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어제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인됐다. 한국당은 이날 전국위원회를 열어 김 위원장 선출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비대위 출범과 관련한 당내 반발이 적지 않아 전국위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있었으나 별다른 충돌 없이 절차가 마무리됐다. 김 위원장은 이제 6·13지방선거 참패 이후 만신창이가 된 한국당을 되살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다.

한국당이 김 위원장 체제를 승인한 것은 빠른 시일 내 당을 추스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비대위 출범을 계기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당의 앞날이 순탄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우선 다음 주로 예정된 비대위원 선임이 관건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비대위가 혁신을 주도하도록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친박근혜계 등 일부 의원은 비대위가 ‘관리형’ 역할만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비대위가 제 기능을 발휘한다 하더라도 그게 곧바로 한국당의 환골탈태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보수 지지층은 한국당에 대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당내 혁신, 뿌리 깊은 계파갈등 청산, 현 실정에 맞는 당 정체성 재정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지금까지 드러난 한국당의 사분오열된 모습을 보면 과연 이 정당이 유권자의 이 같은 요구를 제대로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한국당이 비대위를 꾸린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2016년 4·13총선이 패배로 끝나자 ‘김희옥 비대위’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인명진 비대위’를 가동했다. 그러나 당초의 거창한 목표와 달리 당내 갈등과 구성원들의 혁신 의지 부족 등으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국당은 이번 만큼은 그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당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독한 각오를 갖지 않는다면 김병준 비대위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