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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바다거북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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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업 중인 원양어선의 그물에 간혹 거북이 걸려 올라오면, 한국 선원들은 ‘영물’ ‘용왕님의 사신’이라 하여 귀하게 다뤘다. 거북을 조심스럽게 풀어서 돌려보내는 것 외 ‘특별대접’하는 일도 흔했다. 거북의 입을 벌려서 술이나 먹이를 넣어주고 예를 갖춘 다음 놓아준 것이다. 대형 거북일 때는 그 주위에 모여 기념촬영하는 장면도 더러 있었다. 1970, 80년대 북태평양과 대서양 일대를 누볐던 부산 트롤어선의 퇴역 선장이 들려준 경험담이다.

예부터 우리 선조는 거북을 십장생(十長生) 중 하나로 꼽았다. 또 동양에서는 용·봉황 등과 함께 신성한 동물로 여겼다. 각종 조형물이나 왕실의 인장(印章) 등에 거북 문양이 많았던 것도 그런 까닭일 터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조선 어보(御寶)’가 대표적이다. 이는 왕비·세자·세자빈을 책봉하거나 왕·왕후의 칭호를 올릴 때 만든 의례용 도장. 신간 ‘국새(國璽)와 어보’(성인근 저)에 따르면 현존하는 조선 시대 어보 330여 점은 손잡이 대부분이 거북 조각으로 돼 있다. 조선 초기에는 용 모양으로 제작되다가 거북 손잡이로 바뀐 뒤 1897년 대한제국 선포 전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거북의 역사는 물경 2억여 년에 이른다. 중국과학원과 스코틀랜드국립박물관 연구자들이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호에 밝힌 내용이다. 근래 발견된 거북 화석을 분석해 보니 2억2800만 년 전의 것으로, 당시 거북의 등·배에는 딱지가 없었다는 얘기다. 가장 오래된 것은 2억4000만 년 전의 거북 화석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이달 들어 멕시코 태평양 해안에서 바다거북 수백 마리가 잇따라 떼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이다. 참치잡이 그물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됐거나 사체가 해변에 떠밀려왔다. 독성 조류 번식 또는 버려진 낚시어구 등이 사인으로 추정될 뿐이다. 가뜩이나 멸종위기종인데, 떼죽음 사태까지 빈발하니 기가 막힌다.

반면, 지난 29일 제주도 중문 색달해수욕장에서는 거북 13마리가 고향 품으로 돌아갔다. 바다에서 구조해 치료한 것, 인공부화한 것 등을 자연 방류했다. 일부 개체의 몸에는 위성추적장치가 부착돼 이동경로 파악과 보전·생태 연구에 활용된다. 방류된 곳은 2007년 우리나라에서 바다거북의 산란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장소다. 이들 13마리가 이곳에 다시 돌아와 산란을 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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