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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난민, 새로운 이름의 타자(他者) /권혜경

제주도 예멘인 입국 사태, 난민문제 공론화 계기돼

인간의 생존권 달린 문제, 좀 더 열린 마음 가졌으면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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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01 19:17:16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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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중순경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018 국제연극학회(IFTR) 학술대회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올해의 주제는 ‘연극과 이주:연극, 민족, 정체성’이었다. 국가 간 이동이 많은 유럽 대륙이지만 몇 년 전부터 불거진 대규모 난민과 불법이민의 문제가 사회 전반에 주된 이슈로 자리 잡았음을 반영하는 주제였다. 대량 이주의 문제가 각 나라에 미친 영향과 특히 공연이나 영상 등 예술매체에 투영된 현상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유럽 참석자 가운데 상당수가 최근 10여 년 동안 아프리카나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내전 등으로 발생한 대량 난민에 대한 사회적 경험이 공연예술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필자는 난민 소재를 다루는 이들 발표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출국 직전 제주도에 유입된 예멘 난민 500여 명에 대한 소식으로 모든 매체가 분주했기 때문이다.

난민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오래된 유럽 국가에서는 ‘약자’이자 ‘소수’인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연극화시키고 있었다. 연극뿐만 아니라 시각예술에서도 난민을 소재로 하는 프로젝트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다. 발표 중에 소개된 영국 출신인 설치 미술가 아이작 줄리언(Issac Julien)의 ‘서구 연합:작은 보트’(Western Union: Small Boats)는 아프리카 난민 문제를 직접적으로 암시하는 인상적인 영상 작품이었다. 내전의 위험을 피해 작은 보트에 수십 명씩 올라타 망망대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아프리카 난민들의 모습이 상징적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지구촌 난민의 숫자는 6850만 명이라고 한다. 2000년 이후 이들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국가는 독일, 미국, 프랑스, 영국 순이다. 하지만 수치로 보면 69만 명을 받아들인 독일이 단연 압도적이다. 2015년 터키 해변에서 세 살짜리 시리아 난민 쿠르디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 난민에 대한 동정 여론이 한때 유럽 전역에 일었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해 난민 유입에 앞장섰던 국가들은 최근 계속 유입되는 난민으로 경제와 치안이 악화되었다고 주장하는 보수 여론에 밀려 절충안을 찾고 있는 형편이다.

제주도 예멘 난민 신청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중립적인 보도부터 난민 수용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 있는 반면 청와대에 난민법 폐지를 청원하는 수가 70만 명을 넘었고 난민법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도 열리고 있다. 특히 인터넷 기사에 달린 수많은 댓글은 예멘 난민들의 입국에 따를 수 있는 일자리 감소와 치안 약화에 대한 우려는 물론 극단주의 무슬림에 대한 인종적 종교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500여 명이라는 대량 난민의 유입이 처음 발생한 데 따른 사회적 혼란과 불안을 반영한다. 먼 나라 일로 여겨졌던 난민 문제가 난생처음 직접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한국은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상태이며 2012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독립적인 난민법도 만들었다. 유엔난민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년간(2000-2017) 세계 190개국의 평균 난민 인정률은 29.9%이고, OECD 37개국 기준 인정률은 24.8%라고 한다. 반면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3.5%로서 그동안 합법적으로 받아들인 난민의 수는 706명에 그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 심사가 매우 까다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멘 난민 신청자 500여 명에 대한 정부의 난민 인정 심사 결과를 좀 더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혹자는 0.9%의 낮은 난민 인정률을 보이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우리도 인정률을 훨씬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1980년대 동남아 경제 난민 증가 이후 급격히 난민 입국을 봉쇄했다.

엄격한 난민 심사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난민은 받아들여야 한다. 몇십만 명을 받아들인 선진국의 수준까지는 곤란하겠지만 우리의 경제 사회적 역량이 허용하는 만큼 곤경에 처한 난민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이는 생존의 문제이자 인권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철저한 심사는 물론 난민 판정 이후에도 적절한 교육을 통해 그들이 우리 사회에 무사히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역시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미 다문화사회이다. 백인과 흑인, 동남아 및 중앙아시아 근로자, 결혼 이주 여성, 그리고 탈북자까지 다양한 타자로 뒤섞여 있다.

우리는 경제적이든 사회적으로든 이들이 없는 사회를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난민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타자가 우리 곁에 다가온다.

동서대 영어학과 교수·민석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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