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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사라진 가야문명의 귀환을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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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1-08 19:10:2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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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창원에서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는 원래 3개 고분군으로 출발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7개 고분군(대성동, 말이산, 옥전, 지산동, 송학동, 교동·송현동, 유곡리·두락리 고분군)으로 확장돼 그 첫선을 보이는 자리였다. 무려 10개 지자체(경남도 경북도 전북도 김해시 남원시 고령군 함안군 창녕군 고성군 합천군)가 함께하는 출범의 자리였다. 가야는 여러 동맹체로 이루어진 독특한 문화상을 가진 연합체 성격의 국가였고, 가야인들은 ‘같으면서도 차별화된’ 그리고 ‘다르면서도 공통적인’ 우리나라 고대사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독특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한 가야인들의 역사와 문화를 ‘가야고분군’을 통해 과연 규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 타진이 학술대회 개최의 주된 목적이었다.
   
2018년 11월 현재, 167개국의 총 1092점의 유산이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다. 우리나라도 13개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고, 이 유산들은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 등 고대와 전근대사 전반에 걸쳐 해당 시대의 역사적인 문명사를 전 세계에 대변하고 있다. 유네스코에 의한 세계유산 제도가 시작된 지 50여 년이 다가오기에, 랜드마크 형상의 독보적인 유산이나 국제적 관점을 끌만한 역사성을 가진 유산들의 양적 고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국가는 국가경쟁력의 잣대가 되는 세계유산의 보유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스타일의 유산을 발굴하고 있다. 등재의 예비적 성격을 가지는 잠정목록도 무려 1696개소(177개국)에 이른다. 가야고분군은 현재 여기에 속해 있다.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가 본격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몇 가지 짚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우선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에 등재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다. 그 해답은 무엇보다도 가야고분군을 탄생하게 한, 그리고 가야를 있게 한 ‘가야문명에 대한 국제사회에서의 공식적인 인정’일 것이다. 원삼국에서 삼국시대에 이르는 60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한반도에 존재했던 가야인의 문명을, 세계 민족문화의 지평 위에 펼쳐졌던 가야인의 삶을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드러내야 한다. 등재 도전의 시기가 임박해지고 있다. 그때가 2020년이 될지 또 그 이후가 될지 정확지는 않지만 앞으로의 2, 3년은 가야문명사의 새로운 전환의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둘째는 ‘유산이란 개념 속에 내재된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유산은 문화재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문화재에는 지키자는 절대적인 보호 개념이 강하게 작용하는 반면 유산은 물려받은 또 물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산 전반의 복합 가치가 중시된다. 따라서 세계유산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라는 관점이 먼저가 아니라 유산의 특이성 즉, ‘그 지역만의 특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해당 유산의 지역적인 가치가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을 때 비로소 세계유산의 자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7개 고분군의 이야기를 통해, 이곳들이 망자들의 집단 무덤이나 백성들을 지배하기 위한 과시물이 아니라 삼국의 틈바구니에서 ‘삼국에 견줘 뒤떨어지지 않았던 가야인의 정신가치를 기술적 능력으로 승화한 물증’임을 밝혀내야 한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가야고분군은 수세기 동안 오랜 시간을 두고 연합동맹체로서 전체 가야 사람들이 합의했던 ‘특별한 약속’을 통해 점진적으로 조영되었다는 점이다. 그 특별한 약속이 무엇이었는지를 밝혀내는 작업, 그것이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 등재에 오르는 핵심의 근거가 될 것이다.
세 번째는 ‘가야고분군이 가진 세계적인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등재를 위해서는 먼저 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라 불리는 유산의 탁월하고도 보편적인 가치가 정립되어야 하고, 유네스코가 제시하는 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의 조건에도 부합돼야 한다. 또한 해당 유산은 전 세계 그 어떤 유산과도 차별화된, 세계에서 하나뿐이라는 유일성을 갖춰야 한다. ‘만약 해당 유산이 해체되거나 손상된다면’이라고 상상해보자. 해체 대상 유산의 OUV를 전 세계 어떤 유산에서도 발견할 수 없거나 또 그 사실이 인정될 때 해당 유산은 해체의 길이 아닌 세계유산 등재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가야고분군이 ‘사라진 가야문명의 문화적 전통과 가야문명을 보여주는 유일하면서도 독보적인 증거’라는 사실이 반드시 증명되어야 한다.

학술대회 자료집의 한 부분에서 가야고분군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가야고분군은 고분의 입지, 배치방식, 묘제 등을 통해 사라진 가야문명의 성립과 발전, 소멸의 전 과정과 가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물적 증거다’. 몇 번을 읽어봐도 옳아 보인다. 그런데 한국 사람이 아닌 외국인들도 이 문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야 한다. 7개의 고분군이 하나의 틀 속에서 가야문명의 독창적인 문화적 특성과 그 전통의 여러 사실을 대변하고 있음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숨겨져 있었거나 잊고 있던 한 시대의 문명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드러내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세계유산 등재의 도전이다. 그게 국제적인 경향이다. 그러나 가장 빠르다는 것은 결코 쉽다는 뜻은 아니다.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겉으로 특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축물과 같은 형상이 아니기에, 또한 우리나라 고대사에서 주류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하나하나 들춰내며 설명하며 또 증명하며 나아가야 할 길이 순탄해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이 작업의 끝은 어디일까. 그 순간이 세계유산 등재일까. 아니면 삼국과 같은 위상으로 가야의 존재가 국사 교과서에 실리는 날일까. 절대 아닐 것이다. 그때는 끝이 아니라 비로소 가야문명의 정신 가치의 회복과 AD 1~6세기 철기문명의 전달자로서 탁월했던 가야의 동북아시아 국제교류 역사의 재정립을 비로소 시작하는 출발점일 것이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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