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26년째 날지 못한 부산갈매기 /신수건

거인 우승한 지 벌써 26년, 야구도시 자존심 큰 상처…구단 자체적 해결엔 한계, 정밀 진단 후 대수술해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2013년 미국 시카고에서는 한 노인의 죽음이 화제가 됐다. 백수를 넘긴 리처드 새비지라는 노인이 주인공이다. 사망 당시 그의 나이는 105세. 시카고를 홈으로 사용하는 미국프로야구 컵스의 마지막 우승 연도인 1908년 태어난 컵스의 골수팬인 그가 100년 넘게 리글리필드(컵스 구장)를 드나들었지만 컵스의 우승을 못 보고 눈을 감자 애도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당시 한국의 열혈 메이저리그 마니아들은 컵스를 ‘순종’이라고 불렀다. 조선 순종(純宗) 임금 2년 때 우승하고 아직 못한 것을 비꼬는 말이다. 이른바 ‘염소의 저주’에 걸려 100년 넘게 우승의 기쁨을 맛보지 못했지만 컵스는 3년 뒤인 2016년 대망의 우승컵을 안으며 한을 씻었다. 무려 108년 만에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일본에서는 오사카를 본거지로 둔 한신 타이거스의 불운이 유명하다. 지금은 미국에서 뛰고 있는 오승환이 활약했던 한신은 1985년 일본시리즈에 우승한 뒤 19명의 수상(연임 제외)이 바뀌도록 우승컵을 들지 못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엔 이들과 비견될 만한 팀으로 단연 롯데 자이언츠가 꼽힌다. 구도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강력한 팬심을 등에 업고 있는데도 오랫동안 우승과는 거리가 먼 공통점이 있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게 1992년. 문민화가 시작되기도 전인 노태우 대통령 때이다. 이후 대통령이 6명이나 바뀌었지만 챔피언 반지를 끼지 못했다. 역사책에 나오는 금융실명제를 도입한 때가 먼 옛날이야기 같지만 롯데 우승 그다음 해인 1993년이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것은 각각 2, 3년 뒤고.

이후 한국시리즈에 두 차례(1995년 1999년) 진출했지만 그것도 20세기의 일이다. 뉴밀레니엄 시대 롯데는 단 한 차례도 한국시리즈 진출을 하지 못할 만큼 변방에 있었다. 우승 당시 프로 2년 차로 열혈 청년이었던 ‘부산 야구의 심장’ 박정태(현 레인보우희망재단 이사장)는 어느덧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됐다.

사실 부산 야구는 변방이 아니라 중심에 있었다. 광복 이전부터 경남고와 부산고라는 양대 산맥이 한국 야구를 지배했다. 1982년 프로야구가 개막하기 전 3년간 야구대제전이라는 대회가 열렸다. 프로야구 개막에 앞선 일종의 이벤트 성격이었다. 졸업생들이 그 모교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르는 방식이었다. 이 대회에서 1979년, 1980년 2회 연속 김용희 최동원 등이 버틴 경남고가 우승했다. 3회 대회는 부산고가 아깝게 준우승에 그쳤다. 구도 팬들은 당연히 다음 해 시작되는 프로야구도 부산이 지배할 줄 알았다.

그런데도 롯데는 막상 프로야구가 개막하자 그 명성을 이어가지 못했다. 과거에는 투자에 인색해서 그렇다 치더라도 최근엔 삼성이 한 발짝 물러나는 사이 국내 프로야구무대에서 가장 ‘큰손’이다. 지난 3년 동안 롯데는 FA 계약에 486억 원 이상을 썼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게 벌써 26년 전이다. 부산지역 대학생 이하 층은 아직 우승의 감격을 누려보지 못했다는 말이다. 팬들 사이에선 ‘잃어버린 가을’을 찾아달라고 난리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한 팬덤 중 하나가 롯데 팬이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아빠 손에 이끌려 야구장을 찾은 아이들은 아빠만큼 팬덤이 강하지 못하다. 이들의 눈엔 아빠만큼 자이언츠라는 상품이 매력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언제든 야구장을 떠날 수 있다.

부산에서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시민들은 ‘부산=야구 도시’라는 데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자존심이 상당히 상했다. 참다못한 일부 팬은 몇 해 전 시민구단을 만들려고 했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힌 적도 있다.

투자 대비 성적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분명 조직 내부에 있다. 프런트는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매번 감독 교체로 위기를 넘기려 한다. 올 시즌도 끝나자 조원우 감독을 전격 해임하고 양상문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사령탑 교체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이번에도 그렇게 호의적이진 않은 것 같다. ‘돌려막기’라는 비판도 있고 특정 대학 출신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이쯤 되면 이제 대충 또 한 시즌 넘어가는 게 능사가 아닌 것 같다. 롯데 구단의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한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명망 있는 외부 전문기관에 정밀 조직 진단을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그 결과에 따라 대수술에 가까운 팀 리빌딩을 진행하는 것이다.

롯데엔 ‘신은 부산에 최고의 팬과 최악의 팀을 함께 선물했다’는 불명예가 따라다닌다. 언제쯤 이런 지긋지긋한 주홍글씨의 딱지를 뗄 수 있을까.

편집국 부국장 giant@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2조대 필요…국비 확보 관건
  2. 2아파트 거래절벽 심화에…수천만 원 포기 ‘마이너스피’ 속출
  3. 3‘센텀 금싸라기’ 신세계 땅, 내년엔 개발방안 나오나
  4. 4리스트가 환생한 듯…임윤찬의 건반, 통영을 홀렸다
  5. 5부산 ‘나홀로족’ 고령화…70대 비중 ‘전국 최고’
  6. 6산업은행 부산사옥 논의 착수…내년 초 이전기관 지정
  7. 7근교산&그너머 <1309> 경남 하동 옥산~천왕봉
  8. 8무적함대도 못 뚫었다…다 막은 ‘야신’
  9. 9“10년 연속 우수법관 뽑힌 비결? 판결할 때 짜증 안 내요”
  10. 10실내마스크 의무 이르면 1월 해제
  1. 1세 과시한 친윤…공부모임 ‘국민공감’ 의원 71명 참석
  2. 2비명계 “이재명 100일, 방탄 빼고 뭐 했나”
  3. 3민주, 이상민 해임안 처리 예고
  4. 4부산시의회 ‘5분 자유발언’ 인기폭발…생중계 소식에 의원 절반이 신청
  5. 5野 이상민 문책 결정...與 "정치쇼" 비판에도 강행, 파행 불가피
  6. 6대표팀 오늘 귀국...윤 대통령 내일 만찬 때 16강 쾌거 치하
  7. 7한 총리 "마스크 해제 내년 1월 말쯤?"...대전 충남 1월1일 공언
  8. 8여당몫 5개 상임위원장 윤곽…행안위 장제원 유력
  9. 9한동훈 차출설로 들끓는 여당, 본인은 "장관직에 최선"
  10. 10청년 만나고 부친 의원 찾고 … 안철수 부산투어 시작
  1. 1아파트 거래절벽 심화에…수천만 원 포기 ‘마이너스피’ 속출
  2. 2‘센텀 금싸라기’ 신세계 땅, 내년엔 개발방안 나오나
  3. 3부산 ‘나홀로족’ 고령화…70대 비중 ‘전국 최고’
  4. 4산업은행 부산사옥 논의 착수…내년 초 이전기관 지정
  5. 5주가지수- 2022년 12월 7일
  6. 6부산울산중소기업중앙회, 부산 남구에 감사패 전달
  7. 7외지인 점령한 사외이사, BNK 회장도 좌지우지
  8. 8부암3동, 비수도권 최초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지구’ 됐다
  9. 9부산 '억대 연봉' 근로자 4만7000명…1년새 16% 증가
  10. 10산업은행 이전 연내 고시 추진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2조대 필요…국비 확보 관건
  2. 2“10년 연속 우수법관 뽑힌 비결? 판결할 때 짜증 안 내요”
  3. 3실내마스크 의무 이르면 1월 해제
  4. 4늘어난 ‘보복 음주’…폭행 피해 구급대원 6년 내 최고
  5. 5첫 겨울 불꽃축제…부산시 안전대책 마련 분주
  6. 6“고향 김해에 내 분신같은 작품 보금자리 찾아 안심”
  7. 7연 365회 넘게 병원쇼핑 2550명…과잉진료 탓에 축나는 건보 곳간
  8. 8맞춤 돌봄으로 양육부담 줄이고, 치매관리로 100세까지 행복하게
  9. 9오늘의 날씨- 2022년 12월 8일
  10. 10K-water 부울경협력단·창원지사, 반찬나눔 기부금 500만 원 전달
  1. 1무적함대도 못 뚫었다…다 막은 ‘야신’
  2. 2거를 경기 없다…8강 10일 킥오프
  3. 3프랑스 또 부상 악재…음바페 훈련 불참
  4. 4축협 저격? 손흥민 트레이너 폭로 파장
  5. 5손흥민 “앞만 보고 달리는 팀 되겠다”
  6. 6호날두 대신 나와 3골…다 뚫은 ‘하무스’
  7. 7[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이강인 재발견 이번 대회 최고 수확”
  8. 8계약기간 이견…벤투, 한국과 4년 동행 마무리
  9. 9세계 최강에 겁없이 맞선 한국…아쉽지만 후회 없이 뛰었다
  10. 10승부차기 3명 실축에…일본, 또다시 8강 문턱서 눈물
우리은행
한국마사회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함께하는 나눔, 지속가능한 부산
북극협력주간, 새 북극정책 20년 준비할 때
기명칼럼 [전체보기]
출구전략이 아니라 전력투구가 필요하다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억울? 희생자 입장서 보라
화포천습지를 동식물 복원 중심지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민주당, 가망 있을까?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부산대첩과 군악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울경 합동추진단 예산 삭감 논란을 보며
차라리 정권과 금융계 수장 임기 맞춰라
도청도설 [전체보기]
코리안 에이지
로또 20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그까짓 거, 못 먹을 수도 있는 거죠
벼의 건조와 밥맛
사설 [전체보기]
BNK 회장 뽑는데 ‘보이지 않는 손’이란 말 왜 나오나
‘창업도시 부산’ 이젠 구호가 아니라 성과 필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빨라야 위태롭지 않다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아침숲길 [전체보기]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부산을 그리다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이태원 연가
와인 한잔할래요?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절대음감
베토벤의 머리카락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신명연의 ‘양귀비꽃’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메타버스 ‘오시리아 플랫폼’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