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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촌놈은 해외여행 가지 말라고? /안인석

김해 장거리 노선없어 인천경유 시간·돈 낭비

부산~싱가포르 직항, 김해공항 발전 시험대…국토부 행보 지켜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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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딸이 1학기 교환학생으로 유럽을 다녀왔다. 가는 길 오는 길 모두 암스테르담에서 환승을 했다. 싸고 환승이 편한 항공편을 찾다 보니 외국항공을 이용했고, 부산에서 직항이 없으니 도리 없이 인천공항을 경유해야 했다. 김해공항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환승전용 내항기가 있지만 편수가 많지 않을뿐더러 해당 항공사가 아니면 두세 배의 요금을 물어야 하니 이리저리 고민하다 결국 하루 전 서울로 가서 1박한 후 출국했다. 입국할 때도 마찬가지. 열 몇 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와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이동한 뒤 KTX로 부산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한 아이는 거의 초주검이 되다시피 했다. 거기에다 시간 낭비, 돈 낭비. 부산에 신공항이 있거나, 김해공항에 중장거리 노선이 있다면 겪지 않아도 될 불편이었다.

해외 출장이나 여행이 잦은 사람들도 이런 여정은 참 적응하기 쉽지 않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오전에 인천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이용하려면 김포공항으로 가서 공항 리무진을 이용하거나, 아예 전날 밤 우등고속 버스를 타고 밤새 이동해 인천공항에서 몇 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아니면 딸아이처럼 전날 미리 올라가 숙박해야 한다. 내항기를 이용하면 시간은 아끼지만 비행기 시간을 맞추느라 꼭두새벽에 집에서 나서야 한다. 출국 전부터 진을 뺀다는 말이다.

지역민을 위한 동남권 신공항이 필요한 이유는 이것 말고도 많지만 신공항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김해공항의 중장거리 노선을 짚어보고 싶어서다. 중장거리 노선이 늘어나면 지금 지역주민들이 겪는 불편이 한결 덜어지기 때문이다.

지난주 싱가포르관광청 관계자가 부산시를 방문해 부산~싱가포르 직항노선 개설을 논의했다. 다음 달 초에는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간 항공회담도 예정돼 있다. 싱가포르 측은 이번 회담에 상당히 적극적이어서 직항노선이 개설될 가능성 높다고 한다. 부산~싱가포르 직항은 김해공항 중장거리 노선을 확대하려는 부산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몇 년을 끌었지만 결실을 얻지 못했다. 취항하면 김해공항 노선 중에서는 가장 긴 항로가 된다는 의미도 있다.

수요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미 2014~2016년 부정기편 운항 때 검증이 끝난 사안이다. 당시 탑승률은 최고 95%로 사실상 만석이었다. 올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엔 관심이 더 커졌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부산을 방문한 해외관광객 중 가장 많이 늘어난 나라가 싱가포르라는 통계도 있다. 1년 전보다 무려 50%가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직항노선이 없어 대부분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온다. 직항이면 6시간 만에 오지만 인천을 경유해 낭비하는 시간이 아까울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 노선 개설이 중요한 것은 직항이 성사되면 이후 김해공항의 다른 중장거리 노선 신설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슬롯 조정 등 후속 대책이 따라야 하지만 수요나 경제성은 충분하다는 게 공항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공항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이나 북미 등지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을 경유한 영남권 승객은 300만 명이라고 한다. 또 이들이 인천공항으로 가기 위해 추가로 부담한 돈은 무려 1400억 원으로 추산했다. 단지 지방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길에 뿌리는 셈이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지역민들은 왜 이런 불편과 돈 낭비를 감수해야 하는지. ‘서울공화국’의 수도권 사람들만 편하면 된다는 심보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중앙정부에 대놓고 떠들어도 소귀에 경 읽기다. 정치권과 중앙부처의 뿌리 깊은 중앙이기주의, 지방차별에 넌더리가 난다. 지방 사람들은 해외여행 가려면 불편을 감수하든지 아예 가지 말라는 비아냥거림이 들리는 듯해 울화통이 터진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토부는 김해공항의 노선 확장을 막고 있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폭로한 걸 보면 기가 막힌다. 핀란드 핀에어가 지난해 부산~헬싱키 노선을 개설하기 위해 우리 정부와 접촉했지만 국토부가 국적항공사들과 담합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제시하며 막았다는 내용이다. 부산∼헬싱키 노선이 열리면 동남권 여행객은 인천공항을 경유하지 않아도 유럽으로 갈 수 있다. 유럽노선 취항은 동남권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국토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이익을 지켜주려고 이를 가로막았다는 말이다.

국토부가 이런 비난에서 벗어나려면 이번 부산~싱가포르 직항은 꼭 성사해야 할 터이다. 이번에도 이런저런 조건을 제시하는 모양인데, 더는 동남권 주민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김해공항 중장거리 노선 개설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 첫 번째 시험대는 싱가포르 직항 개설이 될 것이다.

편집국 부국장 dol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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