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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연대, 지방분권으로 가는 길 /권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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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19 19:35:4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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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는 지구를 둥글게 만들었지만, 인간이 지은 경기장들은 대부분 비스듬히 기울어 있다. 남성과 여성, 부자와 빈자, 그리고 중심부와 주변부. 기울어진 땅에 놓인 것들은 한쪽으로 쏠리기 마련이다. 쏠림이 지나치면 한쪽은 거덜이 나고 다른 쪽은 이것저것 뒤엉켜 범벅이 되고 만다. 과연 그렇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과밀화의 온갖 문제를 안고 사는 수도권, 그리고 망연자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빈털터리의 변방. 이쯤이면 한계점에 다다랐음을 다들 공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에 목청을 높이는 저쪽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우리 경제가 심상찮은 침체에 빠진 원인에 대해 여러 진단이 있다. 각종 규제와 ‘비즈니스에 프렌들리’하지 않은 정부 탓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의 과도한 중앙집권체제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는 시각도 있다. 그런 배경에서 문재인 정부는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지방분권을 공언하였다. 분권 지지자들이 주목한 것은 프랑스였다. 프랑스는 우리 못지않은 중앙집권국가였지만, 중앙의 관료적 시각과 가치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체제가 이 다원적 세계에서 발전의 발목을 붙잡고 있음을 인식하면서 1980년대부터 분권 개혁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기득권층의 집요한 반발을 2003년의 개헌으로 극복하였다. 그 결과 지방의 도시들은 개성과 활기를 찾았고, 파리가 누리는 삶의 질도 현저히 개선되었다. 참여정부 이후 답보상태에 있는 우리의 분권과 균형발전을 프랑스처럼 개헌으로 돌파해보려던 현 정부의 시도는 그러나 수포로 돌아갔다. 나라의 존망이 걸린 북핵 문제도 갈 길이 먼데 소득주도 성장의 프레임에 갇혀 버벅거리고 있는 형편이니, 이 정부에서 지방분권이 다시 동력을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올해 지방의 대학가를 까맣게 태운 이슈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이었다. 교육부 평가를 통해 전국 대학의 60%를 선발하고, 그에 들지 못한 학교들에 대해서는 정원 강제축소와 재정지원 제한을 가하는 조치이다. 학령인구 절벽으로 대학정원에 비해 지원자 수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이번 평가 탈락의 낙인이 찍힌 대학들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에 우수학생들을 빼앗기고 등록금에 관해서는 국립대와 불공정 경쟁을 벌여야 하는, ‘기울어진 경기장’에 던져진 지방사립대학들에게 이번 평가는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 지역의 불리함을 덜어주겠다며 5대 권역으로 나누어 심사를 했지만 결과는 우려대로였다. 수도권에서는 57개 대학 중 5개만 탈락하였으나, 부울경의 경우 22개 대학 중 8개나 탈락하였다. 그만큼 경쟁력이 뒤진 탓이 아니냐는 반문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지금 대기업 임원들 가운데에는 지방대 출신들이 더 많다는 최근의 보도를 보셨는지. 제 몫을 하던 지방대학들이 이렇게 된 데는, 경기장을 기울어지게 설계한 중앙의 책임이 크다.

이런 식이라면 지방에는 사립대학들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 그리되면 자의 반 타의 반 수도권으로 흡입된 학생 중 상당수는 닭장 같은 고시원에 살며 집세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한 주 내내 알바를 뛰어야 할 것이다. 스펙은커녕 하루 먹고살기가 고단한 청년이 졸업을 한들 제대로 취업을 할 수 있을까. 그는 결국 도시 빈민으로 살아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젊은이가 떠난 지방의 경제도 타격이 클 것이고, 인력을 구하지 못한 지방 중소기업들도 버티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수도권은 문제의 원인인 자신들의 탐식을 멈추지 않고, 지방으로부터 더 빨아들인 요소를 투입 증대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들에게 ‘지방’은 대체 무엇인가? 위험한 원전을 도맡아 이고 살고, 국제공항을 오가기 위한 비용과 수고쯤은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존재일 뿐인가.
극도로 기울어진 이 경기장을 바로잡는 방법은, 그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란 사실을 저쪽도 깨닫게 만드는 것일 터이다. 그러나 탐식에 빠진 수도권 기득권층의 그런 깨달음을 기다리기란 요원한 일일 것 같다. 그렇다면 지방의 연대밖에 없다. 구호가 아닌 강력한 연대만 뒷받침된다면, 선거제도를 비롯하여 지방도 쓸 수 있는 카드들이 있다. 여기서 진정한 연대의 출발은 우리 안을 먼저 돌아보는 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분권을 외치면서, 이 안에서 좋은 것은 또 내가 다 가져야 한다는 탐심이 내 속에 혹시 도사리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경성대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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