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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의 세설사설] ‘집권 2년 차’ 문재인 대통령이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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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1-04 18:58:05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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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게임’은 지금부터다. ‘집권 2학년’인 문재인의 숙제는 여러 가지다. 북핵 해결을 향한 로드맵의 완성, 험난한 경제 파도 넘기, ‘적폐청산’의 마무리 등등.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이제부터 진짜 가시밭길이 시작된 셈이다.


아무리 단단하게 죈 나사라도 한두 해 쓰다보면 헐거워지게 마련이다. 문 정권이란 배도 시나브로 나사가 풀리는 기미가 엿보인다. ‘닦고, 조이고, 기름 쳐서’ 내년에 닥쳐올 험난한 파고를 타 넘어야 하지 않나. 따지고 보면 올해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11월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지도 어느덧 1년6개월이 지났다. 대통령의 집권 2년 차는 ‘정치적 황금기’라고 불린다. 인턴 기간이 끝나 국정 운영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 2년 차에 본격적인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던 터다. 노무현 정권은 ‘지방분권’을 부르짖으며 행정수도 이전을 밀어붙였다. 이명박 정권 역시 집권 2년 차에 4대강 사업을 포함한 ‘녹색성장’을 내세웠다. 박근혜 정권은 ‘창조경제’와 ‘규제 개혁’을 내걸었던가. 그러나 보시다시피 성공한 사례는 별로 없다.

왜 야심차게 시작한 브랜드 사업이 좌초해 오히려 정권의 부담이 되고 말았을까. 이유야 간단하다. 지나친 자신감이 잉태한 독선 때문이다. 취임 첫해 대통령들은 정권 기반 다지기에 골몰하면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러다 2년 차에 접어들면 국정을 꿰게 됐다는 자신감이 쌓인다. 온 나라가 자기 손바닥 위에 놓여 있다고 착각하는 것도 그때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2년 차는 어떨까. 절반이 흐른 지금 종합점수를 준다면 짜게 매겨도 ‘B’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게 내 개인적 생각이다. 교착의 기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북핵 해결’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이 그의 브랜드 사업인 건 삼척동자도 아는 일.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선 사실상 싹쓸이 대승을 거뒀다. 한때 80~90%까지 치솟았던 지지율도 등락을 거듭했지만 지금도 55~60%선은 된다. 국회에서 탄핵소추 결의안이 통과된 노무현, ‘세월호’ 침몰로 정권에 대한 신뢰까지 침몰해 허우적거린 박근혜의 집권 2년 차에 견주면 큰 사고나 정치적 위기를 맞지 않은 것도 그에겐 행운이다.

하지만 ‘본게임’은 지금부터다. ‘집권 2학년’인 문재인의 숙제는 여러 가지다. 북핵 해결을 향한 로드맵의 완성, 험난한 경제 파도 넘기, ‘적폐 청산’의 마무리 등등.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이제부터 진짜 가시밭길이 시작된 셈이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지난 1년 반을 복기하면서 전열을 재정비할 때가 아닐까.

우선 경제 문제부터. 지금 생산·소비·투자 부진이란 ‘삼각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증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선 건설 등 한때 한국경제를 떠받쳤던 제조업의 퇴조 속에 자동차산업도 쭉정이만 남았다고 야단이다. 그 빈자리를 반도체 하나가 겨우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일부 보수언론이 “성장엔진이 꺼졌다”고 떠드는 건 호들갑이라 치더라도 내년이 훨씬 더 어려울 것이란 건 다들 짐작하고 있는 대로다.

불황이 정부 탓만은 아닐 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다 미국의 고금리 정책 등으로 세계경제의 날개가 꺾이고 있지 않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일부 보수언론의 딴죽걸기가 오히려 경제 심리에 찬물을 끼얹은 측면도 있었다. 어쨌거나 한국은행이 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춰온 와중에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올해 성장률 2.7%도 간당간당하다.

어쨌거나 문 대통령은 엊그제 내년도 예산안 설명을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경제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일자리, 가계소득, 사회안전망의 확충에도 더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이끄는 또 하나의 축으로 ‘평화의 한반도’를 내세우면서 철도와 도로 연결, 산림협력 등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할 뜻도 명확히 했다. 하지만 대통령 자신의 고백대로 집권 2~3년 차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경제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그의 말마따나, 전통 주력산업인 제조업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고용의 어려움도 해소되지 않고 있지 않나. 대통령은 “여러 해 전부터 시작된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난국의 타개책으로 ‘재정 확대’란 처방을 내놓았지만 글쎄, 과연 그게 만병통치약인지는 솔직히 의문이긴 하다. 내년도 일자리 예산으로 올해보다 22% 늘린 23조5000억 원을 배정했지만, 세금을 퍼붓는다고 양질의 일자리가 늘지 않았다는 건 지난해와 올해 실적이 보여주는 바다. 자칫 귀중한 국민의 세금으로 공공부문 체험형 인턴, 전통시장 환경미화 따위의 초단기 일자리만 양산하는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 수도 있다. 혁신성장을 자극한다며 연구개발 예산에 20조4000억 원을 배정했는데 이 역시 산업구조 개편에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글쎄, 내 생각에는 이참에 거시 경제정책의 틀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고용지표가 나쁜 건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건설, 조선 등 장치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의 퇴조 탓이 제일 크지 않나. 그렇다면 작지만 알찬, 신기술에 기반을 둔 중소기업과 벤처의 육성에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싶다. 신소재, 인공지능, IT, 로봇, 문화예술 산업 같은 분야 말이다. 더 중요한 건 공정한 방식으로 벤처기업과 대기업을 이어주고 업종 간 다양한 융·복합을 활성화하는 식으로 산업 생태계의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단기간의 고용지표에 연연하기보다는 정부가 산업 대전환을 앞당기는 정책을 능동적으로 펴란 이야기다.

어쨌거나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곧 물러난다고 한다. ‘소득주도 성장’을 놓고 삐걱거렸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동반 퇴진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사람을 바꿔 볼 순 있겠다. 하지만 사람만 바꾼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 자체는 폐기하지 않더라도 이를 보완할 정책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 역시 따라야 하지 않을까.

북핵도 마찬가지.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에 큰 실수가 있었던 건 아니다. 올 한 해 많은 변화와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소극적인 기조로 돌아서니 갑갑증이 생긴다. 트럼프는 지금 중간선거 치르느라 정신이 없지만 며칠 후 결과가 나오면 북한에 눈을 돌리긴 할 거다. 지난 4월 판문점 회담, 6월 북미 싱가포르 회담 때까지만 해도 타결이 눈앞에 다가온 듯했지만 지금으로선 장기전으로 돌아선 모양새다. 연내 종전선언도 김칫국을 마신 격이 돼 버렸다. 우리 정부로선 한편으로는 북한을 조롱 속에 날아 들어온 새로나 여겨 배짱을 부리는 미국을 설득해 협상장에 밀어 넣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에게 좀 더 적극적인 베팅을 하도록 부추기는 데 주력할 일이다.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지구전을 각오하면서, 2차 북미회담 이후의 상황을 두고 전략적 대비책을 마련할 일이다.

대통령과 행정부가 나설 일은 아니지만, ‘사법농단’ 사건도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게 좋다. 우여곡절 끝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구속했지만, 몸통이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가는 길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검찰도 수사에 속도를 더 내고 법원도 더는 몽니 부리지 말고 죄 지은 자에 대한 단죄가 빨리 이뤄지도록 협조할 일이다. 그게 자신들을 위한 일이 아닌가. 언제까지 나라의 한 축인 사법부가 비틀거려서야 되겠나.

아 참, 그건 그렇고 개헌은 도대체 어찌되는 건가. 지난 봄 문 대통령은 자못 비장한 어조로 개헌을 주창했지만 지방선거와의 동시투표가 좌절된 후론 말이 없다. 시간을 주면 국회 주도로 연말까지 개헌에 나서겠다던 자유한국당도 꿀 먹은 벙어리다. 5년 단임인 대통령 임기를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에다 국민기본권 강화, 지방자치 활성화 등등 그렇게 손 볼 게 많다고 안달이더니 다들 왜 이리 까마귀 고기 먹은 듯 딴청일까. 지금 꼴로 봐선 연내 개헌은 고사하고 다음 총선 때도 성사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와 북핵문제로 골치 썩이는 줄은 알지만 대통령도 자신의 말을 책임지는 차원에서라도 개헌 엔진에 시동을 다시 켜야 하지 않을까. 자기네가 알아서 할 테니 대통령은 나서지 말라고 큰소리 쳤던 여야 정치권도 밥값 좀 해라. 마침 정치개혁 특위도 가동됐으니 개헌특위도 함께 구성해 논의를 시작해 보란 이야기다.

말을 하다 보니 이것저것 백화점식 주문이 되고 말았지만, 그건 그만큼 국정 현안이 산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단단하게 죈 나사라도 한두 해 쓰다보면 헐거워지게 마련이다. 문 정권이란 배에도 시나브로 나사가 풀리는 기미가 엿보인다. 풀어진 나사를 다시 죄고, 필요하다면 부품도 갈아 넣을 때다. ‘닦고, 조이고, 기름 쳐서’ 내년에 닥쳐올 험난한 파고를 타 넘어야 하지 않나. 따지고 보면 올해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소설가·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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