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대부분은 수 차례 영화화됐다. 1596년 작품 ‘베니스의 상인’ 역시 마찬가지다. 그중 마이클 레드포드 감독 판(2004년)이 친숙하다.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역의 알 파치노,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는 베니스 상인 안토니오 역의 제레미 아이언스 등 대스타들이 펼친 불꽃 연기대결이 볼 만했다. 첫 장면에서 상인들이 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를 커다란 다리 위에서 거꾸로 매달아 대운하에 빠뜨리려는 것을 무심한 눈빛으로 지켜보던 알 파치노의 표정 연기는 특히 압권이었다.
이 장면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리알토 다리(Ponte di Rialto)다. 118개의 섬과 운하로 이루어진 베네치아에 건설된 400여 다리 가운데 가장 유서 깊다는 이 다리의 역사는 1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중해 재해권을 쥔 베네치아의 중심부 리알토 지역에 시장이 형성되자 대운하를 쉽게 건널 다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초기의 목조다리들은 무너지기 일쑤였다. 16세기 말에 와서야 튼튼한 다리 건설을 위한 공모가 이뤄지는데,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미켈란젤로를 제치고 안토니오 다 폰테라는 건축가가 건설권을 땄다.
1592년 완공된 리알토 다리는 베네치아 대운하 최초 석조다리이자 19세기까지 유일한 다리로 명성을 날렸다. 지금도 베네치아의 명물로 건재하다. 건축적 특징도 빠뜨릴 수 없다. 너비 24m인 다리 위에는 좌우로 기념품점이 들어섰다. 아랫 부분은 반원형의 무지개 모양이다. 교각 밑으로 곤돌라가 지나가는데, 관광객들은 이를 보고 ‘레인보우 브리지’라고 불렀다. 무지개 다리라는 뜻이다. 동양에서도 하부를 아치형으로 만든 돌다리가 많다. 무지개다리, 또는 홍교(虹橋), 홍예교(虹霓橋) 등으로 부른다.
부산의 베네치아라는 뜻의 ‘부네치아’로 불리며 점차 인기를 끌고 있는 사하구 장림포구에 ‘레인보우 브리지’라는 이름의 보행교가 건설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려면 600~700m를 걸어가야 하는 불편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50억 원의 예산도 투입된다. 제2의 감천문화마을과 같은 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결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명칭 만큼은 재고할 필요가 있겠다. 레인보우 브리지라는 이름의 다리는 일본 도쿄를 비롯해 세상에 너무 많다. 지역의 특징을 담아낼 수 있는 참신한 이름을 공모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