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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청소년이여, 작은 실수나 실패에 당당하라 /김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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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9-02 19:02:56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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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워싱턴포스트 기자 재닛쿡은 27살의 나이에 저널리즘 부문의 최고의 영예,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틀 후 퓰리처상 취소와 함께 그녀는 언론계에서 영원히 추방되었다. 바로 그녀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주었던 ‘지미의 세계’라는 심층취재기사 자체가 허위임이 밝혀졌던 것이다. 1980년 워싱턴포스트지 1면에 실린 그 기사는 헤로인에 중독된 8살의 지미라는 소년의 일상을 상세히 묘사하여 당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데 지미라는 소년의 존재 자체가 없었고, 거짓을 쓴 기자에게 퓰리처상까지 수여한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이 사실이 밝혀진 계기는 파리 소르본 대학을 졸업했다는 그녀의 이력을 알고 있는 편집장이 불어로 건넨 축하 인사에 그녀가 대답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녀는 불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몰랐고, 그녀의 이력 역시 모두 허구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무려 4개 면을 할애하여 이 일에 대하여 해명하고 사과해야 했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천재 수학소녀라고 불렸던 한 소녀가 벌인 해프닝이다. 대략 내용은 이렇다. 이 소녀는 미국의 명문 사립고 토머스 제퍼슨 과학고에 진학할 정도로 영특했다. 그녀가 하버드와 스탠퍼드 대학에 동시 입학 허가를 받았으며, 다른 학교에 이 영재를 빼앗기기 싫었던 두 학교는 각각의 학교에서 2년씩 수학할 수 있는 특혜를 주었다. 게다가 이 소녀의 논문을 본 페이스북의 CEO가 전 세계 네트워크 연결에 그녀의 수학 이론을 사용하고 싶어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꿈같은 이야기도 전해졌다. 소녀와 관련한 이야기로 떠들썩하던 세상은 하루아침에 소녀에 관한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이 모든 이야기가 거짓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인터넷에는 연일 ‘리플리증후군’이 실검 1위에 오르고, 여러 매체에서 소녀의 상태를 놓고 ‘리플리증후군’인지 아닌지에 대해 토론을 했다.

최근 강남의 한 여고에서 쌍둥이 자매가 나란히 문과와 이과 1등을 한 사건이 있었다. 경쟁이 치열한 해당 학교에서 성적이 중위권이던 학생들이 갑자기 똑같이 1등을 하기도 어렵거니와, 그들의 아버지가 해당 학교의 교무부장이라는 사실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이 특별감사를 진행하기에 이르렀고, 감사 결과 쌍둥이 자매가 정정되기 전의 오답마저 똑같이 적었다는 점에서 자매의 아버지가 시험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 세 가지 사건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점은,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밝혀질 것이 뻔한 거짓말로 인생을 망칠 수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학생들을 교육하다 보면, 별 것 아닌 일에 사소한 거짓말이나 유치한 변명을 하는 경우가 있다. 1분밖에 걸리지 않을 간단한 과제를 왜 안 해왔냐거나 과제 시한을 왜 넘겼느냐고 물었는데, 다른 과제를 하느라 그랬다는 둥, 주문한 책이 늦게 도착했다는 둥 변명을 하거나, 전체 점수에서 1~2%도 차지하지 않을 쪽지시험 문제에 커닝을 하거나, 친구의 에세이나 인터넷 리뷰를 베끼는 등의 문제이다. 꾸지람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 보이는 본능적 반응들이다. 교육자로서 지식의 전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런 사소한 태도를 교정해주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 “너는 이미 너무나 멋진 사람이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일에 너의 인격을 흠내지 말아라. 과제를 하지 않았으면 당당히 벌을 받고, 수업을 듣기 싫으면 당당히 빠지고, 공부를 안 했으면 떳떳이 낮은 점수를 받아라.”

   
칭찬에 익숙한 아이들, 작은 실수나 실패조차 두려운 아이들, 자신의 잘못에 스스로 책임져 본 적이 없는 아이들, 귀하게 자라온 우리 아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칭찬받을 때가 아닌, 실패하고 꾸지람을 들을 때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인생은 대학 입학까지가 끝이 아니다. 어떠한 인생을 살 것인가는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에 달려 있지 않고, 내가 어떤 사람이냐에 달려 있다.

고신대병원 내분비내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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