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비례. 그렇다. 필자는 청년비례라는 이름으로 시의회에 입성했다. 지금의 청년은 다른 세대에 비해 몹시 힘든 시간을 견디고 넘어서야 인간다운 생활을 쟁취할 수 있기에 국민의,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대의기구에 청년의 몫이 필요한 것이다. 세대로서 청년이 ‘마이너(minor)’라면, 필자는 직군에서도 예술인이라는 마이너를 겸했다. 여기에 여성임을 더한다면,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자유문화기획자로 부산에서 10년 정도 활동했다. 애초 공연기획자가 되고 싶었지만, 부산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것은 성과와 함께 빚도 남는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았다. 그런 구조 안에서 임금체불이라는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로 말미암아 문화운동과 연결됐다. ‘생활기획공간 통’을 함께 운영하면서 동네 사람들이 집 앞에 나가서 비슷한 취미를 공유하는 이들과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것이 개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 다시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다양한 문화가 존재해야 많은 사람이 각자 뜻에 따라 여가를 보내고 그러한 동력이 다시 노동자의 자리에서 지낼 수 있는 활력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지역 음악가들을 보며, 그들이 당연하게 다른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 수 있는 창구를 따로 마련하는 모습에서 단 한 명의 음악가도 지역에서 음악가로 살아남을 수 없는 것에 안타까웠다. 청년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취업 아닌 창업을 선택한 동료들이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떠밀려 만들어진 결정이었다는 이야기도 굉장히 서글픈 사실이었다. 그리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투(#MeToo) 운동에서 우리나라 여성은 아직도 절대적인 비주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주 많은 과제가 쌓여 있고, 당면한 현안이 발생하면 거리로 나서기도, 의견을 개진하기도,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모든 과정은 늘 어려움 속에 진행됐고, 결과는 늘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러한 많은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답답함이었다. 차례차례 엉킨 실타래를 풀고 긴 시간을 갖고 최종의 목표에 이를 수 있는 그런 과정이 가능한지 의문에서 그 답답함은 비롯한 것이다.

처음 경험한 의회라는 곳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인되지 않을 것 같은 곳이었다. 뉴스에서만 보던 국회의 난장판은 부산시의회 본회의장에는 들어설 수 없을 것 같은 공기가 흘렀다. 선거운동에서 빠져서는 안 될 박수와 환호는 사라졌고, 누구라도 단상에 서면 경직되는 것 같았다. 물론 부산 시민을 대변하는 의회가 차분하게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공간의 무게에 짓눌려 모두가 위축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이 초선인 이번 8대 부산시의회, 다수가 민주당인 이번 의회에서 이런 분위기는 섣불리 무언가 시도하기엔 두려움이 먼저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은 되기 마련이고, 의회 공간 안에도 사람들은 생활하고 있다. 낯선 것들이 익숙해지면서 많은 의원이 각자 역할에 맞는 적절한 길로 한 발자국씩 내디디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의원의 자리에 익숙해지는 것 역시 경계의 대상이겠지만, 의회의 엄숙함이 부산 청년의 부산 문화의 부산 여성의 행복한 정책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겠다.

부산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는 동안 괴롭지 않도록 즐겁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만들어져 부산을 떠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부산의 예술인들이 서울만큼은 못하더라도 부산에서 활동하는 것이 부산 시민에게 인정받고 그 안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어느 정도 먹고살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문화로 풍성한 부산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산의 아기 엄마들이 마음 놓고 직장에 다니고 아이들을 마음 편하게 맡기면서 자기 일을 잘 할 수 있는 부산이 되면 좋겠다. 그 아이들이 또래집단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부산이면 좋겠다. 청년들이 그 시기를 잘 보내어 가족을 잘 돌보고 자기 삶에 만족하며 행복하다고 자부하면 좋겠다. 그런 부산이 되면 참 좋겠다.

필자는 그러한 장면들이 자연스레 일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겠다. 행복은 전염된다고 한다. 부산시의회의 의원들도 행복하고, 부산의 청년도, 부산의 예술인도, 부산의 여성도, 부산의 모든 시민이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을 만드는 시의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캐발랄한 부산시의회로 남길.

부산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