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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軍 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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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백년전쟁(1337~1453)을 준비하던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3세는 당차고 용맹했다. 그러나 필요한 군사를 끌어모으기 위한 돈이 없었다. 영주와 기사뿐 아니라 일반 병사도 필요했지만, 이들에게 급여를 줄 수 없었던 것이다. 고민하던 그는 하나의 제안을 내놓았다. 전리품을 획득하면 일정 비율에 따라 병사와 영주가 나눠 가질 수 있게 한 것이다. 애초 시큰둥하던 사람들이 급속히 관심을 가졌고 평민뿐 아니라 감옥의 죄수들까지 전쟁터로 달려갔다.

   
그들에게 프랑스는 기회의 땅이었다. 전쟁에 참가한다는 것은 막대한 부의 축적과 신분 상승이 가능해진다는 의미였다. 이 같은 확실한 동기 부여는 전쟁 초반 5분의 1도 안 되는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군이 주도권을 쥐게 되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약탈과 갈취보다 수익성이 훨씬 좋았던 방법은 포로들의 ‘몸값’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몸값 비싼 영주나 기사를 포로로 잡으면 ‘대박’이었다. 실제로 전쟁이 진행되면서 평범한 농민 또는 죄수가 귀족이 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한몫 잡는’ 수준을 넘어 인생역전의 기회가 된 것이다. 요즘 말로 하자면 ‘최고의 재테크’였던 셈이다.

인생역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근래 우리나라에서도 군에서 재테크를 한다는 의미의 ‘군(軍) 테크’란 신조어가 유행이다. 병사들의 급여가 크게 오르면서다. 1970년 병장 기준 900원이던 급여는 20년 만인 1990년 9400원으로 올랐다. 2011년(10만3800원)에 처음 10만 원 선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21만6000원, 급기야 올해는 40만5669원까지 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병사 월급을 최저임금의 50%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내년에는 이병이 40만8173원, 병장은 54만892원을 받는다.
월급이 뛰면서 이를 차곡차곡 모으는 장병도 늘어났다. 실제 잘 모으면 군복무 기간 1000만 원 가까운 몫돈을 쥘 수도 있다. 최소 2개 학기 대학등록금을 댈 수 있는 돈이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듯, 어제는 14개 시중은행이 연 최고 금리 7%짜리 병사용 정기적금까지 출시했다. 이른바 ‘장병 내일 준비 적금’이다. 가입 대상은 현역병과 상근예비역, 의무경찰, 해양의무경찰, 의무소방대원, 사회복무요원 등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이제 더는 귀한 아들 군대에 보낸다고 억울해하지는 않아도 될 시대가 된 듯하다. 최근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된 것과 더불어 썩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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