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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세림이법’ 그 후 우리는 /신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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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22 19:03:39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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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동두천에서 찜통 더위 속에 어린이가 차 안에 방치되어 안타깝게 희생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최근 유사한 사건들이, 특히 어린이집 등원 이후 아이가 차량에 방치되어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여러 군데서 발생했다. 아이가 등원하는 동안 여러 번의 확인 과정 중 한 명만이라도 제대로 역할을 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차량 운전자가 하차 전 차량 내부를 제대로 확인만 했더라도, 인솔교사가 아이들의 하차 여부를 제대로 체크만 했더라도, 어린이집 담당교사가 아이가 등원하지 않은 걸 알고 바로 부모에게 확인만 했더라도, 어린 천사들의 가엾은 희생은 막을 수 있었다. “내린 줄 알았다.” “아파서 안 나온 줄 알았다.” 모든 이유가 원칙을 지키지 않은 부주의한 어른들 입에서 나온 변명들이다. 어린이를 보호해줘야 할 노란색 버스가 흉기가 되는 나라. “대한민국이 선진국인가?” 하는 물음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이집 차량에서의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법은 이미 몇 년 전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2013년 3월 충북 청주에서 김세림(당시 3세) 양이 자신이 다니는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사건 이후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어 2015년 1월 29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법안이 있다. 일명 ‘세림이법’으로 명명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에는 어린이집 통학 차량 안전 규정들이 이미 제정되어 있다. 그리고 2015년 법 시행 이후 각 경찰서나 교육청 등에서는 지속해서 어린이집 통학 차량 운전자 및 관계자들을 교육하고 있다. 이렇게 관련 법령이 제정되어 있고, 지속적인 관계자 교육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부재 및 제도적 실행장치의 미비이다. 부주의하거나 대충하려는 사람들이 억지로라도 지키지 않을 수 없도록 규정이나 제도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차이는 그것이다. ‘작동 시스템의 부재 혹은 미비’.

선진국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와 같이 통학 차량의 운전기사와 성인 동승자는 반드시 어린이가 차량에 남아 있는지 확인을 최종적으로 한 후 내리게 돼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만약 차량에 어린이를 방치한 상태에서 내려서 문제가 되면 ‘아동 학대죄’를 적용해서 엄하게 처벌을 하고 있다. 우리처럼 과실치사로 고의성이 없다고 하여 집행유예 등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 선진국에서는 운전자가 차량 자체의 시동을 끄고 내리기 위해서는 맨 뒷좌석에 있는 버튼(Sleeping child check)을 직접 눌러야 하차할 수 있게 장치 마련을 했다. 운전기사는 차량의 시동을 끄기 위해서 맨 뒷좌석까지 가야 해, 아이들이 방치됐는지 여부를 일일이 점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초등학생을 상대로 시행하고 있는 등하교 알리미 서비스를 미취학 아동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등학교에는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등하교 알리미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제대로 등교했는지 여부에 대해 부모에게 통지하는 서비스인데 정작 미취학 아동들에게 절실한 서비스라는 이야기가 있다. 등하교 알리미 서비스 중에는 교문에 설치된 중계기 센서에 단말기가 체크되면 등하교 여부를 학부모에게 문자로 자동 전송하는 서비스가 있다. 우리나라 같은 IT선진국에서 기술적으로는 시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고, 비용이나 지원제도 등을 정부가 잘 만들어서 어린이집들이 부담 없이 설치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통학버스 운전기사와 인솔 교사에게 안전의식을 가지라고 교육하고 요구하는 일은 똑같은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 대부분의 어린이집 차량 운전자나 인솔교사는 안전 수칙을 지키며 주의하고 있다. 사고는 부주의하고 원칙을 지키지 않는 일부 운전자나 인솔교사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림이법’이 법으로 끝나지 않고 효과가 있으려면, 지키지 않으면 안 되도록 제도나 시스템을 개선하고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만 천사 같은 아이들이 허무하게 하늘나라로 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래로병원 소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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