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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기후변화 도시 대처법 /구시영

폭염·기상이변 가속화, 탄소배출량 억제 시급

도심 환경친화적 설계, 녹색교통 시스템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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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징후가 예사롭지 않다. 기록적인 폭염과 기상 이변 속에 지구촌 곳곳이 신음하는 모습이다. 포르투갈에서는 낮 기온이 섭씨 47도까지 치솟았고, 서유럽 날씨는 사하라 사막 수준이 되었다. 북극권인 스웨덴은 30도를 웃돌면서 산불이 발생해 난리다. 그리스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이상 고온 탓에 산불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물의 나라’ 네덜란드는 강물이 말라 운송대란을 겪는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상 최악의 폭염이다.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 발생일수가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찜통 날씨로 온열질환자가 증가하고 여러 분야에서 피해가 속출하는 양상이다.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 일대는 시퍼런 유독성 조류로 뒤덮이며 ‘독조라떼’라는 말까지 나온다.

게다가 지금 같은 폭염이 앞으로 상시화할 거라는 예측이니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기상당국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폭염 현상이 과거보다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그러니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는 쪽으로 관계법 개정을 추진하는 건 당연하다. 폭염은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이고 사전 예방에도 한계가 있으니 재난 범주에 넣은 게 마땅하다. 폭염 대비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피해 보상 근거 등을 제때 마련해야 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처방은 역시 기후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 실행하는 일이다. 기후학자들은 인류가 지구온난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금세기말 ‘아마겟돈’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구 기온을 낮추는 노력과 성과 없이는 금세기말 4~6도 더 올라갈 거라는 점에서다. 만일 기온이 4도 상승할 경우 한반도 남부지역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겨울을 볼 수 없게 된다. 2100년이라 하면 아주 먼 미래로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이 그때까지 살아 있다는 걸 생각하면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님을 실감할 것이다.

지구 기온을 낮추는 방법은 자명하다.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온실가스의 배출을 대폭 줄이는 일이다. 지난해처럼 전 세계의 대기 중 온실가스 방출량이 역대 최고치를 나타내서는 기온이 떨어질 리 만무하다. 그 점에서 우리가 전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도시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하겠다. 기후변화 요소를 모든 도시 설계·디자인의 중심에 놓고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탄소 배출을 최대한 낮추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도시의 틀과 제도적 장치를 새롭게 마련해 나가야 한다. 그것은 도시와 거리, 에너지 소비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계 주요 도시는 이미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그 중 미국 포틀랜드는 유명한 사례다. 이곳 시민의 하루 평균 자동차 주행거리는 미국의 다른 대도시보다 20% 이상 짧고, 평균 통근시간은 9분 적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과거에 비해 80%나 줄었다. 또 연간 휘발유 비용을 11억 달러 절감했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140만 톤 저감시켰다. 지난 30여 년간 도로 확장보다 전철과 자전거도로, 보행로 조성에 적극 투자한 영향이다. 기후·환경친화적 녹색교통 시스템이 도심과 지역경제에 활력을 넣고, 결과적으로는 도시에 부(富)를 늘렸다는 평가다.

미국 뉴욕시의 정책 전환도 눈여겨볼 대상이다. 도시의 거리 공간을 재배분해 차도를 줄이고 그 자리에 보행공간과 쉼터를 만들면서 극심한 차량체증이 거의 사라졌다. 대신 보행자 천국으로 바뀌었다. ‘도로 다이어트’와 ‘차 없는 거리’ 프로젝트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셈이다. 영국 런던 시의 도심 교통혼잡 부담금 시행, 콜롬비아 보고타시의 대중교통 시스템과 보행·자전거 우선 정책도 온실가스 감축전략으로 호평을 받았다.

도로 다이어트와 도심 설계 개선이 도시 기온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국내 연구로도 입증됐다. 이달 초 울산과학기술원 연구팀 발표에 따르면 시내 도로의 너비와 빌딩의 밀도, 하늘 조망 등을 비교 측정·분석해 보니 기온을 1.5도 정도 낮출 수 있는 걸로 나타났다. 큰 빌딩들을 도로에서 조금 떨어져 짓게 하는 것만으로도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니, 도시 디자인의 힘이 새삼 느껴진다. 부산은 그게 더 절실하다. 기후변화에 취약해서다. 향후 해수 온도 상승과 맞물리면서 부산의 열대야 증가일수가 국내 대도시 중 가장 클 걸로 예측되고 있다.

어쩌면 핵전쟁보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재앙이 더 무섭다. 인류 위기를 상징하는 ‘운명의 날(종말) 시계’에 2007년부터 핵 관련 상황 외 지구온난화 요인이 추가된 것도 그런 이유다. 대기 중 온실가스가 위험선을 초과하면, 그때부터는 인간의 어떤 노력도 무위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폭염과 기후변화가 인류에 보내는 경고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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