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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유난스러운, 7월의 더위 /송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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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22 18:58:2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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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끝났다. 프랑스가 크로아티아를 4-2로 이기며 우승을 차지했다. 나와 아내는 약속이나 한 듯 크로아티아를 응원했다. “여보도?” “어, 크로아티아가 이기면 좋겠다.” “왜?” “그냥, 마음이 쓰이네.” 결승전 당시 경기장에 운집했던 관중들의 응원 소리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리고 언론 보도들도 들어보면 마치 프랑스와 전 세계의 대결인 것처럼, 대부분 크로아티아를 응원한 것 같다. 전력상 하위에 있기도 했지만 인구 약 400만의 동유럽 변방 약소국을 향한 연민이자 격려였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감정뿐만은 아닐 것이다. 월드컵 기간에 크로아티아가 보여준 3연속 연장전의 투혼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고, 경기 중 화제가 되었던, 크로아티아 소방관의 출동 영상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 와중에 프랑스의 신예 음바페의 비신사적 행동 또한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크로아티아로 향하게 하였다.

사실 월드컵 기간에 프랑스가 딱히 잘못한 일도 없다. 과거 약소국을 침략하여 식민지를 만들기는 했어도, 오늘날의 프랑스를 나쁜 국가로 보고 상대편을 응원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아마도 상대적으로 약한 이들에게 더 마음이 가는 보통 사람들의 심리 때문일 것이다. 약자들, 어려운 상황이나 불행에 처한 이들에 대한 연민과 도움을 주려는 행동은 문명사회가 지닌 자연스러운 미덕으로 여겨진다.

월드컵 결승을 앞둔 며칠 전, 무사히 구조된 태국의 동굴 소년들을 향한 사람들의 마음들도 그랬다. 불어난 물로 동굴 탐사 중에 고립된 소년들에게 태국은 물론 전 세계의 많은 이가 다양한 방식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간절히 기도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서 현장에 직접 달려가서 구출 작전에 힘을 보태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이들, 어쩌면 앞으로도 만날 일이 없을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위한 마음을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인 이유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기꺼이 함께하려 한다.

그러나 7월에는,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잔인한 이야기도 유독 많이 듣는다. 국군기무사령부가 세월호 유족을 적으로 규정하여 사찰하고, 수장을 제안하기까지 했다는 보도에 말문이 턱 막혔다. 대통령이 눈물도 흘릴 것을 조언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나는 한나 아렌트가 이야기한 악의 평범성을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정말 그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조직의 직무를 따르기만 한 평범한 사람들이었을까. 기무사 소식이 전해지기 며칠 전 밤에는, 간첩 누명을 쓰고 10~20년을 넘게 억울하게 옥살이한 이들이 처한 믿을 수 없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들에게 국가가 사과와 위로는커녕, 지급했던 배상금을 다시 환수한다는 판결이 최근에 내려졌다고 한다. 국가도, 조직도 결국 사람들이 만들고 운영할 텐데, 약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연민마저 없어 보이는 비인간적인 소식들로 더욱 덥게 느껴지는 7월이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 14일, 최저임금 인상안이 발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공격이 무차별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최저의 상황에 놓인 약자들을 위한 제도의 취지가 무색할 만큼, 약자끼리의 싸움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싸움의 관중석에는 언론이 앉아 있다. 더 피 터지게 싸우라며 부추기고 즐기는 모양새다. 지난 정부들의 대규모 비리에 의해 국가 예산의 수십 조가 거덜난 것보다, 최저임금 10.9% 인상, 금액으로 따지면 820원 인상에 나라가 망할 것처럼 연일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소상공인, 고령층, 일용직, 아르바이트생 등 약자들을 들먹이지만, 그 이면에는 약자를 향한 연민보다는 강자들의 논리가 짙게 깔려 있다. 쿠데타 모의보다, 사법 거래 의혹보다 최저임금 인상을 더 심각한 사회적 적폐로 몰아세우는 중이다.

물론 약자가 정의는 아니다. 언제나 선한 것도 아니다. 연민이나 동정과 같은 감정만으로, 우리 사회가 지닌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도 없다. 때때로 이러한 감정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의 처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연민은 최소한 인간의 도리가 아닐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대도, 연민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나는 믿는다.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사회는 잔혹한 야만일 뿐이다. 잠 못 이루는 밤이 열대야 탓만 아닌, 유난히 더운 7월이 가고 있다.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지식공유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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