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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국제적 통용되는 법인 유니폼 LEI(법인식별기호) /이병래

리스크·비용 관리 돕는 유일한 법인아이디 LEI

국내선 발급 실적 미미, 금융 투명성 제고 위해 적극적 관심·활용 필요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17 18:58:58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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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축제’인 러시아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비록 많은 팬이 기대했던 메시와 호날두의 맞대결은 볼 수 없었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극적인 독일전 승리와 게임마다 보는 진검승부는 늦은 밤 많은 이를 잠 못 들게 했다. 그런데 경기장 밖으로 눈을 돌리면 나이지리아 팀의 유니폼이 단연 화제였던 것 같다. 무려 300만 장이 넘는 선주문을 받아 그전까지 세계 최다판매기록을 가지고 있던 맨유를 넘어섰다고 한다. 11명의 선수를 원 팀으로 만들어 주는 기능을 넘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게 된 유니폼, 2002년 ‘be the reds’가 새겨진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거리를 누비던 수많은 축구팬이 새삼 떠오른다.

유니폼이 상대 팀과 구별하여 같은 팀 선수를 하나로 인식하게 해 주듯이, 법인이 어떠한 명칭을 사용하여 거래해도 거래 주체인 법인을 단일하게 인식하게 해 주는 금융시장에서의 유니폼이 ‘법인식별기호(LEI;Legal Entity Identifier)’이다.

LEI는 2008년 세계적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Lehman Brothers)의 파산으로 촉발된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에 대한 반성으로 도입된 글로벌 유일의 법인 ID이다. 금융위기 당시 금융감독 당국은 리먼 브러더스를 포함한 금융회사 간의 금융거래와 담보를 신속하게 정산(unwind)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즉, 누가(who) 누구와(to whom) 금융거래를 했고 그 위험노출액(exposure)은 얼마인지를 산출해야 거래 상대방의 위험 노출액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데, 당시 금융회사들은 여러 개의 이름과 코드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쉽게 파악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특정 법인이 부담하는 위험노출액, 즉 entity risk를 집계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 필요성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전문가들의 숙고 끝에 국제 공통의 법인식별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LEI이다. LEI는 재무거래에서 모든 당사자를 명확하고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ID 코드로서, 20자리 영어와 숫자의 고유한 조합으로 구성된다.
LEI를 통해 거래하면 기업과 시장은 거래 상대방의 집중 위험과 총위험액을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래 상대방 정보의 수집과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규제 당국은 법인의 거래 내역 집계를 통해 시스템 리스크를 용이하게 관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LEI는 2012년 미국에서 최초로 발급되기 시작된 이래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120만 건이 발급되어 있을 정도로 짧은 시간 내에 급속히 국제표준코드로 자리잡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일찌감치 LEI를 사용하여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하고 이를 거래정보저장소(TR)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고,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EU는 올해 시행된 금융상품시장지침(MiFIDⅡ)에 따라 이달부터 금융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기관에 대하여 ‘No LEI, no trade’ 규칙을 적용하여 이제는 모든 금융거래에서 LEI가 필수적인 코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 4월 한국예탁결제원이 예비지역운영기구(Pre-LOU)로 선정되어 2015년부터 LEI를 발급·관리하기 시작했고, 2017년 10월에는 글로벌 LEI 재단의 인증요건을 충족해 세계에서 11번째로 정식지역운영기구(Accredited LOU)로 승격되어 발급시스템은 잘 갖추어진 상황이다. 그러나 2018년 6월 말 현재 국내 법인의 LEI 발급 건수는 930여 건으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볼 때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LEI 이용 활성화를 위해 한국예탁결제원은 LEI 발급수수료를 인하하여 기업의 비용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국내로 한정되어 있는 발급대상 지역을 해외로 확대해 조만간 국내기업의 해외법인 등도 쉽게 LEI 발급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LEI는 법인식별기호의 국제표준이 되었으며 그 사용 범위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빅데이터를 포함한 디지털 변환의 시대, LEI는 법인 식별의 세계에서 흩어져 있는 디지털 ID들을 연결하는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표준 ID시스템으로 LEI를 통합하면 금융회사 등은 운영과 관련된 위험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매켄지 보고서에 따르면 LEI를 채택할 경우 세계적으로 투자은행은 연간 1억5000만 달러, 무역금융은행은 연간 5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제 우리 금융회사와 일반기업 모두 경쟁력 확보와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나아가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건전성 제고를 위해 LEI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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