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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기아와 음식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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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한 20대 여성이 실종된 지 8일 만에 부산 금정산성 북문 근처에서 발견됐다. 당시 그녀는 경찰에 “계곡의 큰 바위 밑에서 잠을 자고, 진달래꽃을 따먹으며 주린 배를 채웠다”고 진술했다. 그녀의 진술은 까마득히 무의식의 심연으로 가라앉았던 기억을 불러냈다. 진달래꽃으로 허기를 달래던 춘궁기의 슬픈 기억 말이다. 찔레꽃도 그 시절의 요긴한 요깃거리였다. ‘찔레꽃이 하얗게 피었다오/언니 일 가는 광산길에 피었다오/찔레꽃 이파리는 맛도 있지/배고픈 날 따먹는 꽃이라오’. 아동문학가 이원수가 1920년 발표한 동시 ‘찔레꽃’에 그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붉고 흰 진달래꽃과 찔레꽃은 그래서 눈물겹게 아름다웠다.

   
춘궁기를 겪은 세대에겐 음식을 흘리거나 남기는 건 죄악이었다. “밥 한 알 한 알이 농부의 피땀이다. 밥을 버리면 천벌 받는다.” 입버릇처럼 자식에게 타이르고,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불호령을 내리거나 회초리를 들기 일쑤였다. 먹고살기가 많이 나아졌지만, 이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세계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세계인구 76억 명의 10.7%인 8억1500만 명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기아로 숨진 사람이 2700만여 명이나 된다.

그런데도 매년 16억t, 1341조 원어치의 음식물이 버려지고 있다. 오는 2030년이면 그 양이 1초에 66t, 연간 21억t에 이를 전망이라고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음식물 쓰레기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8%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환경 유해요인이기도 하다. 모순도 이처럼 지독한 모순이 있을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쓴 사회학자 장 지글러는 이를 “식인적인 세계질서 탓”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식량에 대한 주식 투기’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투기로 인해 지난 5년 새 쌀값과 밀값이 각각 63%와 배로 치솟아 기아 인구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전국의 결식아동은 33만2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갈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만큼 그 수가 증가할 것이다. ‘밥은 하늘’이라 했으니, 분배의 모순은 ‘하늘의 균열’이라 할 수 있겠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타당성 논란이 가열될수록 허기 또한 깊어져 간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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