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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비무장지대 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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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곳의 간격이 580m가량이라면 과장을 조금 보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웬만한 사람은 걸어서 10분 내에 다다를 수 있다. 그런데 중장비로 무장한 군인들이 이 거리를 사이에 두고 스물네 시간 날카로운 대치를 하고 있다면 상황은 예사롭지 않게 흘러가게 마련이다. 맨눈으로 물체 식별을 할 수 있을 정도여서 총기를 이용한 직접 저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전망대 인근에 자리한 남북한 최전방 경계초소(GP) 이야기다.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르면 군사분계선을 축으로 각각 남북 2㎞ 구간에 만들어진 비무장지대(DMZ)에서는 무장 병력이 주둔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진 지 오래다. 남북은 원활한 임무 수행을 이유로 내세워 각각 비무장지대 내에 GP를 건설해 운용 중이다. 현재 북측 GP는 150~160개, 남측 GP는 60~80개로 추산된다. 양측 GP는 짧게는 500여 m, 길게는 1㎞ 이상의 거리를 두고 있다.

항상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까닭에 GP 근무자에게는 엄격한 군기가 요구된다. 지휘관들은 ‘대한민국 군인 수십만 명 가운데 1%만이 올 수 있는 곳이 GP’라는 특수성을 내세우며 부대원들을 독려한다. 때로는 지나친 통제가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사고를 불러오기도 한다. 2005년 6월에는 경기도 연천군 인근 GP에서 선임들에게 시달리던 후임이 동료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8명이 숨지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때 양측이 10여 개의 GP를 시범적으로 철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대상은 1㎞ 이내 거리에서 마주 보고 있는 남북 GP들이다. 이럴 경우 금강산전망대 인근 GP 등 양측의 거리가 서부전선보다 짧은 동부전선 시설물들이 주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무장지대 내 남북 GP 철수는 판문점선언에 따른 후속조치의 일환. 그렇지만 GP 철수가 국군의 경계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겠다. 또 북측 GP가 우리보다 많은 점을 고려할 때 1 대 1 개념이 아니라 상호주의 비례성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아무쪼록 정부의 이번 조치가 당초 남북의 의도대로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로 이어진다면 참 반가운 일이 될 듯하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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