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통계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현물복지를 소득에 포함하면 불평등이 줄어든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통계청은 ‘사회적 현물이전을 반영한 소득통계 시험작성 보고서’에서 학교 무상교육, 의료 지원, 임대주택, 국가장학금 등의 사회적 현물복지를 소득으로 환산하면 1인당 466만 원, 비율로는 15.7% 소득이 늘어 불평등이 완화된다고 했다. 불평등 측정치 도구들인 지니계수는 0.357에서 0.307로, 소득상위층과 하위층을 비교하는 소득배율은 7.06배에서 4.71배로, 17.9%였던 상대적 빈곤율은 12.2%로 각각 개선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3가지의 시비점이 있다. 기저효과, 균형성, 그리고 소득과 복지의 개념이다.
기저효과는 기준이 되는 수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모든 소득 계층에 사회적 이전비용을 더하면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서 혜택이 크게 보인다. 발표 내용을 보면 소득 하위계층인 1분위는 523만 원, 상위계층인 5분위는 403만 원이 보태져 각각 59.8%와 6.3% 소득이 늘어난다. 하위계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계산한 불평등 지수는 당연히 나아진다. 이는 착시일 뿐 불평등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
닻을 어디에 내리느냐에 따라 배가 정박하는 위치가 달라지듯 통계는 어디서 어떤 수치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진다. 정부 지원금을 소득에 포함시킨다면 상위 소득자가 지출 없이 누리는 혜택들을 더해야 한다. 국회의원과 선출직공무원이 공무로 해외에서 쓰는 비용은 개인부담이 아니다. 좋은 기업에 다닐수록 식사값, 술값, 간식비, 교제비 등을 법인카드로 지출한다. 소비지출이 많은 부자는 1년에 한 번은 마일리지로 비행기를 타고, 신용카드 포인트로 재화를 구입하며 백화점에서 주차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생활비나 개인용품까지 회사 경비로 지출하는 경우를 이번 유아원 사건에서도 목격하지 않았는가. 하위 소득자에게는 이런 혜택이 없다. 전부 자기 돈으로 사야 한다. 정부지원금이 소득 하위계층에 혜택을 준다는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나 사회적 물적 지원을 소득으로 환산하려면 금력과 권력자의 보이지 않는 사회신분에 따른 혜택 역시 소득에 보태야 균형이 맞는다. 이는 아마 현물복지금액보다 많을 것이다.
소득과 복지는 구분돼야 한다. 복지를 소득에 합치면 불평등 파악이 더욱 힘들어진다. 옛날처럼 자급자족이 많다면 지출로 불평등을 들여다 보겠지만 서비스업이 발달한 요즘은 소득수준으로 불평등을 파악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자본소득과 사업소득 파악이 근로소득만큼 명확하지 않아 소득과 복지를 구분해서 불평등을 해석해야 한다. 소득이란 자유의지로 쓸 수 있는 재화이지 무차별적으로 주는 정부 복지와는 다르다.
지난여름, 통계청은 올해 1분기의 가계동향조사에서 일자리는 줄었고 소득분배는 나빠졌다고 발표했다. 일자리를 강조하고 소득주도 성장을 힘주어 표방해온 정부로서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통계였다. 청와대가 나서서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2017년까지는 2010년의 인구총조사를 기준으로 작성했지만 이번 조사는 2015년 인구총조사를 기반으로 가계동향을 처리해 그렇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만약 예전처럼 2010년 인구총조사를 적용했다면 하위 20%의 소득 감소는 8%가 아닌 0.5%에 그친다는 것이다. 2010년에서 2015년까지 5년 동안 크게 바뀐 것은 1인가구의 증가와 저소득층 증가다. 소득 불평등을 확대시킨 정권을 물리치고 이를 해소해달라는 국민의 염원으로 정권을 잡은 정부여당은 무척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먼저 불평등 정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과 가까운 2015년 인구총조사를 기준으로 한 불평등 계산이 현실에 더 가까운 것 아닌가.
결국 황수경 통계청장은 교체됐다. 국무총리는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경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미리 알리지 않고 2010년 기준을 2015년 기준으로 바꾼 것은 잘못한 일”이라고 했다. 신임 강신욱 통계청장은 불평등이 심해지지 않았다는 통계 결과를 갖고 나왔다. 그는 임명 당시 야당으로부터 정부 입맛에 맞는 글을 썼다는 드레질을 받았다. 자고로 배밭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 법이다.
경성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