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대한민국의 인구를 수도권에 집중시키는 데 일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지방도시 문제는 심각하다. 인구감소·고령화의 파도 앞에 자유로운 지방도시는 없다. 특히 부산은 대한민국의 고령화도시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해가 갈수록 청년세대 인재 자본은 빠져나가고, 기업 경영도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었다. 도시의 성패는 인재를 모으고 자본을 집중시키는 능력에 달렸다. 그런 능력을 갖춘 도시가 발전하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도시 문제 해결의 핵심은 집중화와 연결성이다. 도시를 살리기 위해서는 분산되어 있는 힘을 한곳으로 모으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정부와 지자체는 민간과 협력해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홍보·지원하고 더 나아가서 콤팩트 시티(압축 도시) 전략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 사업은 공동화된 도심 지역의 물리적인 노후화와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침체된 도심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이것은 산업 구조 변화, 업무 시설 및 주택 개량 등을 통해 도시 공간 구조를 변화시키고, 침체된 도시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사업 ‘행복 마을 만들기 사업’은 철거에 의한 기존의 재개발 방식이 아닌, 마을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취약한 주거 환경은 물론 교육, 문화, 복지 환경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지역 공동체 활성화 사업이다.
콤팩트 시티는 도시 중심부에 상업·복지·업무·여가·문화시설 등을 밀집시켜 흩어져 있는 인구를 중심지로 모으고,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 다니며 생활할 수 있게 한 도시 모델이다.
이를 위해 고려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도심지 내 주거에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면서 획기적으로 용도지역 제도와 건축법을 개혁할 정책이 필요하다. 혁신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도심의 빈 업무빌딩에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만들고자 하는 아이디어도 실효성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혁신의 출발이 될 수도 있다.
둘째, 접근이 어렵고 집중효과가 떨어지는 비효율적인 도시 확산은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 인구를 교외에 분산시키려는 개발론 주장이 우세한 때도 있었지만, 교외에서 도심으로 출퇴근하면서 배출되는 공해를 저감하기 위해서라도 도시의 확산은 제한되어야 한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문제를 잘 알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대폭 이양하여 지역 경제를 강화하고 새로운 도시 위기에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불균형의 배경에는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불균형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민간과 협업하여 도심에 열등재가 아닌 정상재인 양질의 사회주택·준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주거는 가장 큰 비용이 들고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이다. 임대주택은 소유주택의 대체제로, 양질의 임대주택은 주택을 투기의 수단이 아닌 거주의 개념으로 인식을 전환하는데 도움을 주며, 주택시장 안정화에도 기여한다.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감정원은 세미나를 통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원, 자율주택 정비 사업, 우수 부동산 사업자 인증, 준공공 임대주택 정책인 ‘서울 2030 청년주택’, ‘부산 드림아파트’ 등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서울의 ‘2030 청년주택’은 서울시, 주택금융공사, 시중은행의 적극적·구체적인 협업과 노력으로 45곳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사업의 안정성과 입주자 만족을 확보하기 위해 역량을 갖춘 부동산종합서비스 회사가 PM(Project manager)이 될 경우 추가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도시재생 뉴딜·콤팩트시티와 사회주택·준공공 임대주택을 결합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 젊은 계층의 주거 안정화, 인재확보, 교통문제, 워라밸과 생산성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전기·도로 등 공공서비스 비용,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이는 공유경제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의 저자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도시의 번영은 교육, 기술, 아이디어, 인재, 기업가 정신과 같은 인적 자본을 모여들게 하는 힘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도시는 우선적으로 청년 계층, 경제적 취약 계층 등이 안정적으로 주거를 해결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기회와 비전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 더 나아가 도시가 재생하여 번영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기업·시민 모두가 공동체에 미덕을 선사하는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
㈜경성리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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