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 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방문 때 양국 정부는 허황옥 황후를 기리기 위해 기념비를 세우고 향후 이러한 행사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그후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발 빠른 인도 재방문은 공공외교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흥미롭게도 김수로왕과 허황옥 황후의 만남은 역사적 사실과 상관없이 아시아의 양쪽 끝에 위치한 두 나라의 외교관계에 촘촘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줬다. 나아가 민간외교에서도 한국인과 인도인 사이에 어색함을 누그러뜨리는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인도에서도 한참 외곽인 아요디야 지역에 한국 영부인의 방문은 양국의 작은 공공 외교의 불씨를 점화시켰다.
김 여사는 아요디아에서 ‘람 다르바’라는 지역 힌두교 축제에 참석해 인도 라마신의 아내인 ‘시타’를 화환으로 환영하는 최초의 외국인 VIP가 되었다. 시타는 궁전의 안락함을 버리고 남편인 라마신과 숲 속에서 고된 생활을 한 사랑과 헌신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라마는 허왕후와 같은 아요디야 출신이며 그에 대한 기록은‘라마야나’라고 불리는 경전으로 정리돼 동남아 지역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악을 물리친 라마의 승리를 축하하는 빛의 축제인 ‘디왈리’에서도 인도의 전통 옷 ‘사리’를 입고 참석한 김 여사의 모습은 현지 언론에 보도돼 화젯거리가 됐다.
중요한 점은 김 여사가 뉴델리가 아닌 아요디야 지역의 디왈리 축하 행사에 참석한 것에 있다. 대다수의 국가 간 교류가 서로의 수도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을 감안해볼 때 한 국가의 영부인이 아요디야 지역의 축제에 참석한 것은 인도에 대한 단면적이 아닌 깊이 있는 접근으로, 인도 내 다양한 언어, 문화 및 전통에 대한 지역적 다양성의 인식을 보여준다. 축제에 참석해 행한 연설에서 간디와 타고르를 인용한 김 여사는 ‘행복을 나누는 것이 행복을 배로 늘리는 수단’이라는 인도의 속담도 언급하며 아요디야에서 많은 이와 함께 디왈리를 축하할 수 있어 기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순풍을 만난 국가 간 교류를 반영하듯 인도의 우트라프라데쉬(UP) 지방 정부는 즉각 아요디야 지역에 공항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부산과 김해에도 인도 관광객을 더 유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해 첸나이 출신의 인도 사업가인 TVS그룹의 베누고팔 회장은 부산에서 인도 문화시설을 건설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한 적이 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북미, 일본, 아시아 및 중동에서 활동하는 풍부한 기술력을 지닌 전문직종의 인도 디아스포라가 부산을 관광지로 활용하는 계기가 돼 인도의 투자를 부산에 끌어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 인도의 모디 총리와 그의 정당은 인도의 국내외 정책을 추구하는 데 있어 전통과 문화의 종교적인 색채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종교가 국가정책 지침에 있어 큰 역할을 못 하던 간디와 네루의 세속주의 방식과는 다르다. 아요디야 지역은 우파 힌두 강력주의자들이 무굴제국의 창건자인 바베르의 이름을 딴 이슬람교의 사원이 있었던 곳에 라마 사원을 지으려고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이슬람교 사원은 본래 라마 사원이 있었던 곳에 지어졌다는 주장 속에 강경 힌두 집단에 의해 1992년 강제적으로 허물어진 이력이 있다. 라마 사원을 이곳에 짓는 문제를 놓고 현재 인도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지만 아직 판결이 난 상태가 아니다. 이 문제를 정치화하며 선거과제로 삼는 과격 우익 세력의 활동은 일각에서 인도의 세속주의 전통을 무너뜨린다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국내 정책입안자들은 모디 시대의 급진적인 변화를 바르게 인식하고 장기적으로 상호 이익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요디야 지역 내의 민감한 정치, 종교적 이슈뿐 아니라 복잡한 인도의 선거정치 이슈들에 관한 인식이 앞으로 두 국가 간의 무역 경제 방위 문화 과학 기술 그리고 교육 부문의 협력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아름다운 얘기가 신화적 연결고리로 두 국가 간 교류의 신기반이 되고 있다. 이번 공공외교를 통해 한국이 타국의 문화 전통도 존중한다는 점도 국제적인 무대에서 알려줄 수 있었다. 향후 과제는 민간외교가 변화하는 인도의 정치 경제에 대한 다면적인 이해에 기반을 둔 접근이 아닐까.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