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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서태평양의 파도 /이재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21 18:58:0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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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전쟁은 20세기 초 세계사를 바꾼 역사적 전쟁이었다. 러일전쟁의 백미는 일본의 연합함대가 러시아의 발트함대를 전멸시킨 동해해전이었다. 해전은 함선 등 과학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후진국이 선진공업국을 이기기 힘들다. 일본의 승리가 세계를 놀라게 한 이유이다. 동해해전에서의 일본의 승리는 일본 수병의 자질과 ‘아키야마 사네유키’라는 천재적 참모의 전략 때문이었는데 사네유키가 창안하였다는 T자형 진형은 이순신이 한산도해전에서 펼친 학익진을 모방한 것이었다. 사네유키가 진해만에서 출정하면서 참모본부에 보낸 전문 중에 “금일 천기는 청명하나 파도는 높다”는 구절은 지금도 일본인들이 명구로 평가한다. 이후 일본은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고 폭주하여 파멸의 길로 가고 말았다.

중국 근대사의 굴욕은 19세기 아편전쟁과 청일전쟁에서 시작되었다. 두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은 것은 해군력이었다. 중국은 전통적인 육군국이며 바다와는 인연이 먼 대륙 국가였다. 해군은 민주정과 친한 군대이다. 해전에서는 하나의 함정이 하나의 사단이며 각 함정의 수병들이 자신의 창의력으로 전투를 하게 된다. 창의력은 자유로운 체제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역사상 해전에서 전제국가가 민주국가를 이긴 예가 없었다. 러일전쟁 당시에는 일본은 민주정을 채택하고 있었고 러시아는 전제국가였다.

현재 서태평양의 파도는 높다. 서태평양은 태평양 서쪽 해역이다. 서태평양으로 부르는 것은 미국의 기준에서 명명된 것이다. 서태평양의 긴장은 중국이 기존 해양국제법을 인정하지 않고 해양굴기를 선언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중국의 궁극적 의도는 서태평양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아시아의 패권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또한 동중국해의 센카쿠(댜오위다오)열도는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나 중국은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남중국해는 일본과 한국으로 오는 화물의 80%가 통과하는 해역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사활적 중요성을 가진 해역이다. 남중국해의 섬들은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점유하고 있는데 중국은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일부 섬을 무력으로 점령하고 인공시설물을 만들어 국제법상 인정되지 않는데도 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주장은 인정하지 않고 이 해역에 군함을 순항시키고 있다.

세계의 전략가들은 현재 전쟁 발발의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이 서태평양지역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과 일본, 미국이 전쟁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쟁을 시작하는 패턴을 보면 일본은 먼저 공격을 하고 중국은 명분이 있으면 자신의 힘을 헤아리지 않고 전쟁을 하고 미국은 한 방 맞은 후 전쟁을 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전쟁은 미중 대결의 제1차전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 공산품의 관세를 올리면 미국의 소비자들은 비싼 중국 공산품을 사용하게 되겠지만 이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대체 가능한 물품이다. 반면 중국 입장에서 미국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인들은 비싼 먹거리를 사야 하는데 농산물은 대체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의 30%를 중국에 수출하는데 콩은 중국인들의 주식인 돼지의 사료로 쓰인다. 비싼 돼지고기를 매일 먹어야 하는 중국인들의 불만이 정부로 향할 수밖에 없다. 미중 간의 관세전쟁은 산업 구조상 애당초 게임이 되지 않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제2차 충돌이 있게 되면 그것은 우발적 충돌일 것이며 서태평양에서의 해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해전이 중국에 불리하게 진행될 경우 중국 해안이 봉쇄되면 무역국인 중국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에 의하면 태평양에서의 한쪽 당사국의 영토가 무력공격을 받으면 다른 당사국은 참전 의무를 진다. 공해상의 선박은 기국(선적국)의 배타적 관할에 있기 때문에 기국의 영토로 본다. 태평양에서의 무력충돌 시 한국은 조약에 의하여 참전 의무가 생긴다. 한국이 중립을 지키며 실리를 취해야 한다는 ‘박쥐 전략’은 조약에 대한 검토 없이 하는 주장이다. 그런 행동을 한다면 앞으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경멸받는 왕따가 될 것이다. 실리에 밝은 중국인들은 명분도 승산도 없는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패권국의 환상을 버리고 국제사회의 평화로운 일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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