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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지방은 이토록 당하기만 할 건가

공공기관 추가 이전 관련, 벌써 왜곡된 공격 시작돼

집요한 흔들기 막으려면 공동 대응 논리 마련·확산, 강력한 지방 연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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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칼럼(지난달 11일 자 ‘미친 집값과 서울 황폐화론’)에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둘러싼 논란을 다뤘다. 일부 야당과 언론에서 주장하는 이전 불가론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내용이었다. 특히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을 둘러싼 중앙의 집요한 공격을 주요 사례로 꼽았다. ‘시골 벽지’로 옮긴 뒤 직원 이탈이 심하고 결국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논리의 허구성을 지적하려는 의도였다. 억지 주장으로 지역균형발전의 발목을 잡지 말라는 주문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그 직후 국민연금이 같은 사안으로 또 도마에 올랐다. 새삼스레 지난 칼럼까지 다시 끌어들인 이유다. 발단은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서울발 기사였다. 기사는 “가장 고약한 것은 위치”라며 “지난해 국민연금은 서울에서 120마일 남쪽의 산과 논, 축사, 분뇨처리시설로 둘러싸인 혁신도시로 이전했다”고 전했다. “돼지와 가축 분뇨 냄새에 대한 관용은 필수적”이라며 조롱조로 돼지 삽화까지 그려넣었다. 기금운용본부 최고투자책임자가 1년 넘게 공석인 핵심 이유로 돼지 분뇨 냄새까지 감내해야 하는 위치 문제를 꼽은 것이다.

현장 확인이 여의치 않은 해외 언론까지야 그렇다 치자.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일부 중앙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 기사를 앞다퉈 따라 보도했다. 인용하는 모양새였지만 거 봐란듯이 해외 언론에까지 조롱당하는 걸 짐짓 즐기는 듯하기까지 했다. 자신들이 줄곧 주장해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문제점이 결국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됐다는 거다. 정작 해외 언론 기사의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고약한’ 보도가 아닐 수 없다.

그런 만큼 팩트부터 다시 챙겨보자. 전북혁신도시는 인구 3만여 명이 거주할 수 있도록 조성된 신도시다. 신도시 주변의 다소 먼 거리에 축사 등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축산 분뇨 냄새가 혁신도시까지 진동한다는 것은 과장을 넘어 명백한 왜곡이다. 차라리 부족한 인프라 등 정주 여건을 지적하는 내용이라면 그나마 수긍할 수 있지만 이건 도를 넘었다. 기금운용본부의 책임자 인선 지연 또한 공모 지원자 수가 이전 뒤 늘어난 점을 볼 때 온전히 지리적 문제가 이유라고 볼 수도 없다.

이러니 해당 지역에서 반발하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미 ‘논두렁 본부’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쓴 마당에 ‘축산 분뇨 냄새 진동하는 본부’라는 모욕까지 덧씌워졌으니 말이다. 전북지역 지자체와 언론이 왜곡된 내용을 하나하나 반박한 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해당 지역의 외로운 외침이었을 뿐 역부족이었다. 다른 지방은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팔짱만 끼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해외 및 일부 중앙 언론의 집요한 국민연금 흔들기 이상으로 심각한 건 이 같은 여타 지방의 무관심일지도 모른다.

공공기관 상당수는 전국의 혁신도시로 이전됐고 앞으로도 추가 이전될 예정이다. 내용은 다를지 몰라도 이번과 같은 왜곡 보도와 공공기관 이전 흠집내기는 다른 어느 혁신도시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남의 동네 일처럼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번 사안을 두고 전국의 지자체가 뜻을 모아 한 목소리를 냈더라면 과연 찻잔 속 태풍으로 그쳤을까 하는 아쉬움이 큰 것도 그 때문이다. 요컨대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 등에 딴지를 거는 세력과 논리에 맞서는 강력한 지방의 연대가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역할을 위해 전국 광역단체장으로 이뤄진 시도지사협의회가 있긴 하다. 이뿐 아니라 영호남시도지사 협력회의 등 특정 지역별로 묶은 시장·도지사 모임도 있다. 하지만 이들 모임이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 등에 공동대응한다는 취지에 걸맞은 활동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적당한 때 한 번씩 모여 고작 선언적인 성명서 하나 달랑 발표하고 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되짚어 볼 일이다. 정작 이들 모임이 필요한 건 이번 사안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힘을 몰아주는 것이다. 그저 자기 지역의 관심사에만 골몰해서야 ‘축산 분뇨’ 운운하는 왜곡이 제 일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만 그쳐서도 안 된다. 향후 추가로 이전될 공공기관은 물론 이미 지방으로 옮긴 공공기관을 두고도 중앙의 공격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맞서려면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폄하하고 왜곡하는 잘못된 시각을 깨부수는 지방의 논리가 중요하다. 이는 특정 지역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의 다양한 지역 협의체에 관료는 물론 각 지방의 전문가까지 참여, 끊임없이 공동 대응 논리를 만들고 확산시켜야 힘을 얻는다. 중앙의 끝없는 ‘고약한’ 행태에 이대로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 앞길만 챙겨서는 변화는 요원하다. 지방의 연대 없이 온전한 균형발전은 힘들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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