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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토왕폭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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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후반~70년대 초반은 국내 알피니즘이 막 피어나던 시기다. 수많은 젊은이가 암벽과 빙벽에 몸을 던졌다. 설악산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수백 수천의 암릉과 바위, 폭포가 산꾼들을 유혹했다. 요델산악회 소속 엄홍석과 그의 연인 신현주, 그리고 엄홍석의 자일파트너이자 의형제였던 송준호도 기꺼이 설악산으로 달려갔다. 그러던 중 1967년 늦여름 어느 날 비극적인 사고가 났다. 토왕골 비룡폭포 아래서 신현주가 미끄러지자 이를 구하려던 엄홍석까지 급류에 휘말려 사망한 것이다. 두 사람은 설악산 노루목에 묻혔다.

송준호는 1969년 10월 설악골에서 천화대 범봉에 이르는 암릉을 초등하고 ‘석주길’이라 명명했다. 엄홍석의 ‘석’과 신현주의 ‘주’를 땄다. 벗들을 향한 송준호의 사무친 그리움은 또 다른 도전으로 이어졌다. 사고가 난 토왕골의 최상단 토왕성폭포 빙벽 초등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그는 1973년 1월 2일 폭포 등반 중 떨어져 끝내 숨졌고, 엄홍석과 신현주 곁에 묻혔다. 이들이 잠든 노루목에서는 토왕성폭포 상단이 살짝 보인다. 토왕성폭포 초등은 대한민국 에베레스트 등정 원년인 1977년에 와서야 박영배 씨에 의해 이뤄졌다.

세 젊은이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품은 토왕성폭포가 자리잡은 토왕골은 40, 50대에게 친숙한 계곡이다. 필수 수학여행지였던, 그 유명한 비룡폭포를 품고 있어서다. 화채봉(1320m)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칠성봉을 돌아 노적봉 남쪽 절벽으로 ‘뚝’ 떨어지는데, 이것이 토왕성폭포다. 상단 150m, 중단 80m, 하단 90m로 총길이 320m에 이르는 국내 최장 규모다. 수량이 많을 때는 물줄기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비경을 연출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비룡폭포는 봤겠지만, 토왕성폭포는 구경조차 못했을 것이다. 1970년 국립공원 지정과 함께 비룡폭포 위쪽 출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토왕성폭포를 볼 수 있는 ‘특권’은 천혜의 토왕폭 전망대로 불리는 노적봉에 오른 사람에게만 주어졌다.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의 험한 암릉을 통과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45년 만인 2015년 12월 5일 노적봉 중턱에 ‘토왕폭 전망대’가 개방되면서 일반인에게도 비경 감상의 길이 열렸다. 비룡폭포에서 990개의 계단을 오르면 전망대에 닿는다. 그제 공단 측이 폭우로 수량이 늘어난 토왕성폭포를 공개했다. 과연 천하절경이었다. 올가을 가볼 만하겠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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