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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영도 깡깡이마을에서 /송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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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9-09 19:02:4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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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제가 여러분에게 커피를 대접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대평마을다방의 바리스타인 대평동 마을회 박기영 총무님의 말이 나의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때렸다. 그날은 영도 대평동 깡깡이예술마을을 답사하기 위하여 전국 각지 도시재생 현장의 전문가, 활동가들 40여 명이 마을다방에 모인 자리였다. 서로서로 안부를 묻고, “쉽지 않으셨겠어요, 고생하셨어요”라는 말을 건네는 응원과 격려의 시간이 거의 끝날 때였다. 이런 식의 현장 답사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대다수가 답을 알고 있지만 확인하고 싶은 마음으로 하는, 질문이 주방에서 컵을 씻고 있던 총무님에게 건네졌다. “총무님, 도시재생 사업이 마을에 가져다준 좋은 점이 뭔가요?”

그는 이 질문을 받기에 가장 적정한 사람이었다. 부산시의 지원을 받은 사업 대상지 주민대표의 한 사람이자, 사업으로 조성된 마을카페에서 방문객에게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였기 때문이다. 또한 총무로서 마을회의 예산을 관리하며, 사업의 첫 시작부터 함께하여 과정과 성과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약간은 당황했지만, 이내 올 것이 왔다는 듯 덤덤하게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고 섰다. 지켜보는 수많은 눈 때문에 약간의 떨림과 살짝 울컥함을 곁들인 그는, 당신들에게 커피를 대접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는 답변을 하였다.

나는 총무님을 비롯해 마을주민, 행정가, 예술가, 그리고 문화기획 일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 3~4년 전부터 이곳 깡깡이예술마을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했다. 그래서 총무님에게 던져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늘 이런 대답을 했다. “마을회관이 이렇게 멋지게 리모델링되었습니다. 누구나 사용 가능한 번듯한 공공의 공간이 생긴 것입니다. 여기서 주민들이 직접 카페도 운영하면서 마을 수입도 창출합니다. 마을에 전에 없던 어르신들의 일자리도 생긴 거지요. 덕분에 마을이 전보다 더 활력 있게 변했습니다.” 총무님과 비교해보면 참 사람 향기 없는 답변인 것 같다. 물론 서로 다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동안 같은 시간을 보내왔지만, 나에겐 일이었고 총무님에겐 삶이었던, 그런 차이일 것이다.
한 번은 그런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마을이 유명해지는 건 좋은데, 관광객이 많이 와서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사실 그런 우려도 없지 않았기에 이렇게 답변했다. “그렇죠. 사시는 분들이나 일하시는 분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설사가 유도할 예정입니다. 이것저것 조치도 취하겠습니다. 찾아주시는 분들에게도 조심해달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다가 나도 같은 궁금함이 생겨 자주 뵙던 할머니에게 질문을 드려본 적이 있다. “할머니, 요즘에 사람들이 마을을 많이 찾아오는데, 불편함이 없으세요?”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웃으며 답변하셨다. “전에는 우리 동네에 사람도 없고, 썰렁했는데 좋지 뭐. 이렇게 대학생들도 찾아오고 하니까 마을이 밝아져서 나는 좋아.” 아! 할머니에게는 관광객이 온 게 아니라 사람이 온 거였구나! 물론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일 수도 있고, 전에는 마을에 없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나와 할머니의 이 차이 또한 같은 장소에 있지만 나에겐 일터이고 그분에겐 삶터인, 그런 차이라고 생각한다.

마을에서 살아온 사람과 외지인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서로의 간극을 좁히면 좋겠지만, 꼭 그래야만 좋은 것도 아니다. 삶과 일을 일치시키는 것이 마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태도 중의 하나일 수는 있어도, 반드시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총무님의 답변에 정신이 번쩍 든 까닭은 ‘마을에서 하는 일들이 결국 구체적인 개인들의 삶에 관여하는 일이었구나’라는 점을 다시금 상기하였기 때문이다. 문득 마을회 이영완 회장님께서 마을회관 리모델링 착공을 앞두고 여러 번 당부하시던 말씀도 생각이 났다. “우리 마을에 주민들이 다 같이 모일 공간이 없습니다. 마을총회도 하고, 어르신들 모시고 식사도 한 끼 대접할 수 있는 넓은 공간으로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그 당부가 의례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간절히 원하셨던, 진심 어린 말씀이었다는 사실이 시간이 흐른 지금 묵직하게 와 닿는다.

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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