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이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태풍이 정면으로 다가오고 있다. 제19호 태풍 ‘솔릭’이 23일 서해안에 상륙한 뒤 중부지방을 관통할 전망이다. 태풍이 한반도 내륙을 통과하는 것은 2012년 ‘산바’ 이후 6년 만이다. 솔릭은 당초 전남으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경로를 서쪽으로 약간 틀었다. 이 때문에 위험지대인 태풍의 오른쪽 반원이 더 커지면서 전국에 초속 30~40m의 강풍과 최대 400㎜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보여 큰 피해가 우려된다. 말 그대로 초비상 상황이다.
솔릭이 특히 예사롭지 않은 건 1975년 이후 가장 큰 재산피해를 낸 2002년 ‘루사’와 진행 경로가 유사해서다. 전남 고흥으로 상륙해 강원도 속초로 빠져나간 루사는 하루 동안 최대 870㎜의 비를 뿌려 246명의 사상자와 5조여 원의 재산피해를 초래했다. 솔릭도 루사처럼 단시간에 많은 비를 퍼부어 산사태나 하천 범람, 저지대 침수 등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강풍으로 인한 시설물 파손 위험이 큰 것은 물론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태풍이나 폭우 등 역대 자연재난을 돌이켜보면, 늘 사전 대비를 한다고 하나 번번이 구멍 숭숭 뚫린 방비 시스템을 목격하곤 했다. 안전점검 태세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유리창 테이프 붙이기, 전신주를 비롯한 위험물 주변 접근 금지, 지하·하천변 주차 금지 등 시민들에 대한 계도 활동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사고는 방심에 기생한다.
농촌에선 이미 폭염으로 3000㏊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 여파로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3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수산품 가격은 한 달 전보다 4.3%나 올랐다. 일부 품목은 값이 3배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솔릭으로 인한 농어촌의 추가 피해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규모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러선 곤란하다. 추석 차례상에 물가 폭탄까지 떨어진다면, 가뜩이나 생활고에 주눅 든 민심이 더욱 흉흉해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와 민선 7기 지방정부가 자연재난 대처 시험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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