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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패를 관리하는 사회로의 변화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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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9-02 18:53:02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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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패’라고 하면 저개발국 국제사회 문제국가를 떠올리나, 실은 최상위 선진국부터 최빈국에 이르기까지 어느 사회 가리지 않고 부패를 고민하고 있다. 부패란 좁은 의미에서 ‘공적 자리를 이용한 사적 이익 추구’로 정의되어 공직자와 연계된 행위로 규정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기업가 학자 언론인 등 개개인의 행위를 포괄한다. 부패에 관해 가장 공신력이 높은 국제기구는 국제투명성기구다. 이들은 매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하여 각국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부패인식지수는 국가경쟁력, 투명성 등 민주주의와 경제제도 발전 정도를 종합하여 측정된 지표이다. 대상국은 한 해 순위로 평가받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지표 관리를 위해 애쓰기 마련이다. 이처럼 부패를 서열화하면 개별국의 수치심을 자극하여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반영되겠지만, 선진국 편향적인 부패 문제 접근으로 개도국에 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개별국가들의 부패 원인은 각기 다르며 그들의 역사, 문화, 사회 특수성을 감안하여 반부패 처방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70년의 근현대 기간을 지나며 드라마틱한 성장을 이룩한 발전국가다. 민주주의를 행사하기 시작한 국가 초기에는 능력이 아닌 지연, 학연, 정치성향에 의한 관료 임용을 뜻하는 엽관주의(獵官主義) 구조에 빠지기도 하였으며, 개인의 이익을 위해 투표하는 후견주의적 선거가 만연한 때도 있었다. 세계 10위권 경제로 성장한 오늘날, 우리는 이전과 같은 후진국형 국가부패로 사회가 포획된 상황은 아니나, 여전히 만성적 국가부패 문제로 시름하고 있다. 2017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 성적은 180개 조사대상국 중 51위로 부끄러운 상황이다. 빠르게 성장해 온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경제 규모나 국가의 여러 지표에 비해 부패지수는 심각하다. 부패문제가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과 측근의 관직 오·남용으로 탄핵이 진행되고, 정권이 교체되었으나 기득권층의 부패 스크럼은 여전히 견고하다. 국회를 비롯한 주요 기관이 사용하는 특수활동비 폐지가 공론화한 지 한참이나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또한 피감기관의 예산으로 시행된 국회의원의 해외 출장 보도가 며칠째 이어지기도 하였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소위 ‘김영란법’이 도입되었던 2016년 당시, 제도의 도입에 관한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소개되어 관심이 집중되었던 ‘국가부패의 유형’에 관한 연구가 있었다. 존스턴이라는 학자는 국가부패 유형을 관료독재 유형, 족벌 유형, 엘리트 카르텔 유형과 시장 로비 유형으로 분류했다. 그의 연구에서 한국은 엘리트 카르텔 유형의 대표 사례 국가다.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는 사회 상층부 엘리트 구성원들이 광범위한 네트워크 연계를 구축해 부패로 인한 이익을 그들끼리 배분하며 기성질서 유지를 통해 소위 기득권을 지켜 나아가는 유형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구조적 문제로 계층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빈부의 격차가 커지는 우리 사회에서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는 선결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대상이라 할 수 있다. 한국형 국가 부패의 주요 원인은 관계성과 네트워크 형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사회 국가청렴도를 위협하는 문제 대부분이 학연, 지연 같은 경력을 배경으로 하는 집단 간 결탁에서 초래되고 있음도 한국의 부패유형을 대변해 준다. 일단 네트워크를 갖춘 기득권자라면 어느 정도의 불법이나, 비윤리적 행위, 감정적 횡포 등 소위 갑질하는데 대한 두려움이 없다. 문제가 되더라도 기득권 구조에 의해 이를 해결할 수 있으리란 믿음에 기대는 것이다. 재벌가의 갑질 폭로가 이어짐에도 반복되는 데에는 네트워크형 부패의 사회구조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패는 지적하고, 지탄하고, 개별 사례를 처벌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공동체가 있는 한 부패는 존재하는 것임을 인지하고, 늘 감시하며 제도로써 보완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명절날 갈비세트 선물은 어떤 시기에는 미풍양속이었으나 현재 특정한 상황에서 부패문제로 규정되었다. 기부금 입학제는 미국에서는 제도지만, 한국에서는 부패문제다. 어떤 시기, 변화한 상황에서 사회변화를 고려한 체계적 부패 관리가 필요하다. 정책이 바뀌면 대책이 나온다는 시쳇말이 반부패 제도를 평가절하하고 있으나, 좀 더 세부적이며 섬세한 제도적 관리가 요구된다.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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