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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인간이라는 가능성 /이윤영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05 19:01:2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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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뉴스가 있다. 폭염과 라오스댐 붕괴 사고. 폭염으로 사람들이 죽고, 가축과 양식장 물고기가 집단 폐사했다. 라오스에서는 댐이 무너져 수백 명이 실종되었고, 살아남은 사람들 역시 모든 것을 잃어 망연자실했다. 두 사건 모두 인간이 초래한 재앙임이 틀림없다. 더 절망적인 사실은 이 두 가지 사건이 처리하지도 못할 쓰레기들을 만들어낸 인류의 지난 역사가 빚은 수많은 재앙 중 몇몇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많은 편리와 풍요를 누린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왜 그로 인한 고통은 혜택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부터 겪어야 할까. 너무나 불공평하다.

라오스댐의 붕괴는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이 참여했다는 이유로 언론사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고 일주일 전 이미 침하가 있었는데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았던 정황이 밝혀지기도 했고, 가난한 나라 라오스의 유일한 경제 수익이라고 할 수 있는 수력발전을 통한 에너지 수출을 위해 무리하게 댐 건설을 추진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쏟아지는 뉴스 보도 속에서 이 일로 우리나라 건설사에 대한 해외 수주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보도를 봤다. 끔찍한 뉴스였다. 사람이 죽었고, 그 일대 마을이 파괴되었으며, 사망자와 실종자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게 중요한 뉴스인가? 참담하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상징이었던 사자 ‘세실’과 그들 무리의 삶을 기록한 책 ‘세실의 전설’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사냥꾼이 우두머리 수사자를 살해한 여파로 암사자는 새끼들을 데리고 나와 사람과 가축이 사는 마을을 위험하게 전전하다가 결국 다른 영역의 수사자에게 새끼들을 잃는다. 사람들은 사자 때문에 불안에 떨고 가축과 사자 모두 공포의 제물이 된다. 예로부터 맺어 온 인간과 사자의 평화로운 관계는 지금 비극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다. 사냥꾼이 미국 텍사스의 집에 돌아가 행복감에 젖어 위스키에 얼음을 떨어뜨리고 있을 때, 아프리카의 새끼 사자들에게는 죽음이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한 명의 미국인이 취미로 수사자 한 마리를 죽인 일은 수많은 관계를 깨트리고 생명을 앗아간다. 수사자를 죽인 미국인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알고서도 그럴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저 이야기 속에 오늘날 우리가 겪는 수많은 불평등한 고통의 기원이 있다. 이 현실은 우리의 삶 곳곳에 적용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맛이 있으니 고기를 먹고, 값이 싸니 팜유(식물성 기름) 제품을 쓰고, 버리기 편하니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그 여파로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부작용이 생겨났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것은 역시나 그 편리의 수혜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존재들, 말하자면 가난한 사람들, 말할 수 없는 동물들, 식물들이다. 그러니 우리는 엄중히 선택해야 한다. 진실을 향한 용기를 가지고, 과감히 알고자 해야 한다. 이런 우리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무책임함, 그것이 고통의 기원 아닐까.

이 불편한 진실을 알고 나면 우리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인간이라면 알고서도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알면서도 때론 그런 선택을 하기도 한다. 플라스틱 빨대가 바다거북의 코에 박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통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빨대를 쓰고, 비닐봉지 80장을 먹고 숨 막혀 죽은 고래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는다. 이것이 인간인가. 그렇다. 인정해야 한다. 경제적 이익에 눈멀었던 우리가 라오스 사람들을 고통에 빠트렸고, 편리하고 풍요롭게 살고자 했던 욕심이 기록적인 폭염을 만들었다. 플라스틱으로 가득한 바다를 만들어 수많은 바다 생물을 죽음에 이르게 했고,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생물 종을 멸종시켰다. 이것이 인간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떤 선택이 가능할까?

인간이라는 가능성. 인간의 역사는 그것을 증명하는 기록이다. 언제나 어려운 문제적 상황이 있었지만 그것을 극복해왔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의 위기를 직시하여 쓸모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의 힘과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불가능에 도전하는 선한 본성이 인간의 가능성임을 믿어야만 한다. 그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자. 그 질문에 용기 있게 답하고자 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이 뜨거운 여름을 여름답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인디고잉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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