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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현장] 민주당과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윤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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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로마 제국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개선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다. 개선장군에게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메시지를 각인시켰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에게 ‘메멘토 모리’는 가슴에 새겨야 할 금언(金言)이다. 민주당 부산시당과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부산시의회, 처음으로 배출된 민주당 부산시장할 것 없이 초심을 잃고 시민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듯하다.

최근 민주당 지역위원장 선임은 실망과 논란의 연속이었다. 지역에 연고도 없는 인사가 떡 하니 지역위원장에 선임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조직강화특위는 당헌·당규에 명시된 경선도 시행하지 않아 후보자들의 반발을 샀다. 또 조강특위에서 결정한 안을 최고위원회가 손바닥 뒤집듯 뒤엎어버리면서 ‘이게 정말 민주당이 맞나’하는 자조와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지역위원장 선임에 작동하면서 ‘공정한 과정과 정의로운 결과’를 내세웠던 민주당의 색채는 이미 퇴색됐다는 혹평이 나왔다.

전체 47석 중 41석을 석권한 부산시의회의 의장 선출 과정 역시 절차적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다. 절대다수를 점한 민주당 의원들은 자체 의원총회를 열어 의장을 미리 선출해 단독으로 후보를 등록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재결선’ 투표라는 코미디는 논외로 치더라도 요식행위에 그친 의장 선출 표결로 자유한국당 5명과 무소속 1명 등 민주당이 아닌 6명의 시의원의 의장 표결 선택권 자체를 원천 봉쇄했다.

지금까지 의장 선출은 구두 합의에 의한 추대이든, 복수 후보자의 경선이든 후보 등록 이후 본회의에서 표결로 선출했다. 다수당이 자체 의원 총회로 의장을 뽑아 본회의에서 단독 후보를 상정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어 ‘결과는 같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민주당의 오만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의 뜻’을 강조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민주당이 아닌 6명 의원에게 표를 준 시민의 뜻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작은 것이었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

첫 민주당 출신 부산시장인 오거돈 시장 역시 시의회가 시 산하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제도 도입을 요구한 데 대해 “시장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침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사실상 거부했다가 실무협의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첫 인사 때부터 인사청문제도가 적용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동안 시 산하 공공기관장이 시장 당선인 캠프의 ‘보은 인사용’으로 활용됐다는 점에는 누구도 이견을 갖지 않는다. 이 때문에 능력이나 자질과는 관계없는 인사가 캠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기관장 자리를 차고앉는 ‘적폐’가 반복돼 왔다. 이런 적폐를 해소하고 능력을 갖춘 인사를 발탁하는 게 오 시장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던 ‘부산의 변화’가 아닌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대승을 견인한 최대 동력은 ‘바람’이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당사자들이 잘 알 것이다. 바람의 방향은 언제든 바뀐다는 사실도 잊지 않길 바란다.

정치부장 yjk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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