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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마윈의 조기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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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19세기 자국의 최고 상인으로 후쉐엔(胡雪巖 ·1823~1885)을 꼽는다. 장사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중국 갑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비결은 빼어난 상술과 인재 통찰력. 후쉐엔은 사설 금융기관인 전장(錢莊)의 사환으로 일할 때 유학자 왕유령에게 아무 담보 없이 500냥을 빌려줬다가 고관이 된 그의 보은에 힘입어 저장성 첫째 부자가 됐다. 또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하러 항저우에 온 좌종당에게 군량미와 무기를 제공한 게 인연이 되어 조선업과 국제무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마침내 천하의 부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후쉐엔은 사업 수완만 좋았던 게 아니다. 중국 각지에 수해나 가뭄이 들면 구호물자를 아낌없이 보냈고, ‘호경여당’이란 약국을 설립해 빈민구제에 앞장서기도 했다. 사람 목숨과 관련된 약 제조에는 절대 삿된 행위가 개입되어선 안 된다며 약국에 ‘계기(戒欺·거짓을 경계함)’라는 현판을 내걸고 신의를 지켰던 건 유명한 얘기다. 비록 자신의 후견인인 좌종당이 이홍장과의 권력다툼에서 패배한 뒤 몰락했지만 ‘상신(商神)’으로 추앙받았던 건 그런 까닭에서다. 중국 근대문학의 아버지, 루쉰은 그를 “봉건사회의 마지막 위대한 상인”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현대 중국의 갑부,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후쉐엔과 닮은 점이 많다. 자본금 6만 달러(6700여만 원)로 창업한 지 15년 만인 2014년 알리바바를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경쟁사인 ‘아마존’을 뛰어넘는 218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는 등 단기간에 최고가 된 탁월한 사업능력이 그렇다. 자신이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고 번 돈을 불우이웃과 나누는 공동체 정신도 그러하다. 마윈은 2013년 최고경영자 자리를 장융에게 물려준 뒤 마윈재단을 설립해 농촌교육환경 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마윈 회장이 어제 “알리바바 설립 20주년 기념일인 내년 9월 10일 회장 자리를 장융에게 승계한다”고 밝혔다. 이날은 그가 만 55세 생일을 맞는 날로, 은퇴하기에는 이른 나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은퇴는 한 시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교육에 초점을 두고 더 많은 시간과 재산을 쓰고 싶다”고 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족벌경영체제에 익숙한 우리 기업 풍토에선 보기 힘든 모습이다. ‘작은 거인’ 마윈 회장의 제2 인생이 가을 들녘의 코스모스를 만난 듯 상큼하게 다가온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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