신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소리가 장마철 악머구리 끓듯 했다. 그래서 새로 왕을 하나 불러들인 게 비상대책위원장 김병준이었던 거다. 그런데 지금으로선 이 왕이 통나무처럼 무색무취한 게 탈이다.

처음엔 제법 첨벙하는 소리를 내긴 했다. 이를테면, 정부가 국민의 폭식을 유도하는 ‘먹방’을 규제하겠다는 발표를 사례로 들어 “국가가 온갖 삶을 간섭하고 개입해서야 쓰겠느냐”고 근엄하게 꾸짖었던 것. 그가 ‘국가주의’ 논쟁을 벌일 포즈를 취하기에 나는 케인스식 경제정책을 펼치는 문재인 정권에게 대판 싸움이라도 걸 줄 알았다. 정부와 정책 논쟁을 벌이면서 자신들의 보수 이념과 정체성을 가다듬는 기회로 삼을 줄 알았던 거다. 그런데, 그런 내 기대가 너무 순진했다는 걸 알아차리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과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김병준의 입에서 보수의 길을 진단하는 제대로 된 목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오렌지족 사교모임 같은 자유한국당의 체질을 뜯어고치려면 과감한 인적 청산을 해야 한다고 외치더니 지금 돌아가는 꼴은 과연 무언가. 이 통나무 왕이 제 손에 피 안 묻히려고 종편의 정치만담 단골 출연자를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불러들이지 않았나. 그런데 이 양반이 하청을 받았으면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원청업자를 제치고 제가 왕 노릇을 하려고 했던 거다. 보수 대통합을 하려면 ‘태극기 부대’도 집어넣어야 한다, 전당대회를 내년 2월이 아니라 7월로 늦추자 운운. 그렇게 툭탁거리더니만 한 달도 못 돼 저승사자라던 이 칼잡이는 종이호랑이가 돼 쫓겨났다. 빈 수레가 요란하더라고 이 연못의 자정 작업은 벌써 물 건너 간 느낌이다.

그러니, 그동안 눈알만 뒤룩거리며 숨죽이고 있던 개구리들이 이 통나무 왕을 깔보는 기미가 역력하다. 당을 망친 원죄를 둘러쓰고 숨죽이고 있던 중진이란 사람들도 당권을 다시 쥐어보려고 기웃거리고 있다. 인적 청산이 제대로 됐다면 죄다 당 밖으로 쫓겨나야 했을 사람들이 아닌가. 더 딱한 건 복당파니, 잔류파니 하며 자기네들끼리 치고받고 있는 것. 헌법적 심판이 내려진 지가 언젠데, 아직도 박근혜 탄핵에 부역했느니, 방조했느니 하는 얼빠진 소리가 새어 나와 듣는 내가 다 부끄러울 지경이다. 모르긴 몰라도, 계파별로 삿대질하고 종주먹을 을러대는 꼴은 전당대회가 다가오면 목불인견(目不忍見)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 코너는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오래전에 “붕어의 아이큐는 3”이라는 농담을 들은 적이 있다. 붕어란 놈은 미끼를 물었다가 낚싯바늘에 채여 갈 위기를 겨우 넘기고도 3초 만에 그걸 까먹고는 또 미끼를 문다는 거다. 글쎄, 이 동네 연못 개구리들의 기억력은 딱 5개월 한정인 모양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회복이 불가능할 수준으로 타격을 입은 게 무엇 때문이었는지 벌써 잊어먹었단 말인가. ‘박근혜 국정 농단’의 방조세력, 아니 공범이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처참하게 난파했지 않았나. 그래서 자기네 입으로 이명박·박근혜 시대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니, 보수의 재구성이니 아우성쳐놓고선 이제 와서 박근혜가 억울하게 당했다느니, ‘태극기 부대’를 다시 모셔와야 한다느니 나오는 대로 떠들고 있질 않나.

그들의 붕어식 계산법은 이런 모양이다. 국민 중에 ‘태극기 부대’의 점유율이 15~20%는 될 거다. 그 구렁이알 같은 표를 내버릴 거냐는 것일 테다. 그 표만 있으면 정권을 되찾고 국회의원 자리를 계속 차지할 수 있다는 걸까. 그 표 얻으려고 극보수로 되돌아가면 등 돌리는 중도와 온건보수 표가 얼마나 될지 계산할 능력도 안 되는 모양이다.

좋다. 백 보, 천 보 양보해서 그들의 주장대로 박근혜가 억울하게 탄핵됐다고 치자. 그렇게 억울하다면 제 하나 희생해서 항의 한 번 변변히 해본 ‘친박’이 있었나. ‘주군’이 감옥에 들어앉아 있는데 ‘꼴난’ 국회의원 자리 내던진 사람이라곤 눈을 닦고 봐도 없었지 않나. 자살이란 죽음의 방식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보수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 노무현, 노회찬처럼 자기 한 몸 내던져 몸담아 온 조직과 평생을 지켜온 이념을 보호하려 한 사람이 누가 있었냐는 거다. 죄다 ‘웰빙 입 보수’들 아닌가. 내가 보기엔 자유한국당의 치명적 약점은 ‘비겁’이다.

원내대표 김성태처럼 당권 쥔 복당파도 마찬가지. 처음엔 반성하는 시늉을 하더니 이젠 그것도 걷어치우고 문재인 정권의 발목 잡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그래, ‘소득주도 성장론’이 실물 경제와 들어맞지 않는다 하자. 그럼, 당신네의 대안은 무언가. 최저임금을 원점 회귀하고 재정 주도형 고용정책을 폐기하면 만사형통인가. 그걸 폐기하면 당신네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의 업보인 ‘소득양극화’도 함께 사라지나.

나는 자유한국당이 ‘출산주도 성장’이란 코미디 같은 소리 빼고 그 어떤 정책 대안을 내놓았는지 모르고 있다. 물론 야당이 정권 감시와 견제를 하긴 해야 한다. 하지만 개헌도 안 돼, 소득주도 성장도 안 돼, 남북교류 협력사업도 북한에 대한 퍼주기이니 안 돼, 정치개혁도 안 돼, 무조건 ‘안 돼요’이니 그럼 되는 건 도대체 무언가. 하다못해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된 ‘유치원 개혁법’조차 꿀 먹은 놈처럼 입 닫고 있는 정당이 무슨 국민의 신임을 기대하느냐는 거다.

그 판국에 개구리 동네의 시한부 왕으로 오신 분은 뻐꾸기처럼 다음 대권후보 자리를 꿰찰 묘수가 없나 하고 눈알만 굴리는 형국이다. 뻐꾸기가 오목눈이 둥지에 알을 낳고 사라지면 오목눈이가 뻐꾸기 알이 제 건 줄 알고 품어 부화시키는 거다. 뻐꾸기 새끼는 오목눈이의 알을 굴러 깨트리고는 오목눈이가 물어 나르는 먹이를 먹고선 나중에 둥지까지 차지한다질 않나.

어쨌거나 이념 개혁도 못 하고 인적 청산도 못하는 통나무 왕이 점점 얕잡히고 있다. 당내 친박계에선 ‘김병준 사퇴하라’는 소리도 슬슬 새나오고 있다. 자기네가 비상사태라고 해서 만든 ‘비상대책위원회’를 좌초시키고 나면 그 다음엔 특별비대위원장을, 그 다음엔 특특별비대위원장이라도 모셔올 심산일까. 값을 올려 받으려고 ‘보통’에서 ‘특’으로 이름만 바꾸는 설렁탕집도 아니겠고. 한마디 하겠는데, 계속 붕어 짓을 하면 내후년 총선에선 아마 ‘민심’이란 이름의 물뱀이 동네 개구리 연못을 재차 덮칠 거다.

   
이왕 당신들을 ‘개구리’에 빗댔으니 개구리 이야기를 두 개만 더 해드리겠다. 첫 번째, 찬물이 든 냄비에 개구리를 가둬두고 서서히 물을 끓이면, 개구리는 1도씩 온도가 올라가는 줄도 모르다 서서히 삶겨 죽는다는 이야기. 두 번째, 개구리 세 마리가 우유통에 빠졌다. 한 마리는 지레 포기해 빠져 죽고, 한 마리는 조금 버둥거리다가 빠져 죽고, 한 마리는 밤새도록 끈기 있게 헤엄을 쳤다. 그랬더니 우유가 딱딱한 치즈가 돼 살아남았다는 이야기. 당신들은 과연 어떤 개구리가 될 것인가. 선택은 당신들의 몫이다.

소설가·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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