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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래문화지구, 재개발과 보존의 갈림길에서 /차철욱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12 20:37:54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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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과거가 없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과거의 경험은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만드는 방향타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지나간 과거와 경험은 소중하게 취급되어야 한다. 개인이나 사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지난날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답사하고 책을 읽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하지만 부동산자본주의라 불리는 오늘날에 과거의 의미는 자산가치를 증식시키려는 욕망 앞에 쉽게 훼손되기도 한다. 이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보존과 개발 갈등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개발로 인해 귀중한 문화자산이 훼손되기도 하고, 보존으로 인해 개인이 권리가 침해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보존과 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의 해결 방법은 법리적이고 물리적인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최근의 여러 사례가 잘 보여준다.

부산에서도 최근 복천동 고분군과 동래읍성 주변의 문화자산을 보존할 것인가, 아니면 노후화된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재개발을 추진할 것인가를 두고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갈등은 두 가지 가운데 한 가지만을 선택하도록 강요당하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왜 그동안 우리는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 보지 않았는가. 다양한 이해 당사자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법리적인 판단이 더 중요시되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은 법적인 절차에 따라 조합을 구성하고, 재개발 계획서를 접수한 행정 당국은 법적인 근거에 따라 재개발 사업 허가를 위한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보다는 법리적인 근거가 우선되었고 이는 가장 안전한 기준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동래문화지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사업은 법리적인 근거와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는가. 법리적인 절차 속에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모두가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동래문화지구가 간직한 역사적 자산은 어느 특정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자산이다. 얼마 전 역사 연구자들은 동래지역의 역사적 자산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학술행사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학술행사는 부산 시민에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이 지역 문화자산의 가치를 알리는데 중요한 목적이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래는 삼한 시대, 삼국시대부터 강력한 국가를 건설했던 흔적을 남기고 있다. 마안산에서 복천동 고분군을 따라 평지까지 연결된 동래의 중심부는 이 시대 동래 사람들의 터전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생활하던 동래 사람들은 철을 이용해 일본이나 중국 그리고 국내 여러 나라와 교류했던 흔적을 남겼다. 간혹 부분적인 건축공사 때 다양한 유물이 출토된 경험이 있다.

조선 시대부터 동래는 일본과의 관계에서 국방과 외교의 업무를 담당한 요충지였다. 조선 시대 동래가 지녔던 위상을 보여주는 읍성이 조선 전기와 후기에 조성되었다. 특히 조선 전기 읍성의 북문 근처에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맞서 싸운 동래 사람들의 저항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조선 후기 관아와 부속 건물 또한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했다. 이 건물들은 부산의 개항 이후 학교나 관공서 등 근대적 시설로 활용됐다.

이처럼 동래의 땅속에는 확인이 필요하고 후손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자산이 수두룩하다. 동래문화지구의 역사적 자산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현재로서는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증명되지 않는다고 앞으로 예상되는 가능성을 무시한다면 정말 중요한 것을 잃게 될 것이다.

동래문화지구의 자산과 관련한 당사자는 부산 시민, 현지 주민, 행정당국 등 다양하다. 지금은 누구의 판단이 옳은가를 선택하기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시기이다. 갈등을 최소화하고 현지에 사는 주민과 부산 시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당사자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길 이외에는 없다.

힘들고 어려운 여정에서 연구자들도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며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 행정당국과 현지 주민들 또한 우리와 같은 마음이기를 기대한다.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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