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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진주성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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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 사람 하륜(1347~1416)이 남긴 진주성 성문기를 보면 이미 그의 어린 시절 성터가 허물어져 있었다. 그리고 고려 우왕 3년(1377년) 가을 변방 방비를 위해 토성으로 재정비했으나 2년 뒤 왜구의 침입으로 무너지자 진주목사 김중광이 다시 돌로 쌓았다. 이런 기록에서 보듯 진주성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고성(古城)이다. 삼국시대에는 거열성, 통일신라시대엔 만흥산성 등으로 불렸고, 임진왜란 이후엔 서부 경남인들의 ‘성지(聖地)’가 됐다.

   
1591년 진주성은 크게 확장된다. 둘레 800보에 불과했던 기존 성은 너무 작았다. 그해 7월 경상도관찰사 김수(1547∼1615)가 일본군의 침공에 대비해 성을 고쳐 쌓으면서 취약한 동쪽 부분을 크게 넓힌다. 새로 확장한 성은 외성(外城), 기존의 성은 내성(內城)이 됐다. 외성 동쪽 바깥에는 북쪽의 큰 연못과 남쪽의 남강을 잇는 물길을 파 적의 침입을 더욱 어렵게 했다. 3중 방어장치를 갖게 된 진주성은 견고한 요새로 거듭난다. 그리고 이곳은 이듬해 터진 임진란의 최대 혈전지로 우리 역사에 영욕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진주성대첩은 1592년 10월 진주목사 김시민의 지휘 아래 3500명의 관민이 일본군 2만 명을 격퇴시킨 ‘영광의 승전’이다. 공성전에 능했던 일본군이지만 견고한 외성 성벽을 뚫지 못했다. 그러나 이듬해 6월 일본군은 10만 대군으로 진주성을 다시 공격한다. 앙갚음을 위해서였다. 창의사 김천일을 비롯한 1만 명 남짓한 조선군이 10배 넘는 적군에 맞서 무려 열흘 가까이 버텼다. 5만여 백성도 결사항전에 동참했다. 하지만 결국 외성 동쪽 벽이 무너지면서 함락되고 6만 군민은 몰살된다. 일본군은 성의 흔적을 지워버리지만 조선군은 1600년대 초 내·외성을 다시 쌓는다. ‘진주성도’에 그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도시화 명목으로 다시 허물어버리면서 1930년대 이후 외성의 자취는 사라진다.

그랬던 진주성 외성이 최근 발굴, 공개됐다. 촉석문 앞 진주대첩기념광장 조성 부지에 파묻혀 있던 역사의 속살이 원형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진주시는 980억 원을 들이려던 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역사도시 진주’의 진정한 가치와 자긍심을 되살려줄 진짜 ‘보물’을 캐냈기 때문이다. 유적은 억만금으로도 살 수 없는 것 아닌가. 완전 복원을 통한 진주성의 힘찬 부활이 기대된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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