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육지화 등으로 급격히 훼손됐던 경남 밀양 재약산 사자평 고산습지가 빠르게 원형을 회복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2012년부터 3년간 벌인 대대적인 복원사업이 끝난 지 2년7개월 만에 곳곳에서 명물이던 억새와 습지식물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규모 산지습지(58.7㏊)인 이곳이 옛날 모습을 조금씩 되찾으면서 각종 개발로 훼손되거나 사라져가고 있는 고산습지 등 전국 습지의 복원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흔히 습지는 생태계의 보고라고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1999년 습지보전법을 제정한 이후 산지·하천·내륙으로 구분, 전국의 유명 습지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상당수 습지가 파괴돼 온 게 현실이었다. 억새 군락지로 명성을 날리던 사자평 고산습지가 대표적인 경우다. 몰려드는 등산객과 산악스포츠도 한몫했다. 우리 지역의 대표적 습지인 울산 정족산 무제치늪, 양산 천성산 화엄늪, 신불산습지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자평습지 복원 과정과 이후의 변화는 고산습지의 결정적인 훼손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잘 말해준다. 1.5㎞에 달하는 비포장 군사작전도로가 침식되면서 도랑 역할을 하는 바람에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습지 내부로 유입되지 못해 습지식물이 고사한 것이다. 이 도로를 등산로로 복원하고 아래로 물길을 만들어 생명줄인 물이 습지로 흘러들게 하는 한편, 곳곳에 난 등산로를 정리하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인간의 편의를 위한 길이 습지에는 치명적 요소였던 셈이다.
낙동강환경청이 사자평습지 복원 성공을 토대로 무제치늪과 화엄늪, 신불산습지를 되살리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니 기대가 크다. 습지마다 처한 환경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핵심은 인간의 손길을 최소화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특히 천성산 화엄늪 주변은 그간 각종 시설물 개발계획이 적지 않게 오르내렸던 만큼 신중히 검토해야 하겠다. 전국적으로도 몇 안 되는 지역의 소중한 자연사박물관을 스스로 망가뜨리는 잘못을 더는 되풀이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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