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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사법부가 다시 서려면 /송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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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9-06 18:40:41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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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들에게는 담당하는 기관, 출입처가 있다. 수많은 취재 현장이 있지만 기자들이 가장 피하는 곳은 단연 ‘법조’다. 검찰은 피의사실 공표죄라는 전가의 보도를 바탕으로 차장검사 외 누구도 언론과의 개별 접촉을 금한다. 법원도 기획법관(공보판사) 외 해당 재판부를 상대로 한 취재는 금지하고 있다. 이런 지침과는 별도로 법이라는 딱딱하고 어려운 소재를 다루는 곳인 데다가 공부만 가장 잘했던 집단이 내뿜는 엘리트 의식, 조직의 폐쇄성까지 난공불락의 취재 현장이 바로 법조다. 여기에 인간미마저 실종된 삭막한 환경이 더해지니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곳이다.

이런 분위기는 검찰보다 법원이 더한데, 이런 곳을 3년이나 담당한 기자는 나름 할 말이 많다. 부산 법조 담당 2년 차였을 때다. 법관들의 워크숍에서 ‘기자가 본 법정’이라는 제목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50명 정도의 법관이 모인 자리였다. 그러고 보니 현재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과 관련해 당시 작성된 문건이나 검찰 수사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판사들도 있었다.

법정에서 머리카락을 손으로 넘기면서 뽑힌 머리카락을 법대 밖으로 던지는 판사와 재판에 지각하고도 기립한 방청객들에게 묵례는커녕 미안함도 표시하지 않는 판사까지 도마에 올렸다. 무슨 말을 할까 호기심으로 쳐다보던 판사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자 “어떤 판사님은 서울대 가려고, 판사 되려고 교실에서는 절대 안 졸았을 텐데 판사가 되고 나니 그때 못 잤던 잠을 잤나 보다”고 말한 뒤 웃었는데, 좌중에서 돌아오는 건 헛기침뿐이었다.

비판과 지적에 생소한 판사들을 위해 수위 조절도 했고, 고작 법정 태도를 지적하는 것인데도 비판 강도가 너무하다는 반응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가족의 생사가 걸린 재판인데, 그 앞에서 졸고 있느냐”는 말은 꺼내지도 못했다. 심지어 신랄한 모니터링을 당부한다고 주문했던 법원 수뇌부들마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워크숍 뒤 법정이 달라질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지만 대부분 법정은 달라지지 않았으니 머쓱해질 뿐이었다. 지적과 비판을 두려워하고 수용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를 불편해하는 법원의 단적인 모습이었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으로 대한민국 사법부의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작금에도 법원은 외부의 비판을 배척한다. 법원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처절한 반성이나 각고의 노력은 내팽개치고 “네가 뭔데, 감히 우리를 비판하고 수사하겠다는 것이냐”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니 발부율이 90%에 달하는 압수수색 영장도, 사법 농단 수사에서는 90% 기각하는 것이다. 사법부가 국민의 불신과 비판을 두려워하고 반성을 하고 있다면 이런 판단은 언감생심이다.

우리 국민에게 판사는 존경을 포함한 두려움, 즉 경외의 대상이다. 비록 법원이 자초한 사법 농단으로 국민적 실망과 분노가 넘쳐나는 요즘이지만 법정에 선 국민에게 판사는 유일한, 마지막 희망이다. “피고인은 피해 회복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과 진지한 반성은커녕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는 등 죄질이 중해 엄벌이 불가피하다.” 형사 판결문에 자주 등장하는 문장이다. 국민의 엄벌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사법부가 아니라면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과 진지한 반성부터 시작하라. 국민과 재판의 신뢰를 스스로 져버린 죗값을 반드시 치러야만 대한민국 법원은 다시 선다.

생활레저부 차장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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