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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마음 부자가 풍요로운 삶을 누린다 /주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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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10-01 19:02:0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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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가 추석명절 연휴였다. 대부분 가족이 친목을 다진 시간이었겠지만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아 가족애가 깨진 경우도 있을 것이다. 가까운 사이라고 말씨와 마음 씀에 주의와 배려를 하지 않은 까닭이다.

사례1. 내가 살던 집은 부산 중구 남포동에 있었다. 젊은 시절 명절이면 서울에서 와 자갈치시장 앞을 지나갔다. 이때 안면이 있는 어르신들을 자주 만나곤 했다. 그분들의 인사가 “뭐 타고 왔나?”였다. KTX가 없던 시절, 나는 “비행기 타고 왔어요”라고 대답했다. 어르신들은 아마도 ‘좀 살 만한가 보네’ 생각하셨을 것이고, 나 자신도 ‘바쁘게, 살 만하게 산다’는 것을 드러내려는 대답이었다.

요즘도 지방에 가면 “뭐 타고 왔어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의례적인 질문일 수도 있겠으나, 얼마나 가졌는지, 얼마나 사는지를 ‘타는 것’으로 가늠하려는 듯하다. “어디에 사세요”라는 질문도 마찬가지다. ‘사는 곳’이 곧 그 사람의 부의 정도가 되는 세상이다. 이런 질문은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피하는 것이 낫다. 형편이 좀 나은 가족이 있는가 하면, 형편이 못한 가족도 있다. 질문 하나로 자존심을 건드리면 그 집의 명절 분위기를 망치게 된다.

사례2. 지인의 형제 한 명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일이 있었다. 평소 잘살았지만 사업에 실패한 것이다. 명절에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한 형제가 어려운 형제에게 1억 원을 만들어주자는 제안을 했다. 그때 형제 중에 살 집도 없이 가장 힘들게 사는 막내가 5000만 원을 내놓겠다고 했다. 살 만한 다른 두 형제는 태도가 달랐다. “그동안 펑펑 쓰고 잘살았으면 됐지, 뭘 도와주느냐”는 반응이었다. 결국 1억은 제안한 형제와 못 사는 형제가 합쳐 내놨다. 필자는 그 막내가 지금은 어렵더라도 앞으로는 잘살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의 넉넉한 마음 씀씀이가 그의 넉넉한 앞날을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사례3. 부의 기준은 재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마음이 풍요로운가에 있다. 남편은 강남 모 호텔의 스포츠센터 회원이다. 아들은 동네 시립 스포츠센터에 다닌다. 엄마인 나는 아들과 함께 동네 스포츠센터에 간다. 강남 스포츠센터는 회원권이 수천만 원인데, 동네는 한 달 2만 원이면 되니 얼마나 경제적이고 감사한 일인가? 더구나 오랜만에 가면 사람들이 그간 왜 안 보였는지 궁금해하며 따뜻한 관심과 정을 보여주니 참 좋다.

어느 날 동네 스포츠센터의 직원이 걱정을 털어놓았다. 어느 회원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불평을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신발장에 먼지가 많다는 둥 시설이 깨끗하지 않고, 기구가 오래되었으며, 무료 서비스가 적고, 휴대전화를 마구 써대는 사람들 때문에 시끄럽다는 것이다.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차이는 무엇일까? 감사할 점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다.

나는 그 사람 글에 댓글을 달았다. 스포츠센터에 가는 길이 숲길 같아서 너무 좋고, 시설은 좀 뒤떨어졌지만 이렇게 싼값에 운동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좋다는 글을 올렸다. 신발장이 깨끗하고 서비스가 좋은 곳을 원하시면 좀 더 비싼 곳을 찾아보시는 게 어떠냐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그렇다면 남편이 다니는 비싼 스포츠센터에는 어떤 불만이 있을까? 그것은 서비스와 시설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 남편과 일행이 불평하는 사람은 이름난 의사였다. 그는 수영장에서 헬스장으로 옮겨갈 때마다 수영장의 큰 수건을 세 개씩 가져간다는 것이었다. 하나는 몸을 닦고 하나는 깔고 앉고, 하나는 나올 때 발을 닦는 용도란다. 그만 그런 게 아니고 여럿이란다. 일부 회원은 그런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직원들 보기 부끄러워서 솔선해 그들이 널브러뜨리고 간 수건을 수영장에 가져다 놓는 수고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부자도 격(格)이 있어야 진정한 부자다. 그 의사의 인상을 보지 않았지만 그가 실력 없는 의사라는 평판을 받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행동이 그가 하는 일의 격을 일러주기 때문이다. 좋은 인상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일을 할 때면 눈이 반짝거리고 야무지게 다물어진 입이 좋은 인상이 된다. 하지만 격의 없이 어울리는 자리에서는 그윽하고 부드러운 눈빛에 약간 느슨하며 편안한 입이 좋은 인상이 된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마음이 가면 인상도 따라간다. 마음을 넉넉하게 가져보자.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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