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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민주, 웰빙정당의 길 가나

폐지키로 한 국회 특활비, 합의과정서 민낯 드러내

선거제 개편도 미적미적…거대 양당 기득권에 안주, 옛 한국당과 뭐가 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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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쌈짓돈’ 앞에서 평소 으르렁거리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특수활동과는 무관한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를 두고 비난이 쏟아지자 여야 원내대표가 만난 지난 8일의 일이다. 성난 여론을 감안할 때,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히리라는 전망이 없지 않았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영수증과 증빙서류를 첨부하는 조건으로 특활비를 유지키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합의한 것이다. 사용 내역을 분명히 밝혀 투명성을 높이면 문제 될 게 없다는 논리였다. 글쎄, 영수증을 내면 왜 특활비인지 아리송하다. 집 나간 협치가 이럴 땐 왜 이리도 신속히 돌아오는지 모를 일이다.

정의당은 물론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까지 폐지 목소리를 높였지만 소용 없었다. ‘거대 기득권 양당의 횡포이자 야합’이란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심지어 표창원 민주당 의원마저 내부적으로 공개 비판에 나설 정도였으니 제대로 악수를 둔 셈이다. 이처럼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지자 결국 특활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어제 두 당은 다시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며칠 새 오락가락하며 이미 두 당의 속내는 다 들켜버린 마당이다. 이게 한국 정치를 이끈다는 거대 정당의 현주소다.

사실 한국당의 이런 모습은 별 새삼스럽지 않다. 오랜 여당 생활로 기득권에 젖은 구태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하면 그만이다. 비상대책위까지 꾸렸지만 몸에 밴 웰빙 정당 체질을 벗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안타깝긴 해도 분노하기에는 너무 많은 구태를 보아온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한국당과 한때나마 짬짜미를 한 민주당은 도대체 뭔가. 여당 생활 1년여 만에 벌써 배가 불러졌나. 올 초 국정원 특활비를 적폐로 규정하며 폐지 법안을 냈던 그들 아닌가. 생전에 국회 특활비 폐지를 마지막 법안으로 낸 고 노회찬 의원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다.

특활비 파문이야 일회성 소동으로 쳐도 문제는 또 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다. 민의를 왜곡시키는 승자독식 구조의 현 선거구제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 폐해는 지난 6·13지방선거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자유한국당도 손해 볼 일 없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개정 의지를 보였다. 소수정당인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다양한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다.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어떻게든 손을 봐야 할 사안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또한 거대 양당은 소극적이다. 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편을 개헌과 연계해야 한다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며 차일피일 미루는 모양새다. 그나마 최근 긍정적 방향으로 선회하며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필요성엔 공감하는 듯하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액션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데다 아직까진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굳이 개정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부자 몸조심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적극적이지 않은 마당에 긁어 부스럼내지 않겠다는 속내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는 이미 지난 지방선거 이전에도 드러난 바 있다. 기초의원 4인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다. 이는 소수 정당의 기초의회 진출 문턱을 낮춰 다양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그러나 4인 선거구를 신설하거나 늘리려는 시·도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안은 대부분 광역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부산의 경우 시의회 절대 다수를 점한 한국당이 반대한 탓이다. 아쉬울 것 없는 한국당 입장이야 그렇다 쳐도, 민주당도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국의 시의회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사태를 방관했다. 거대 양당의 암묵적인 짬짜미였던 셈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한국당에겐 웰빙 정당이란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국민의 웰빙을 위한 정당이었으면 오죽 좋았을까. 그들은 보신적이고 자신들의 안위에만 골몰한 배부른 정당이었을 뿐이다. “기득권에 급급한 이익집단, 자신의 권력과 안위만 추구하는 웰빙 정당, 비전도 대안도 없는 무능한 정당, 이제는 안 됩니다.” 홍준표 전 대표가 1년 전 당 대표 선거에 나서면서 밝힌 출마선언문의 일부다. 그러나 그는 물론 당 전체가 끝내 이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폭망해버렸다.

유감스럽게도 이젠 민주당이 그 꼬리표를 이어 달려 하고 있다. 특활비 파문과 소극적인 선거제도 개편은 서막에 불과할지 모른다. 벌써부터 몸을 사리며 개혁에 역행하는 민주당의 지금 모습은 과거의 웰빙 정당을 빼닮아가고 있다. 그러는 새 지지율은 곤두박질쳐 집권 여당이 된 이후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오는 25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의와 안전, 통합, 번영, 평화 등 기존 5대 가치에 ‘공정과 포용’을 추가한 강령을 채택했다고 한다. 말인즉슨 그럴싸하나 결별해야 할 구태와 손잡는 게 포용이고 공정인지부터 곱씹어봐야 할 일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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