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수질 개선 및 상류 주민 지원에 쓰도록 돼 있는 물이용부담금의 사용처를 확대하는 길이 열렸다. 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지속 가능한 물 관리를 향한 첫걸음’ 정책 과제에 부담금 용도의 확대 필요성이 포함된 것이다. 이는 청정 상수원 확보를 위해 부산 지역사회가 요구해온 사안인 만큼 일단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찔끔 확대’ 수준에 그친 것은 아쉽다. 용도 확대 방침이 부산시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식수원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부가 내놓은 정책 과제는 수자원 낭비 제거, 먹는 물 걱정 해소, 물 피해 최소화, 미래세대 배려 등 4대 부문 14개 세부 항목이다. 이 가운데 물이용부담금 용도 확대, 국가물관리위원회 사무국 지자체 참여 확대, 4대강 보 단계적 개방 등이 눈에 띈다. 특히 조류 등으로 인한 수질 악화 시 정수 처리 비용을 물이용부담금에서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은 고무적이다. 대구 경북 등 상류 주민 지원 및 수질 개선 사업에 머물렀던 정부의 기존 입장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부산권 입장에서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미 지난 18일 부산시가 광역상수도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정부에 공식 요청한 수준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당시 부산시는 대체 식수원을 제공하는 지자체에 물이용부담금을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시는 현재 낙동강 표층수 외에 진주 남강댐 수계와 창녕군 등의 강변여과수를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광역상수도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물 부족 등을 우려하는 경남 여론에 막혀 차질을 빚고 있다.

물이용부담금의 지자체 직접 지원은 지극히 당연한 요구다. 2002년 제도 도입 이래 지난해까지 부산시가 납부한 부담금만 6900억 원이다. 하지만 낙동강 수질 개선은 제자리걸음이다. 부산시민이 내는 부담금으로 상수원 지역을 지원하는 것은 제도의 궁극적 도입 취지와도 부합한다. 이 경우 남강댐 수계권 및 강변여과수 지역에 매년 200억~300억 원을 지원할 수 있다. 부산과 경남이 상생할 합리적 방안인 셈이다. 정부의 보다 전향적인 인식 변화를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