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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위트컴 장군과 부산-사람이 먼저다 /오상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9-05 19:23:3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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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있는 육군 제5군수지원사령부가 보낸 세미나 초청장을 받고 기자는 만감이 교차했다. 오는 14일 오후 1시30분~4시 부대 위트컴 장군실에서 ‘위트컴 장군의 삶과 리더십’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린다는 내용이었다. ‘리처드 위트컴(1894~1982) 장군이 살아온 삶을 조명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5군수지원사령부는 부산대 전자공학과 김재호 교수의 초청 강연에 이어 패널 토론을 한 뒤 장소를 부산 해운대구 좌동 장산회관으로 옮겨 만찬을 열 계획이다. 부산은 위트컴 장군 제2의 고향이다. 1953, 54년 부산 미군군수기지사령관(준장)으로 근무하며 부산시민에게 숱한 선행을 베풀었고 숨지고 나서 묻힌 곳이다. 그는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유일한 장성이다.

그는 6·25전쟁이 끝난 뒤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았을까? 왜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을까? 위트컴 장군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사례를 소개하면 궁금증이 풀릴 것 같다. 1953년 11월 27일 오후 8시30분 발화한 부산역전 대화재로 6000세대 3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추위와 배고픔에 떨던 이재민에게 미군 창고를 열어 잠을 잘 천막과 먹을 것을 나눠준 이가 바로 위트컴 장군. 하지만 이 일로 곤경에 처했다. 군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미국 의회 청문회에 소환됐다. 그는 “전쟁은 총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 국민을 위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고 역설해 의원들의 기립 박수와 함께 더 많은 구호물자를 받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이 대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비전으로 제시한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구가 오버랩 됐다. 위트컴 장군이 군법보다 사람(추위에 떠는 이재민)이 먼저임을 몸소 실천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그는 1954년 5월 영도구 파란민촌을 시찰하던 중 만삭의 임신부가 보리밭에 들어가 아기를 낳는 장면을 목격하고 산원(조산소)을 설치했다. 피란민촌 천막에는 7, 8세대 40여 명이 집단 생활하는 탓에 아기를 낳을 곳으로 보리밭을 택하지 않을 수 없는 여건이었다.

사람이 먼저라는 그의 철학은 교육과 의료 지원으로 이어졌다. 이승만 대통령을 설득해 부산대 장전캠퍼스 50만 평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해 대학 설립의 초석을 놓았다. 또 예하 부대 장병에게 월급의 1%를 기부하게 해 메리놀병원 신축을 도왔다. 병원 건립 기금이 모자라자 군복 대신에 한복 차림에 갓을 쓰고 부산 시내를 활보하며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는 사령관으로서 체면을 구기는 행동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미국 격주간지 ‘라이프’는 1954년 10월 25일 자 42쪽에 한복 차림의 장군을 소개했다. 그래서 그에게는 ‘전쟁고아의 아버지’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파란 눈의 구세주’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는 휴머니스트이면서 동시에 로맨티시스트였다. 전쟁고아를 위해 함께 활동하던 한묘숙(1927~2017) 여사와 30여 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하며 사랑을 이뤘다. 한 여사는 부산고등여학교(현 부산여고)를 졸업했다. 한 여사는 장군을 대신해 6·25 전쟁 도중 1950년 11, 12월 장진호 전투에서 숨진 미군의 유해를 발굴·송환하기 위해 북한을 20여 회나 방문했다. 전쟁고아 돕기와 미군 유해 발굴이 장군의 평생 과업임을 알 수 있다.

6·25전쟁 시절 전국에서 몰려든 피란민을 껴안고 먹여 살렸던, 가마솥 부(釜) 자를 쓰는 포용의 도시 부산의 시민이 이제 위트컴 장군을 기억하고 재조명하며 의리를 지킬 때다. 부산과 위트컴 장군은 ‘사람이 먼저’라는 공통점이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부산 유엔평화기념관은 지난 7월 12일 위트컴 장군 상설전시실을 개관했다. 앞서 5군수지원사령부는 지난해 12월 29일 장군의 뜻을 기리는 ‘위트컴 장군실’을 열었다. 박주홍 5군수지원사령관의 개관식 인사말을 들어보면 부산시민 한 사람으로서 고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지 건설, 6·25전쟁 등 위트컴 장군이 보여준 군수 분야 전문성과 폐허가 된 국가의 국민에게 재건을 위해 헌신한 그의 발자취는 우리 부대원들에게 큰 감동과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위트컴 장군실은 우리 부대가 지향하는 정신적 지표이자 한미동맹의 상징으로서 한미 양군의 우정의 장소가 될 것입니다.”

의료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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