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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좋은 죽음은 좋은 삶에서 시작된다 /임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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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25 19:12:1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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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에서 동정, 행사, 화촉, 모임 등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인생의 종착지인 부음도 매일 접한다. ‘○○○ 씨 별세, ○○○ 씨 부친(모친)상’ 등의 내용을 다음 날 지면에 싣기 위해 정리하면서 잠시 일면식도 없는 고인의 흔적을 더듬어 본다. 보통 자녀(주로 아들)들의 직책을 보고 고인의 나이를 짐작하며, ‘그래도 오래 사셨구나’ 또는 ‘젊으신 분이네’ 등을 읊조리며 짧게나마 명복을 빈다. 2년여 전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난 뒤로는 누군가의 죽음이 늘 애틋하고 마음이 쓰인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죽음의 순간은 비슷하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그 어느 때보다 길어졌지만 마지막 순간을 편안한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지인의 보살핌 속에서 맞이하는 일은 드물다. 대부분 요양원이나 병실에서 인공호흡기와 여러 장비를 몸에 단 채 의식 없이 생명을 연장하다 숨을 거둔다. 통계청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사망자 28만여 명 중 21만여(75%) 명이 병원에서 숨졌다. 집에서 숨진 이는 15%인 4만여 명에 불과했다. 암 환자의 경우는 90%가 병원에서 죽음을 맞았다. 영국에서는 ▷익숙한 환경에서 ▷가족·친구와 함께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고통 없이 죽어가는 것을 좋은 죽음이라고 정의한다. 병원에서 온갖 기계에 둘러싸여 맞게 되는 임종은 보는 이도, 겪는 이도 모두 고통스러운 ‘나쁜 죽음’일 것이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좋은 죽음, 즉 존엄한 죽음(존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호주의 104세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이 별다른 병에 걸리지 않았지만 인간다운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다며 자발적으로 죽음을 택하면서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현재까지 1만 명이 넘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환자 본인이 건강할 때 의향서를 작성하거나 가족에게 미리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밝혀 놓은 경우가 아니면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합의해야 하는 절차가 어렵고 복잡하다는 점에서 의료 현장에서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아툴 가완디는 저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사람이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죽어갈 때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무엇이 있을까?’를 물었다. “죽음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사물의 자연스러운 질서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문제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이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우리는 이 절박한 문제를 의학과 기술의 손에 맡겨 버렸다. 죽음을 일종의 의학적 경험으로 만드는 실험이 시작된 것은 10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 실험은 실패하고 있는 듯하다.” 작가는 다시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 치료에 매달리기보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돌아보라.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늘 부담스럽다. 누구나 죽는 걸 알면서도 죽음을 터부시하고 외면한다. 톨스토이는 ‘이 세상에서 죽음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기자도 말기 암 선고를 받은 어머니가 병원에 계신 동안 한 번도 죽음을 언급하지 않았다. 당신이 곧 돌아가실 수 있다는 것도, 무엇이 제일 행복했고 아쉬웠는지, 하고 싶은 말이나 일이 있는지 등을 감히 묻지 못했다. 실낱 같은 희망으로 기적을 바라면서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우왕좌왕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로 남아 있다.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공부가 돼 있었다면, 소중했던 그 시간들을 덧없이 흘려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죽음학자들은 평소 죽음에 대한 생각을 가족과 주고받으라고 조언한다. 건강할 때 미리 죽음을 고민하고 자신이 원하는 마지막 모습을 스스로 결정해야 가족과 아름다운 이별도 가능하다. 죽음을 생각할 때 현재의 삶도 충실할 수 있다는 메멘토 모리. 좋은 죽음은 좋은 삶의 끝에서 만날 수 있는 행복일 것 같다.

독자여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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