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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 /신정승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14 20:36:23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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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미국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인도-태평양 비즈니스 포럼에서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설명하였다.

이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작년 11월 베트남 다낭에서 개최된 APEC CEO 회의에서 경제안보가 국가안보라고 하면서 미국과 인도-태평양 국가들과의 동반자 관계 발전을 희망했던 것을 보다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이 주권 존중, 법치와 지속 가능한 번영에 기초하고 있는,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비전이라고 하였다. 이어 그는 ‘자유로운(Free)’의 의미는 역내 국가들이 자신들의 주권을 다른 나라로부터 강압받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개방적인(Open)’ 것의 의미는 해양과 그 상공에 대한 개방적인 접근이라고 언급함으로써 이러한 미국의 전략이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정치 안보 면에서의 의미를 감추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의 연설 내용은 전체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우선은 경제적인 측면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는 폼페이오 장관이 이 전략의 중점은 지역 내 국가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공정하고 상호주의적인 무역과 개방적인 투자환경, 국가 간의 투명한 협정 그리고 지역 내 인프라 연계를 향상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미국이 1억1300만 달러의 기금으로 지역 내 디지털 경제, 에너지와 인프라 사업에 투자할 것이며 장차 미국의 개발금융 재원도 600억 달러로 확충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서 알 수 있다.

사실 작년 6월 인도 모디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미-인도 간 안보협력이 강화되었다. 그해 11월 마닐라 동아시아 정상회의 때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되는 소위 QUAD의 고위 관리들이 10년 만에 회의를 개최하여 지역 내 주요 안보문제를 협의했다. 이는 마치 4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하여 중국에 공동으로 대응하려 한다는 인상을 준 바 있다. 이어 작년 12월에 발표된 미국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강력한 방위 네트워크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기술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볼 때, 미국이 제기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결국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정치 안보적인 고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동아시아 내 다수의 국가는 중국과 깊어지는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가급적 중국과의 갈등을 원치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의 향방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해 왔다. 특히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의 이러한 전략이 동남아시아가 포함되는 지역협력 문제에 있어서 아세안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정책 연설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요한 아세안 국가들의 우려를 반영하면서 역내 국가 간의 경제적 연계를 강조하고 민간 차원에서의 투자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현실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 국무부의 배경설명 자료에 의하면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라 능력배양 사업이나, 인프라 개발 지원 등에 있어서 민간 투자를 장려함으로써 보다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역내 국가들에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또한 중국도 과거와 달리 QUAD 회의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한편 한국은 한-아세안 국가 간 활발한 인적 교류를 통한 사람공동체, 상호 안보협력을 통한 평화 공동체와 호혜적 경제협력을 통한 상생 번영의 공동체를 구축하고자 하는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협력과 관련, 작년 11월 마닐라에서 한 연설을 통해 역내 연계성을 높일 수 있는 교통 인프라, 에너지, 수자원 관리, 스마트 정보통신 등 4대 중점 협력 분야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인프라 펀드’에 2022년까지 1억 달러를 추가로 조성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런 점을 보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은 실제 내용에서 유사성이 있으며, 한국이 동남아지역에서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동서대 석좌교수·중국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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